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조(지상권,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 ① 본장의 규정은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저당권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 준용한다.
②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자는 저당권자의 동의없이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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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저당권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이었지요. 동산이나 권리를 목적으로 담보를 잡는 질권과는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권리질권의 경우, 제345조 단서에서 부동산의 사용 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는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하였지요. 그래서 부동산의 사용·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세권이나 지상권은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345조(권리질권의 목적) 질권은 재산권을 그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사용,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사실 저당권은 반드시 땅이나 건물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지상권이나 전세권도 저당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데, 제371조는 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전세권에 대해 공부할 때, 제306조에서도 '전세권은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공부했었지요. 그러니까 제306조에서 이미 전세권이 저당권의 담보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줬던 셈입니다.
제306조(전세권의 양도, 임대 등) 전세권자는 전세권을 타인에게 양도 또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그 존속기간내에서 그 목적물을 타인에게 전전세 또는 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설정행위로 이를 금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항은, 본장의 규정(제9장, 저당권)이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담보로 하여 설정된 저당권에도 준용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건물을 영희로 하여금 사용하게 해 주고, 대신 전세금 2억원을 받았습니다. 전세권 설정계약을 하고 등기도 했지요.
전세권자인 영희는 이후 급히 돈을 좀 쓸 일이 생겨서 나부자에게 2억원의 돈을 빌렸습니다. 그러나 영희는 따로 부동산도 없고 담보로 잡을 만한 자동차도 없어서, 나부자는 영희가 가진 전세권에 저당권을 걸기로 합니다.
만약 영희가 나중에 나부자에게 2억원을 갚지 못한다면, 나부자는 경매에 '전세권' 자체를 넘겨서 전세권을 매각하고, 전세권이 팔린 돈으로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면 됩니다. 따라서 경매절차에서 전세권을 낙찰받은 매수인은 그 전세권을 취득하면 되는 것입니다.
*원래 민사집행법은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에서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담보권의 실행은 제2편 제2장 제4절 제3관의 규정(금전채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에서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권도 권리니까, 마치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학설은 제371조가 '본장의 규정'(저당권에 관한 민법의 규정)이 준용된다고 하였으므로 본장에서 규정한 것과 같이 부동산경매절차에 따른다고 봅니다(김준호, 2017). 이 부분은 민사집행법을 공부한 후에 이해해도 괜찮은 것이므로, 여기서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세권이라는 것은 보통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나부자가 영희의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자인데, 만약 나부자가 영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도 못한 상황인데 전세권이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대충 생각해 봤을 때 존속기간이 끝나면 전세권은 없어지고, 저당권의 목적이 사라졌으므로 저당권도 소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학자들의 의견은 좀 갈립니다. 방금처럼 전세권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저당권도 소멸한다고 보기도 하고, 전세권에는 용익물권적 기능과 담보물권적 기능이 모두 있는데 존속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용익물권적 기능만 없어질 뿐 담보물권적 기능을 토대로 해서 저당권은 존속할 수 있다는 견해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김용덕, 2019).
우리의 판례는,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된 경우 전세권은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 없이도 당연히 소멸하고, 저당권의 목적물인 전세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므로 전세권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자는 전세권의 목적물인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더 이상 저당권을 주장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일단 전세권 자체에 대한 저당권의 실행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다31301, 판결). 즉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된 경우, 전세권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소멸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판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 "전세권에 대하여 설정된 저당권은 민사소송법 제724조 소정의 부동산경매절차에 의하여 실행하는 것이나,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이 소멸하기 때문에 더 이상 전세권 자체에 대하여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게 되고, 이러한 경우는 민법 제370조, 제342조 및 민사소송법 제733조에 의하여 저당권의 목적물인 전세권에 갈음하여 존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거나(이 경우 저당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등기부등본을 집행법원에 제출하면 되고 별도의 채무명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3자가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실시한 강제집행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9. 18.자 95마684 결정).
*위 판례에서는 민사소송법이라고 하고 있는데, 민사집행법은 2002년 처음 제정되었고 그 이전에는 민사집행에 관한 규정이 민사소송법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어제 공부한 제370조와 제342조(물상대위)에 비추어 볼 때, 목적물인 전세권이 없어졌더라도 그 없어진 전세권에 갈음하여 존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세금반환채권’이고, 바로 이 채권에 대해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세권과 전세금반환채권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판례는 이처럼 전세권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있다가 없어진) 저당권의 효력이 존속한다고 인정해 주어 전세금반환채권으로부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박동진, 2022). 그러니까 전세권저당권자도 너무 억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부자는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면, 전세권을 경매에 넘겨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된 후라면, 전세권저당권은 소멸하므로 대신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야 합니다(구체적인 방법은 위 95마684결정례 참조). 전세금을 들고 있는 철수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것이지요.한편, 지상권의 경우는 어떨까요? 지상권이 돈을 받기 전 존속기간의 만료로 없어지는 경우, 전세권처럼 전세금반환청구권과 같은 것이 지상권에는 없기 때문에 지상권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 역시 지상권과 함께 소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오민석, 2019).
제2항을 보겠습니다.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자는 저당권자의 동의 없이는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것과 비슷한 구조의 조문을 이미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세권 파트(제304조)에서와 권리질권(제352조) 등이 그것이지요.
제304조(건물의 전세권, 지상권, 임차권에 대한 효력) ① 타인의 토지에 있는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전세권의 효력은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임차권에 미친다.
② 전항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의 동의없이 지상권 또는 임차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제352조(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
위의 조문들을 공부할 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런 유형의 조문은 권리자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당권자가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여 담보를 걸고 돈을 빌려줬는데, 전세권자가 마음대로 전세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된다면 저당권자는 담보가 없어지게 되어 불안한 위치에 처하게 되겠지요.
따라서 제371조제2항에 따라 저당권 설정자는 전세권 또는 지상권을 함부로 포기하거나, 설정계약을 해지해 버리거나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하려면 저당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동의 없이 이러한 행위를 해버린 경우라면, 그 행위가 자체가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당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외에 또 저당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합니다. 왜 그건 공부 안 했느냐, 왜냐하면 그게 민법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광업권이나 어업권, 댐 사용권 등의 권리는 각각의 특별법(광업법이나 수산업법 등)에 근거 조문이 있고, 이러한 조문에서는 대놓고 저당권의 목적이 된다고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권리가 저당권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민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도 저당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권리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산업법
제26조(어업권의 경매) ① 제31조제2항, 제35조제2호부터 제5호까지 또는 제35조제6호(제34조제1항제8호나 제9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에 따라 어업의 면허를 취소한 경우 그 어업권의 저당권자로 등록된 자는 제36조에 따른 통지를 받은 다음 날부터 계산하기 시작하여 30일 이내에 어업권의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내일은 다른 법률에 의한 저당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드디어 물권법의 마지막 조문입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908면.
김용덕, 「주석민법 물권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89-291면(오민석).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62면.
2024.2.7.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