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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n 12. 2023

민법 제388조, "기한의 이익의 상실"

제388조(기한의 이익의 상실) 채무자는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
1.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 감소 또는 멸실하게 한 때
2. 채무자가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


오늘은 제388조를 공부하겠습니다. 기한의 이익이라는 게 나오는데, 우리가 이걸 여기서 처음 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총칙 편에서 기한의 이익에 대해 이미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제153조). 이때 공부하기를, 기한의 이익이란 "기한이 도래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라고 했었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돈 갚을 날짜가 도래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돈을 '아직'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한의 이익은 경우에 따라서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가질 수 있습니다. 애매하신 분들은 제153조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153조(기한의 이익과 그 포기) ①기한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②기한의 이익은 이를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언가 괘씸한 채무자가 현실에서는 나타날 수 있는데요, 우리 민법 제388조는 이런 괘씸한 채무자에게서 기한의 이익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제1호는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 감소, 멸실시킨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는 어느 날 돈이 부족해서 이웃집의 나부자로부터 1억원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나부자에게 자신의 집을 저당 잡도록 하였습니다(저당권자: 나부자).


그런데 철수가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집 일부가 무너졌고(?) 그 바람에 집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철수가 보험을 든 것도 아니어서 보험금도 못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이것은 나부자 입장에서는 열받는 일입니다. 철수의 무엇을 믿고 돈을 빌려줬겠습니까. 부동산 보고 빌려준 것인데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졌으니, 이것은 철수의 신용이 떨어진 것과 같은 것이지요. 못 믿을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제388조제1호에 따라 철수(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주장할 수 없게 되므로, 나부자(채권자)는 당장, 즉시 돈을 갚으라고 이행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제388조제1호에서의 담보 손상, 감소, 멸실에서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요건인지에 대해서는, 요건이라고 보는 쪽이 통설이라고 합니다만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합니다(김준호, 2017).


다음으로 제2호를 보겠습니다. 이 경우는 채무자가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돈을 빌릴 당시에는 바로 철수가 집을 저당 잡히지 않았지만, 2달 뒤에는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나부자가 합의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철수는 돈을 빌려 놓고서도 차일피일 저당권 설정등기하는 것을 미루면서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부자는 제388조제2호에 따라 철수가 기한의 이익을 주장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즉시 이행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우리의 판례는 "기한의 이익의 상실에 관한 민법 제388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위 규정과 다른 내용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정에 따라 기한의 이익의 상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보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세요(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다56192, 판결).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급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전에 저당권에 대해 공부할 때, 저당권설정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저당물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에 저당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저당물보충청구권에 대하여 살펴본 바 있었습니다(제362조). 그때 제388조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지요. 저당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의 다양한 구제수단 중 하나로 제362조와 제388조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제362조(저당물의 보충) 저당권설정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된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 또는 상당한 담보제공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럼 제362조와 제388조는 어떤 관계에 있는 걸까요? 물론 제388조는 저당권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담보에 적용되는 규정이긴 합니다만, 저당권도 담보물권이고, 적어도 저당권의 영역에서는 두 조문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사례가 존재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여러 견해가 있는데, 민법 제362조는 저당권자로 하여금 자본의 투자를 유지할 수 있게 하여 저당권의 목적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구제수단인 반면, 제388조는 저당권자의 입장에서도 원래 투하한 자본의 회수를 강제하는 점에서 그렇게까지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제362조의 발생요건은 관대하게, 제388조의 발생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제362조와 제388조의 발생요건을 둘 다 충족하는 사례라면 일단 우선적으로 보충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저당권설정자가 그럼에도 저당물을 보충하지 않을 때에만 제388조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지요(이준현, 2007). 반면, 이러한 입장과 다르게 저당권자가 제362조를 활용하든, 제388조를 활용하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오늘은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 상실에 관한 내용을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강제이행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004면.

이준현, "저당권설정자에 의한 담보의 훼손ㆍ멸실 또는 담보 불제공과 기한의 이익 상실", 「저스티스」 통권 제97호, 2007, 35-4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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