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3조(연대채무의 내용)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때에는 그 채무는 연대채무로 한다.
오늘부터는 연대채무의 개념을 살펴볼 것입니다. 제413조는 연대채무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의 채무자는 각자 채무 '전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고요, 채무자 중 1명의 이행은 다른 채무자들의 채무를 면하게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채무를 우리 민법은 연대채무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배운 불가분채무하고 비슷하지 않나요? 무슨 차이가 있나요?"
불가분채무와 연대채무는 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앞서 제411조는 연대채무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규정을 불가분채무에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늘 보고 있는 제413조도 준용됩니다. 즉, 여러 채무자 중 1명이 이행을 하면 다른 채무자들도 그 채무를 면하게 된다는 점은 불가분채무도 똑같다는 거죠.
하지만 양자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일단 위에서와 같은 특징이 나오는 원인이 좀 다릅니다. 이른바 명분(?)이 다른 거죠. 불가분채무가 성립하는 중요한 근거는 바로 급부의 불가분성이었습니다. 급부를 나눌 수 없는 이유는 2가지였습니다. 급부의 성질, 그리고 당사자의 의사표시였지요. 급부를 나눌 수 없으니까, 1명이 통째로 채무를 이행하게 되는 거고, 다른 채무자들은 그로 인하여 채무를 면하게 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연대채무는 기본적으로 '연대성'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군대에서 "너의 동료가 잘못했으니 너도 벌을 받아라. 연대책임이다." 이런 말을 듣곤 했었는데요, 거기서의 연대성과 완전히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일단 함께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연대채무의 '연대성'을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연대채무는 어떤 법적 성질을 갖고 있는지, 아래에서 천천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보다 이해하기 편하게 생각하기 위해서 다음의 간단한 사례를 바탕으로 시작해 봅시다.
[사례] 철수와 영희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돈을 갚아야 할 연대채무가 있다.
위의 [사례]에서 채무는 총 몇 개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1억원의 채무 1개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대채무에서의 채무는 채무자의 수와 같습니다. 즉, 1억원의 채무 2개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그 이유는 연대채무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채무 여러 개가 각 채무자의 수만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즉, 채무자의 숫자만큼의 채무가 독립하여 존재하면서, 이들 여러 채무가 하나의 급부를 위하여 결합되어 있다고 봅니다(박동진, 2020).
*아주 옛날에는 연대채무의 성질을 놓고, 여러 명의 채무자가 1개의 채무를 부담하는지 또는 여러 명의 채무자가 각자 1개씩 채무를 부담하는 건지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학계의 통설적인 견해는 채무자의 수만큼 독립된 채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희(채무자)는 나부자에 대해서 5천만원이 아니라 1억원의 독립적인 채무를 집니다. 철수(채무자)도 나부자에 대해서 1억원의 독립적인 채무를 집니다. 나부자는 설령 영희가 사업에 실패해서 가난해지더라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철수에게 1억원을 받으면 되니까요. 즉, 연대채무는 채권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제도입니다. 채권 확보를 용이하게 해 주기 때문이지요.
'독립적인 채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 공부할 제415조를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영희가 사실 제한능력자여서, 나중에 나부자와의 계약을 취소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나부자는 남은 채무자인 철수에게만 5천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부자는 여전히 철수에게 1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415조는 1명의 연대채무자(영희)에게 발생한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은 다른 연대채무자(철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각 채무는 독립적인 것이기 때문에 영희의 채무가 소멸한다고 해도 철수의 채무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제415조(채무자에 생긴 무효, 취소)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법률행위의 무효나 취소의 원인은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앞서 연대채무자들은 서로 독립된 채무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416조나 제417조 등 연대채무에 관한 많은 규정이 '절대적 효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즉, 1명에게 발생한 사유가 다른 채무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완전히 독립적인 채무라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민법의 여러 규정에 따르면 또 많은 부분에서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여기서 학자들은 '주관적 공동관계설'이라는 학설을 만들어냅니다. 연대채무자들이 각 채무를 독립한 채무로 보면서도, 한편으로 연대채무자 1명에게 발생한 사유가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정하는 이유는 채무자 서로 간에 일종의 공동관계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이상영, 2020).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는 철수와 영희가 서로 연대해서 나부자에게 돈을 갚겠다는 그런 의지가 있는 거고, 돈을 갚기 위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경우에 따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우리의 판례도 주관적 공동관계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426조가 연대채무에 있어서의 변제에 관하여 채무자 상호간에 통지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취지는, 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무자들 상호간에 공동목적을 위한 주관적인 연관관계가 있고 이와 같은 주관적인 연관관계의 발생 근거가 된 대내적 관계에 터잡아 채무자 상호간에 출연분담에 관한 관련관계가 있게 되므로, 구상관계에 있어서도 상호 밀접한 주관적인 관련관계를 인정하고 변제에 관하여 상호 통지의무를 인정함으로써 과실 없는 변제자를 보다 보호하려는 데 있으므로"라고 합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다5777 판결).
*주관적 공동관계설 외에도 상호보증관계설 같은 소수 견해도 존재합니다만, 여기서는 통설인 주관적 공동관계설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의 학설의 다툼에 대해서는 참고문헌을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연대채무는 가분급부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급부가 가분적인 경우에는 연대채무가 아니라 불가분채무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김용덕, 2020). 여러 교과서에서는 연대채무의 목적은 가분적인 급부(예: 위 [사례]에서와 같은 금전채무)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어떤 채무 A가 연대채무인지, 불가분채무인지 구별하는 기준이 그 급부의 가분성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공부했듯이 불가분채무에서 그 급부의 성질은 가분적인데도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해서 불가분성을 갖게 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죠.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급부의 가분성만을 기준으로 연대채무와 불가분채무를 구별하긴 어렵습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그렇다면 뭘로 구별하느냐? 그 부분은 연대채무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봄으로써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연대채무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알아봅시다.
대표적으로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로 연대채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 간에 연대채무를 부담하기로 한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면, 그러한 특약을 함으로써 연대채무가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철수와 영희가 나부자와 계약을 맺고, 계약서에 명확하게 연대채무를 진다는 점을 밝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법률행위의 대표적인 예로 계약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유언과 같은 단독행위에 의해서 연대채무가 발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연대의 특약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며, 연대의 특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례는 어지간해서는 불가분채무로 보고, 연대의 특약을 추정해 주는 것에 꽤 소극적이라고 합니다(박동진, 2020: 409면).
법률행위가 아니라 법률에서 아예 연대채무라고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살펴볼 사용대차나 임대차의 경우, 공동하여 물건을 빌려 쓴 때에는 서로 연대해서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민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제616조(공동차주의 연대의무) 수인이 공동하여 물건을 차용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의무를 부담한다.
제654조(준용규정) 제610조제1항, 제615조 내지 제617조의 규정은 임대차에 이를 준용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법률에 '연대'라는 표현이 나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우와, 내가 공부했던 연대채무구나!"이렇게 생각하셔서는 안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연대라는 표현이 있어도 연대채무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중에 공부할 공동불법행위에서는 그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판례와 학계의 통설적 견해는 이를 연대채무가 아닌 부진정연대채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학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전에 민법총칙 파트에서 공부한 조문 중 제35조제2항이나 제65조의 경우, 이것이 연대채무인지 부진정연대채무인지 교과서에 따라 좀 다르게 기술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
②법인의 목적범위외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사항의 의결에 찬성하거나 그 의결을 집행한 사원, 이사 및 기타 대표자가 연대하여 배상하여야 한다.
제65조(이사의 임무해태) 이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사는 법인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어쨌거나 위와 같은 사례를 여기서 모두 다 외울 필요는 없고, "아, 나중에 부진정연대채무라는 것도 공부해야 되겠구나."라고 예감(...)하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민법 외에도 상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연대채무가 인정되는 사례들도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참고문헌이나 교과서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연대채무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으셔도, "그래서 불가분채무랑 크게 다른 부분이 뭐야?" 이런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연대채무에 대해 다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일부터 계속 이어서 연대채무의 효력에 대해 살펴보게 될 것인데요, 이것을 모두 알아본 다음에 불가분채무와의 차이점에 대해 한꺼번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각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786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93면(제철웅).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74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08면.
이상영,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16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