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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Sep 05. 2023

민법 제400조, "채권자지체"

제400조(채권자지체)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행지체의 개념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이행지체는 채무 이행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채무자가 이행기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었지요. 채무불이행의 유형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채무자 때문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게으른 탓에 채무의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바로 채권자지체입니다.


채권자지체란, 채무자는 채무의 내용에 따라 이행제공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제대로 수령하지 않는 등 협조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채무의 이행이 지체되는 것을 말합니다. 제400조에서는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 "이행의 제공 있는 때"부터 채권자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채권자지체 책임의 발생요건과 그 효과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볼 것입니다. 발생요건을 먼저 보겠습니다.


[채권자지체의 발생요건]


1. 채권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채무일 것

먼저, 문제가 되는 채무가 채권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채무여야 합니다.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하지 않고, 단순히 채무자가 의사표시만 하면 끝나는 채무, 부작위하면 되는 채무라면 채권자지체가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옆집에서 나는 소음을 참아야 하는 채무라면, 채무자가 소음을 참고 있는 한 바로 채무 변제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옆집 주인의 수령이나 협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권자지체도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한 채무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 같은 것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는 예를 들어 집을 파는 사람이 혼자 그냥 신청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부동산 매수인과 매도인이 함께 등기소에 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법무사를 끼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어찌 되었건 어느 한쪽에서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이지요. 채무자(매도인)는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서류를 법무사에게 맡겼는데, 채권자(매수인)은 등기에 협력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채권자지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요건도 따져 봐야 하긴 하겠지만요.


2.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 제공이 있을 것

제400조에 따르면, 채권자지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이행 제공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이행도 아니고, 이행 제공이란 뭘까요? 이행제공은 변제제공이라고도 하는데, 나중에 공부할 민법 제460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60조(변제제공의 방법) 변제는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이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조문에서 살펴보겠지만, 대략 살펴보자면 변제제공이란 원칙적으로 채무의 내용에 따라 '현실제공'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제460조 단서에서는 예외적으로 '구두제공'의 방법도 제시하고 있는데요. 즉 변제제공의 방법에는 '현실제공'과 '구두제공'의 2가지 방법이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현실제공은 사실상 채권자의 수령(또는 협력)이 있으면 바로 변제가 완료되는 상태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구두제공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말'로 제공하는 건데요, 정말 입으로만 이행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준비는 거의 다 하여 두고, 변제 준비가 다 됐다고 채권자에게 통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칙적으로는 현실제공을 하여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제460조 단서의 요건을 충족하면 구두제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제460조에서 공부할 것이니,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알고 지나가셔도 충분합니다.


3. 채권자의 수령 거절 또는 수령 불능이 있을 것

마지막으로, 채권자의 수령 거절이나 수령 불능이 있어야 합니다. 채권자가 채무이행을 냉큼 수령했는데 그걸로 채권자지체가 발생할 수는 없겠지요. 최소한 받을 수 없는 상태였거나, 아니면 고의로 그냥 안 받는 상태여야 합니다.


참고로, 여러 교과서에서는 추가적인 논점으로서 채권자지체의 발생 요건에 채권자 본인의 고의나 과실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요구하듯이, 채권자지체 책임에서도 채권자의 귀책사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냐, 하는 것이지요. 


1설은 채권자가 협력하여야 하는 의무를 안 하는 것도 채무불이행으로 보고, 채무불이행책임이니까 귀책사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채무불이행설). 반면, 2설에서는 민법 제400조에 따른 채권자지체 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이라기보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책임의 일종이라고 보아 귀책사유가 불필요하다고 봅니다(법정책임설). 그러니까 법정책임설에서는 채권자는 권리를 가질 뿐이지 특별한 협력의무를 지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김준호, 2017). 그 외에도 앞의 학설을 절충한 학설도 있고 그런데, 상세한 내용은 교과서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채권자지체가 발생하는 요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 채권자지체는 도대체 성립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기에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그에 대해서 내일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0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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