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8조(동전) 채권액이 다른 나라 통화로 지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지급할 때에 있어서의 이행지의 환금시가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다.
'동전'이 나옵니다. 여기서 동전은 coin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동전(同前), 즉 "앞과 같음"이라는 의미라는 점은 제354조에서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즉 제378조 역시 앞선 조문과 마찬가지로 외화채권과 관계된 조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로부터 100달러를 돌려받을 채권이 있다고 하면, 영희는 약정한 대로 철수에게 100달러를 갚으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외화채권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제378조는 채무자인 영희가, 환금시가에 따라 우리나라의 통화(원화)로도 변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적정한 환율이 1,200원이라고 한다면 영희는 철수에게 12만원을 변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채무자가 외화채권을 우리나라의 통화로도 변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대용급부권'(代用給付權)이라고 부릅니다. 급부 대신에 뭔가를 줄 수 있는 권리, 이 정도로 직역할 수 있을 텐데요, 어쨌거나 입에 잘 붙는 한자어는 아니라서 순화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통설과 판례는 제378조의 대용급부권 규정을 근거로 외화채권을 임의채권으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임의채권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하지 않았으니 일단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계약 때 정한 것은 다 무시하고 그냥 채무자가 마음대로 원화로 줘도 되나요? 이럴 거면 계약은 왜 하나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언뜻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민법의 입법자들이 이걸 몰랐을 리는 없고, 왜 이런 조문을 두게 된 것일까요? 이와 같은 대용급부권은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에서부터 유래를 찾을 수 있고, 특히 16세기에 교역이 활발히 일어나던 이탈리아에서 채무자들이 외화를 조달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아지자, 채무자가 이행지의 통화를 이용해서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 발달하면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제378조의 규정은 자국의 통화체계를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취지, 채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할 것입니다(김용덕, 2013).
그리고 제378조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모든 외화채권에서 채무자들이 죄다 달러가 아닌 원화로 결제하면 되느냐 하면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앞서 공부한 제377조에서는 "채권의 목적이 다른 나라 통화로 [지급]할 것인 경우"라고 하고 있는데, 오늘의 제378조에서는 "채권액이 다른 나라의 통화로 [지정]된 때"라고 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채권액이 100달러라고 간단하게 정해진 외화채권의 경우에는 제378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지만(채권액이 달러로 지정),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특약을 해서 '반드시 달러로 채무를 변제할 것'이라고까지 정한 경우(외국금종채권)에는 원칙적으로 대용급부권을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김용덕, 2020).
이외에도 제378조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에게도 대용급부 '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판례는 인정), 상계가 가능한지, 환산할 때 그 시기와 환산의 비율은 어떻게 정하여야 하는지 등이 논점이긴 합니다만 여기서는 이런 내용까지 모두 다루기는 어려우므로, 상세한 내용은 인터넷이나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외화채권에서의 대용급부권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이자채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1(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3, 304-305면(안법영).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1(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208-209면(권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