제370조(준용규정) 제214조, 제321조, 제333조, 제340조, 제341조 및 제342조의 규정은 저당권에 준용한다.
이제는 제법 '준용규정'이라는 말에도 익숙해지셨을 겁니다. 우리가 전세권, 질권 등을 공부할 때에도 파트 거의 마지막 부분에는 준용규정이라는 조문이 나오고는 했었지요. 그럼 오늘 공부할 제370조에서는 어떤 조문들을 준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각각의 조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앞서 말씀드린 해당 부분을 참고하여 주시고, 여기서는 왜 제370조에서 이런 조문들을 준용하고 있는지를 위주로 살펴볼 것입니다. 복습의 의미도 있으니 차근차근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먼저 제214조의 경우, 제3장 [소유권], 제1절 [소유권의 한계]에서 공부한 내용입니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과 방해예방청구권에 관한 것입니다. 제370조에서는 제214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누군가가 저당권을 침해하려고 한다면, 혹은 그러한 염려가 있다면 방해제거청구권이나 방해예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나부자가 철수의 땅에 저당을 잡고 돈을 빌려주었는데(나부자=저당권자), 최악당이라는 사람이 철수의 땅에 엄청나게 큰 장애물을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 장애물을 생긴다면 철수의 땅은 활용할 수 없게 되어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나부자의 저당권 역시 방해를 받게 되겠지요. 따라서 나부자는 최악당에게 그 장애물을 두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라고 하여 빈 땅에 저당권을 설정했다가 건물에 신축공사를 하였던 경우도 저당권자가 공사의 중지를 요구하는 청구를 받아들였던 바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
참고로, 우리가 공부했던 소유권에 기한 권리 중에는 소유물반환청구권(제213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370조는 제213조는 준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저당권은 점유를 수반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반환청구권을 인정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제213조(소유물반환청구권)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한 물건을 점유한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제321조(유치권의 불가분성) 유치권자는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준용되는 조문은 제321조입니다. 이 조문은 제7장 [유치권]에 있던 것으로,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의 일부분으로도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유치권의 불가분성).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제321조 같은 경우 저당권에서만 준용되었던 것이 아니라, 동산질권(제343조)이나 권리질권(제355조)에서도 준용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가분성이라는 것이 유치권, 질권, 저당권에 모두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제343조(준용규정) 제249조 내지 제251조, 제321조 내지 제325조의 규정은 동산질권에 준용한다.
제355조(준용규정) 권리질권에는 본절의 규정외에 동산질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이를 저당권에 준용하면, 저당권자는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다 변제받을 때까지 저당물 전체에 대해서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가분성은 해석상 2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피담보채권의 일부만 남아있더라도(예를 들어 10억원을 빌려 가서 3억원만 갚고 7억원이 남아 있는 경우), 저당권도 30%는 까주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저당물 전체에 대해서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게 됩니다. 일부 갚았다고 저당권도 일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저당권의 목적물인 저당부동산이 일부 멸실되거나 없어지더라도 저당권을 까이지 않습니다. 즉, 주택에 저당을 걸었는데 모종의 사유로 주택의 30%가 날아간다고 해도, 저당권의 30%를 까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당권은 어쨌거나 남아 있는 저당물에 그대로 남아서 피담보채권을 담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333조(동산질권의 순위) 수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일한 동산에 수개의 질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순위는 설정의 선후에 의한다.
다음은 제333조입니다. 제8장 [질권]의 제1절 [동산질권]에 있는 조문으로, 여기서부터 제342조까지의 조문은 모두 같은 챕터에 들어가 있습니다. 제333조를 제370조에서 준용하여 해석하면, 여러 개의 저당권이 1개의 목적물에 설정되는 경우, 그 저당권 사이의 우열은 누가 '먼저' 저당권을 설정하였는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산질권에서와 다르게 저당권에서는 등기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시간상 누가 먼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등기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즉, 저당권은 등기를 하여야 설정되므로 저당권의 순위는 등기의 선후에 따라 결정되고, 엄밀히는 저당권 설정등기신청서의 접수 순서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김용덕, 2019). 예를 들어 A라는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철수가 먼저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등기를 접수한 시각이 영희보다 늦었다면 영희가 선순위 저당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영희의 저당권이 소멸하고 나서야 철수는 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340조(질물 이외의 재산으로부터의 변제) ① 질권자는 질물에 의하여 변제를 받지 못한 부분의 채권에 한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다.
② 전항의 규정은 질물보다 먼저 다른 재산에 관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다른 채권자는 질권자에게 그 배당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음은 제340조입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이야기인데,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의해서 변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돈을 덜 받은 부분의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저당권자라고 해서 자기가 빌려준 돈을 100% 저당물에서만 회수하라고 한다면 그건 좀 가혹하겠지요. 어쨌거나 채무자가 저당부동산 외에 다른 재산이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채권을 만족시킬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가 철수에게 10억원을 빌려 주고 철수의 주택을 저당 잡았다고 해봅시다. 나중에 철수가 돈을 못 갚아서 나부자는 저당권을 실행했고, 부동산이 경매에서 팔렸는데 부동산이 싸게 낙찰되었다거나 아니면 선순위 저당권자가 있다거나 하는 사정이 있으면 나부자는 10억원 전부를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5억원만 회수한다든지, 그렇게 되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나부자는 아직 못 받은 5억원에 대해서, 철수의 다른 재산(예를 들어 철수의 다른 땅이 있다거나 아니면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있는 경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우리가 민사집행법을 공부하지는 않았으므로 강제집행의 내용과 절차는 다소 생소한 부분이 있으실 텐데, 여기서는 그냥 국가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 돈 안 갚는 사람(채무자인 철수)의 재산을 환가하는(돈으로 바꾸는) 절차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지나가도 무방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나부자는 5억원을 마저 회수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요.
*강제집행에서는 집행권원의 문제가 따라오는데, 여기서는 그런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고 전제하고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강제집행에 대해 따로 검색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실 저당권을 실행하기 전이라고 해도 나부자가 철수의 다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서 10억원의 채권을 회수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굳이 저당권까지 있는데(우선변제의 강력한 효력이 있지요), 저당권을 실행하지 않고 철수의 다른 재산에 먼저 손을 댈 필요성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보통은 저당권을 먼저 실행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다른 재산에 먼저 손을 대는 경우 철수의 다른 채권자가 불만을 품고 나부자에 대해 강제집행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번거로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제340조제2항 단서도 준용되므로, 철수의 다른 채권자는 저당권자인 나부자에게 배당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340조 파트에 설명드린 내용과 비교하여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341조(물상보증인의 구상권)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질권설정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
물상보증인의 개념에 대해서는 제341조를 공부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 물상보증인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이 돈을 빌려 쓰는데 자신의 물건을 담보로 제공해준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341조를 저당권에 준용하여 해석하면, 이렇게 예시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철수가 돈이 급하여 나부자에게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가난한 철수는 뭐 담보로 제공할 것도 없습니다. 이에 철수를 짝사랑하던 영희가, 본인 소유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였고 나부자는 그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한 후 철수에게 돈을 빌려 준 것입니다. 나중에 철수가 결국 해보려던 사업이 잘 안 되어 나부자에게 돈을 못 갚게 될 경우, 나부자는 영희의 주택을 경매에 넘겨서 채권을 회수할 것입니다(혹은 주택을 잃고 싶지 않은 영희가 아예 대신 철수의 빚을 갚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날 경우, 영희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은 제341조에서 간략하게 말씀드렸으니 참고 바랍니다) 철수(채무자)에게 구상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철수에게 돈 내놓으라고 영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342조(물상대위) 질권은 질물의 멸실, 훼손 또는 공용징수로 인하여 질권설정자가 받을 금전 기타 물건에 대하여도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지급 또는 인도전에 압류하여야 한다.
다음은 제342조입니다. 물상대위에 대한 조문인데, 질물에 대한 멸실, 훼손 또는 공용징수가 발생해서 질물을 대신하게 된 금전(또는 기타의 물건)이 질권설정자에게 귀속되는 경우, 질권자가 그러한 금전(또는 기타의 물건)에 대해서도 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를 저당권에 적용하게 되면, 저당권자 역시 저당물이 멸실, 훼손, 공용징수로 인하여 어떠한 금전 등으로 대신될 때, 그러한 금전 등에도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저당목적물의 일부가 멸실·훼손되거나 공용징수되어 물상대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당권자는 잔존부분에 대한 저당권과 함께 그 일부를 갈음하는 금전 기타의 물건에 대한 물상대위권을 경합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김용덕, 2019; 277면).
엄밀하게는 물상대위권은 금전(또는 그 밖의 물건)의 지급 또는 인도 전에 압류하여야 하는 것이니까(제342조 단서), 물상대위권의 목적이 되는 것은 금전 그 자체가 아니라 금전에 대한 지급청구권이나 물건에 대한 인도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준호, 2017). 왜 지급이나 인도 전에 압류를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342조를 공부할 때 말씀드렸던 바 있으므로, 그것으로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준용규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준용되는 조문만 딱 적어 놓아서는 이해하기가 까다로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복습 겸 해서 하나씩 뜯어보았습니다. 내일은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855면.
김용덕, 주석민법[물권(4)],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63면(오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