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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Sep 19. 2023

민법 제401조, "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

제401조(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


어제 우리는 채권자지체란 무엇인지, 또 어떤 요건이 갖추어져야 성립하는 것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채권자지체가 성립함으로써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민법에 따른 채권자지체의 효과는 5개이며, 오늘 공부할 제401조도 그중 하나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준호(2017)와 같이 채권자지체의 효과를 4개로 기술한 교과서도 있습니다(공탁권 부분 제외). 송덕수(2020)의 경우 5개로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공탁권도 포함하여 5개로 서술하였습니다.


[채권자지체의 효과]


1. 채무자의 면책(민법 제401조)

제401조의 내용입니다.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만 아니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대한 과실'이라고 했으니까, 경과실에 대해서도 봐주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자신의 집을 팔기로 계약을 했다고 합시다. 잔금을 치기로 한 날 철수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해서 등기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희가 갑자기 전화로 "오늘 갑자기 기분이 안 좋다. 다른 날에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자." 이러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수의 집에 사고가 발생해서 일부가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채권자지체 상태가 아니더라면, 원래는 철수는 이행지체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법 제392조는 이행지체 중에는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더라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92조 단서는 적용되지 않는 사례라고 가정합니다). 또한, 우리가 앞서 공부한 제374조에서는 특정물을 인도하는 것이 채권의 목적인 경우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이 인도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준수하여 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지체가 없다면, 철수는 제374조의 선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영희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했을 것입니다.

제392조(이행지체 중의 손해배상) 채무자는 자기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하여도 손해를 면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74조(특정물인도채무자의 선관의무)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한다.


그러나 영희가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서 철수의 이행제공을 수령하지 않아 도리어 채권자지체에 빠졌기 때문에, 철수는 위에 기재되어 있는 채무불이행책임이나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면책됩니다. 설령 집에 발생했던 사고가 철수의 경과실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면책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아무리 채권자지체 중이라고 하더라도 철수가 고의로 집을 때려 부수거나 아주 중대한 과실로 화재를 발생시켰다면 면책이 되지 않을 겁니다. 채권자지체가 있다고 해서 채무자가 무엇이든 맘대로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처럼 제374조에 규정되어 있던 특정물 인도채무에서의 선관의무를 사실상 가볍게 해 준다는 점에서, 제401조에 규정된 채권자지체의 효과를 '주의의무의 경감'으로 표현하는 교과서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판례 중에는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80년대의 사건인데요, 고추를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한 손님을 위해서 건고추를 사들여서 보관해주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고추상인은 사들인 건고추를 자신의 점포 2층에 보관하였습니다. 나중에 공부하게 되겠지만 이런 것을 임치계약이라고 합니다. 손님은 임치인, 고추상인은 수치인이 됩니다. 그런데 고추상인이 이제 그만 건고추 찾아가라고 요구하였음에도 손님은 건고추를 찾아가지 않았고, 그 사이 건고추가 벌레를 먹어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건고추 보관약정은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치라고 할 것이므로 수치인인 피고는 언제든지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할것인바,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건고추가 변질되고 벌레먹기 전인 1981.5.경 피고가 원고에게 보관물의 처분과 인수를 요구하였다면 이는 임치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회수를 최고한 의사표시라고 볼 여지가 있고, 그와 같이 본다면 원고가 원심인 정과 같이 시세가 싸다는등 이유로 그 회수를 거절한 이상 이때부터 수령지체에 빠진 것이라 하겠으므로 그후 피고보관중인 위 건고추가 변질되고 벌레가 먹음으로써 상품가치가 상실되었다고 하여도 그것이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한 피고에게 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피고(고추상인)의 손을 들어주었던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3. 11. 8., 선고, 83다카1476, 판결).


2. 이자 면제(민법 제402조)

채권자지체가 발생한 경우, 이자 있는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이자 지급의 의무가 면제됩니다. 민법 제402조에 규정된 내용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내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증가된 비용의 채권자 부담(민법 제403조)

채권자지체가 발생한 동안, 목적물의 보관이나 변제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민법 제403조에 규정된 내용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곧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채무자의 공탁권(민법 제487조)

채권자가 변제를 안 받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 민법 제487조에 따라 채무자는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할 수 있습니다. 즉,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이니 물건을 제3의 중립적인 기관에 맡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채무자는 이행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채무를 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487조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487조(변제공탁의 요건, 효과)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


5. 쌍무계약에서의 위험 이전(민법 제538조제1항)

갑자기 뜬금없이 민법 제538조가 나옵니다. 채권자지체의 효과가 제404조가 아니라 제538조에 들어간 이유는, 해당 조문이 나중에 공부할 쌍무계약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쌍무계약 및 채무자 위험부담주의의 개념 등에 대해서 모두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것을 다 공부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여기서는 이렇게만 이해하겠습니다. 채권자지체 발생 후에 이행불능이 발생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여전히 채권자의 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요. 세부적인 내용은 나중에 계약법에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538조(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같다.
②전항의 경우에 채무자는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때에는 이를 채권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오늘은 채권자지체의 발생에 따라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내일도 이어서 채권자지체의 효과에 대해 살펴볼 것인데요, 내일 공부할 내용은 이자의 면제에 관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075면.

송덕수, 「채권법총론(제5판)」, 박영사, 2020, 217-2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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