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by 법과의 만남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우리는 앞서 채무불이행의 한 유형으로서 '이행지체'의 효과로 강제이행, 손해배상(지연배상), 손해배상(전보배상), 책임가중, 계약해제권 등이 있다고 공부하였습니다. 여기서 '강제이행'은 어제 제389조에서 살펴보았지요. 오늘 살펴볼 내용은 '손해배상책임'인데요, 그것이 지연배상인지 전보배상인지는 나중에 또 나올 것이고, 지금 공부할 제390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일반규정으로서 손해배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민법 제390조는 모든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포괄하는 일반조항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 민법은 이행지체, 이행불능 등의 개별적인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김준호, 2017).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일단 오늘 공부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채권관계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채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예상했던 채무를 이행받지 못함으로써 개인적인 일정이 틀어질 수도 있고,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다양한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법은 제390조를 두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요건을 두고 있는데요, 일단 그것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을 것

상당히 포괄적이고 넓은 요건입니다. 왜냐하면 채무의 내용에 맞게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게, 현실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서 제387조에서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살펴보면서, 3유형론이나 4유형론 등 다양한 학설이 등장하였던 것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단순히 민법에 명시되어 있는 '이행지체'나 '이행불능'만이 채무불이행의 유형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은 듯하고, 추가로 계약 등 채무가 발생한 원인에서 정해진 내용과 방법에 따라 제대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든 경우(불완전이행)도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김상중, 2020).

*채무불이행의 유형과 개념은 나중에 공부하게 될 담보책임의 법적 성질과도 관련이 되어 있어서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추후 담보책임 파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예를 들자면 계약서에 적힌 대로 채무자가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 이 요건은 충족된다고 하겠지요. 이 요건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서 객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2.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제390조 단서에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던 경우라면,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고 있지요. 고의나 과실의 의미는 이미 앞서 여러 차례 공부하였습니다. 고의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지르는(?) 것이고, 과실은 주의를 기울였으면 피할 수 있었던 결과가 발생한 것을 뜻합니다.


다만, 채무자의 면책요건을 제390조 '단서'에서 규정한 것이 법적으로는 증명책임의 관점에서 꽤 중요한 것인데요, 우리는 아직 증명책임이나 법률요건분류설 등을 공부하지는 않았으므로 당장 자세히 다루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냥 채무자 스스로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만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반대로, 채권자는 오늘 제시하는 1~3의 요건 중 1번과 3번을 입증하면 됩니다.

*참고로, 나중에 공부할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제750조)의 경우,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피해자가 증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증명책임의 분배와 관련된 것이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인터넷을 검색하여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고의나 과실의 입증이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실제 채무불이행의 사건에서는 통상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되는 등(예를 들어주기로 한 물건을 안 주면, 고의나 과실이 사실상 있다고 보입니다) 귀책사유가 명시적으로 판결례에서 다루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김상중, 2020; 744면). 어쨌거나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서 주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3.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을 것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에게 현실적이고 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로 인하여'라는 표현도 중요한데, 채무의 불이행과 실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 역시 손해배상책임의 객관적 요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돈을 갚지 않는 금전채무의 불이행이 있었는데, 돈을 갚지 않은 다음 날 나부자가 길을 가다가 차에 치여서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고 해봅시다. 여기서 나부자가, "철수가 돈을 안 갚는 바람에 내 기분이 안 좋아졌고, 그래서 기분전환 겸 나들이를 나가다가 차에 치여 다쳤으므로 결국 철수의 채무불이행이 내 교통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니 철수는 내 치료비를 손해배상하라."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실 겁니다. 사실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긴 학설의 논의가 다시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추후 제393조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채무불이행, 이행지체와 같은 개념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니, 차근차근 내용을 익혀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일은 이행보조자의 고의와 과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999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1(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09면(김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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