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76조, "금전채권"

by 법과의 만남
제376조(금전채권) 채권의 목적이 어느 종류의 통화로 지급할 것인 경우에 그 통화가 변제기에 강제통용력을 잃은 때에는 채무자는 다른 통화로 변제하여야 한다.


오늘은 금전채권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금전' 채권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금전채권이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억원을 받기로 한 채권자라면, 철수는 영희에게 1억원의 금전채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금전'의 개념에 대해서도 가치설, 물설 등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만, 금전은 동산이기는 하지만 특수한 동산으로서, 실질적으로는 가치설에 따라 소유권이 점유와 함께 이전되어 금전에 대한 물권적 반환청구권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통설이라고 합니다(김용덕, 2020). 다만 여기서 이런 내용까지 모두 외우실 필요는 없고,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께는 참고문헌을 권하는 것으로 지나가겠습니다. 특히 금전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는 선의취득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논란도 함께 논의되는데, 이 부분은 [제249조]와 [제250조] 파트를 복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금전채권의 성질, 종류채권과의 비교

앞서 공부하기를, 일정한 종류에 속하는 물건을 일정 수량 인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종류채권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의에 따를 경우, 금전채권도 종류채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금전채권은 종류채권이기는 하나 조금 특별한 종류채권이기 때문에, 몇 가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종류채권에 대한 민법 제375조는 금전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 제375조제1항에서는 품질을 정할 수 없을 때에는 중등품질의 물건으로 이행하도록 하는데, 금전은 화폐가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어서 '중등 품질의 통화'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금 낡은 1,000원짜리 지폐와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1,000원짜리 지폐 둘 다 가치는 1,000원으로 똑같은 것입니다. 제375조제2항도 마찬가지로 금전채권에는 적용이 안됩니다. 금전채권에서의 금전은 화폐가치가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인 물건의 '특정'이라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지원림, 2011). 나중에 이행불능, 이행지체에서 공부하겠지만 금전채권의 경우 이행불능이 성립할 수 없고 이행지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되기도 합니다.

제375조(종류채권) ①채권의 목적을 종류로만 지정한 경우에 법률행위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품질을 정할 수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중등품질의 물건으로 이행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채무자가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거나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이행할 물건을 지정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그 물건을 채권의 목적물로 한다.


2. 금전채권의 종류

민법상 규정된 금전채권은 다시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액채권, 금종채권, 외화채권이 그것입니다.


먼저 금액채권이란 급부하여야 할 금전의 종류를 약정하지 않고, 단지 일정액의 금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권의 일종입니다(권순형, 2020; 167면). 앞에서 예를 든 철수의 사례가 바로 대표적인 금액채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가장 쉽고 빠르게 상상할 수 있는 금전채권의 예시가 바로 금액채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둘째, 금종채권이란 일정한 종류의 통화로 지급하기로 한 금전채권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철수가 1억원을 받기로 하기는 했는데 1만원권으로 1억원을 모두 받기로 하였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통화인 '원화'의 1만원권으로 돈을 받기로 한 것이므로 금종채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김준호, 2017).


금종채권도 '상대적' 금종채권과 '절대적' 금종채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1만원권으로 1억원을 받기로 하는 것이 '상대적' 금종채권이고, 1998년 월드컵 기념으로 발행된 1만원권으로만 무조건 1억원을 받기로 한다면 그것이 '절대적' 금종채권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금종채권에서 우리가 오늘 공부하는 제376조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제376조에서 말하는 '강제통용력'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철수는 영희에게 1억원을 받을 채권이 있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없지만) 철수와 영희가 사는 세계에는 10만원권이 있다고 해봅시다. 철수는 그 10만원권 1,000장으로 1억원의 돈을 받기로 영희와 약정하였습니다. 금종채권이죠. 그런데 철수가 돈을 받기로 한 날 하루 전에, 갑자기 한국은행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내일부터 10만원권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고 합시다(관련 법률의 문제는 여기서는 그냥 지나갑시다).


바로 이런 경우, 10만원권은 철수와 영희의 '변제기'에 '강제통용력'을 잃은 것입니다. '한국은행법'은 우리나라의 법화(法貨)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은행권을 지정하고 있고, 이러한 돈은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은행법에 따른 법화의 '강제통용력'이며, 이러한 강제통용력은 채무자가 현금으로 채무이행 시 채권자가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으로 처리되지 않고 채권자지체 또는 채권자의 수령거절로 처리된다는 것(정순섭, 2019)을 의미합니다(채권자지체 등은 아직 공부하지 않은 내용이니 그냥 그러나 보다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한국은행법
제48조(한국은행권의 통용)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


그러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철수 입장에서 아무리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휴지조각이 된 10만원권으로 1,000장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제376조에 따르면, 채무자인 영희는 다른 통화, 예를 들어 1만원권으로 철수에게 1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상식적으로 자연스러운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오늘 공부하는 제376조가 적용되는 것은 상대적 금종채권을 말합니다. 절대적 금종채권은 왜 제376조가 적용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절대적 금종채권은 사실상 종류채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김용덕, 2020;187면).


'1998년 월드컵 기념 발행 1만원권'은 다른 일반적인 1만권과는 다르지요. 즉 카스 맥주 100캔을 주문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카스 맥주 100캔이 시중에 유통되는 한 채무자는 카스 맥주 100캔을 어떻게든 구해서 제공하여야 하는 채무를 지는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1998년 월드컵 기념 발행 1만원권'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설령 '강제통용력'을 잃은 돈이라고 해도 채무자는 해당 1만원권을 어떻게든 구해서 채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합니다. 만약 해당 기념 화폐가 불타서 없다고 하면 그건 나중에 공부할 이행불능의 문제가 됩니다.


셋째, 외화채권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다른 나라의 통화로 지급하기로 한 금전채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만 달러를 받기로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차피 내일 제377조에서 공부할 것이니까, 여기서는 외화채권이라는 게 있다는 정도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금전채권과 그 종류에 대해서 보고, 강제통용력을 잃은 경우의 금종채권의 처리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외화채권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150면(권순형).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968면.

정순섭, "현금없는 사회의 법적 과제 -법화의 강제통용력을 중심으로-", 「은행법연구」 제12권제1호, 2019, 210-211면.

지원림, 「민법강의(제11판)」, 홍문사, 2011, 9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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