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85조, "불능으로 인한 선택채권의 특정"

by 법과의 만남
제385조(불능으로 인한 선택채권의 특정) ①채권의 목적으로 선택할 수개의 행위 중에 처음부터 불능한 것이나 또는 후에 이행불능하게 된 것이 있으면 채권의 목적은 잔존한 것에 존재한다.
②선택권없는 당사자의 과실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된 때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오늘은 불능의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불능'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고, 총칙 편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제77조). 다만, 이 때는 채권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서의 불능은 오늘 공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는 한데요. 어쨌거나 '불능'이라는 단어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무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77조(해산사유) ①법인은 존립기간의 만료, 법인의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의 불능 기타 정관에 정한 해산사유의 발생, 파산 또는 설립허가의 취소로 해산한다.
②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


채권법에서는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이를 이행불능이라고 부릅니다. 이행불능에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가 계약을 맺었습니다. 철수가 갖고 있는, 세상에 1개밖에 없는 진귀한 만년필을 영희에게 1,000만원에 팔기로 한 것입니다. 여기서 2가지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①철수와 영희가 계약을 맺기 전날, 사실 철수의 만년필이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 복구가 불가능했다. 철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했다.
②철수와 영희가 계약을 맺은 다음날, 철수가 보관하던 만년필이 모종의 사유로 망가져 버려서 복구가 불가능해졌다.


무언가 대충 생각해 보기에 1번 사례와 2번 사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1번의 경우, 채권이 성립하는 시점에 이미 급부가 불능인 사례입니다. 세상에 1개밖에 없는 만년필을 다시 만들 수는 없잖아요. 이와 같이 법률행위의 성립 당시에 이미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어 있는 것을 "처음부터 어차피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해서 '원시적 불능'이라고 합니다.


2번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채권의 성립 당시에는 철수는 충분히 만년필을 영희에게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철수가 채무를 이행하기 전, 스스로의 과실로 그만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지요. 이와 같이 법률행위의 성립 당시에는 채무이행이 가능했지만, 성립 이후에 발생한 어떤 사유로 채무가 이행 불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것을 "나중에 생긴 원인으로 불가능해진 일"이라고 해서 '후발적 불능'이라고 합니다.


1번과 같은 사례의 경우, 철수는 좀 괘씸한 사람입니다.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했으니까요. 이건 나중에 공부할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의 문제도 될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이행불능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든 예시이므로, 더 자세한 내용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2번 사례의 경우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 채무자 위험부담의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인데요, 마찬가지로 나중에 차차 공부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제385조를 먼저 자세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1항을 봅시다. 채권의 목적이 되는 여러 개의 급부 중에 처음부터 이행이 불가능한 것(원시적 불능)이거나 또는 이후에 불가능하게 된 것(후발적 불능)이 있으면, 채권의 목적은 잔존한 것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표현이 조금 복잡한데,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철수와 영희가 계약을 맺었는데, 철수가 가진 세상에 둘도 없는 만년필과, 세상에 둘도 없는 손수건 중 어느 1개를 선택해서 영희에게 인도하고, 영희로부터 1,000만원을 받기로 하는 계약이라고 합시다. 선택채권이고, 선택권자는 채무자인 철수입니다.


그런데 영희에게 채무를 이행하기 직전, 철수가 실수로 세상에 둘도 없는 만년필을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복구가 안됩니다. 이렇게 된 경우, 제385조제1항에 따르면 채권의 목적은 잔존한(남아 있는) 것, 즉 세상에 둘도 없는 '손수건'에 있게 되므로, 철수는 어쩔 수 없이 손수건을 영희에게 인도하고, 1,000만원을 받으면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희 입장에서 좀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민법은 제385조제2항을 두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는 선택권자가 그나마 철수였기 때문에, 영희는 그래도 억울할 여지가 조금 덜합니다. 그런데 만약 선택권자가 영희였고, 선택권자도 아닌 철수의 실수로 영희가 '자신의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어져 버린다면, 그것은 영희 입장에서 짜증 나는 일일 것입니다.


제2항에서는 이처럼 '선택권이 없는' 사람의 과실로 인해 이행불능이 발생하게 된 경우(이 역시 후발적 불능의 일종입니다)에는,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1항이 적용이 안되면 어떻게 되냐고요? 영희가 가진 선택권은 아무런 영향 없이 그냥 존속합니다.


"그럼 영희는 만년필과 손수건 중 어느 하나를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는 건가요? 만년필은 이미 망가졌는데 영희가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어떻게 선택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영희가 만년필을 선택해봤자 어차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영희는 손수건을 선택하는 경우 진짜 손수건을 받을 수 있고, 만년필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만년필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즉, 엄밀히는 영희의 선택권이 "만년필 vs. 손수건"에서 "만년필 가치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vs. 손수건"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영희는 여전히 선택이 가능합니다.


응용해보면, 이런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똑같은 철수와 영희의 계약인데, 선택권자가 철수인 상황에서 채권자인 '영희'의 실수로 철수의 만년필이 망가져 버린 겁니다. 이런 경우에도 제385조제2항이 적용되므로, 철수(채무자)의 선택권은 여전히 멀쩡합니다. 철수는 자기 마음에 따라 손수건을 선택한 경우는 영희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돈을 받으면 되고(영희가 망가뜨린 만년필에 대한 손해배상은 별개의 문제), 망가진 만년필을 선택한 경우에는 채무를 면제하면서 돈만 받으면 됩니다(김준호, 2017). 어쨌든 만년필을 못 주게 된 게 철수 잘못은 아니니까요.


또, 어느 누구의 잘못도 없이 급부가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철수가 선택권을 행사해서 영희에게 채무를 이행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서 만년필이 가루가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385조제1항이 적용되어서 철수는 그냥 멀쩡한 손수건을 영희에게 주고 돈을 받으면 됩니다. 제2항은 선택권이 있는 자의 억울함을 덜고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있는 조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이행불능과 선택채권의 특정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선택의 소급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9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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