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47조, "증여, 유증에 관한 규정의 준용"

by 법과의 만남
제47조(증여, 유증에 관한 규정의 준용) ①생전처분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는 증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②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47조에서는 처음으로 '증여'와 '유증'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증여에 대해서는 사실 상식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대부분 아실 것입니다. 증여란 말 그대로 준다는 것입니다. 그냥 주는 것이지요. 법학에서는 이를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행위라고 부릅니다. 이는 '민법'의 채권법 파트에서 증여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가르치는데,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충분합니다.


민법에서는 제3편 [채권]편의 제2장 [계약]에서 제2절 [증여]에 관한 별도의 파트를 만들어 두고 증여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습니다.

제554조(증여의 의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47조제1항은 '생전처분'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는 증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요? 제1항과 제2항을 비교하여 봅시다. 제1항은 '생전처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요, 제2항은 '유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제1항과 제2항을 나누어 규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재단법인은 재산의 출연을 통하여 이루어진 법인으로서, 그 실체는 재산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산이 출연되는 방식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출연자가 살아 있는 동안(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고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둘째, 출연자가 유언을 남겨 그 유언에 따라 재산을 출연하고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제1항은 첫 번째 케이스에 대해서, 제2항은 두 번째 케이스에 대해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연자가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출연하는 행위는, 사실상 출연자가 누군가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넘겨주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는 사실상 증여와 다름없다고 보는 것이고, 그래서 제1항은 '증여'에 관한 규정을 '생전처분'에 관하여 준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생전처분에 따른 출연행위가 민법상의 '증여계약'과 법적 성질이 동일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4일차(민법 제4조)에 법률행위와 법률요건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법률행위는 크게 단독행위와 계약으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단독행위란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상대방에게 효력을 미치거나 법률관계를 형성시키는 법률행위이고, 계약이란 쌍방의 의사표시에 의해서 성립하는 법률행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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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처분에 따른 출연행위는 애초에 그 행위의 '상대방' 자체가 없는 상태입니다. 재단법인은 아직 있지도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단독행위입니다. 그러나 증여계약의 경우, 철수가 영희에게 연필을 증여한다는 의사표시는, '연필을 주겠다'는 철수의 의사와 '연필을 받겠다'는 영희의 의사, 즉 '쌍방'의 의사표시가 합치된 것입니다. 영희가 받기 싫으면 그 계약은 안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건 계약인 겁니다. 비록 민법 제47조에서 증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전처분에 따른 출연행위'와 '증여'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며, 그 법적 성질은 서로 다르다는 점. 잊지 마세요.


한편, 제2항에서는 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언이란 말 그대로 죽기 전에 남기는 말입니다. '유증'이란, 유언을 통하여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자기의 재산상 이익을 타인에게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죽기 전, "내가 죽으면 내가 아끼던 바이올린을 나와 함께 묻어다오."라고 말했다면 이건 유언입니다. 그런데 철수가"내가 죽으면 내가 아끼던 바이올린을 내 손자에게 물려주어라."라고 했다면 이것은 유증입니다.


따라서 제1항에서의 논리와 유사하게, 유언을 통한 출연행위는 유언을 통해 재산을 넘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아 관련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은 출연재산이 어떻게 법인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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