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조의2(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의 등기)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거나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가처분을 하거나 그 가처분을 변경ㆍ취소하는 경우에는 주사무소와 분사무소가 있는 곳의 등기소에서 이를 등기하여야 한다.
조문 번호를 보면 알겠지만 가지번호입니다. 처음 민법이 만들어질 때에는 없던 조항이라는 겁니다. 제52조의2는 2001년 12월 29일 민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문입니다.
제52조의2에서는 낯선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직무집행은 대강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직무대행자', '가처분'이라는 단어는 처음 보는 표현입니다. 뭘까요?
이사는 대내적으로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고 대외적으로는 법인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그만큼 이사는 법인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이사'가 잘못된 절차로 선임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는 A라는 비영리법인의 이사입니다. 그런데 철수가 이사가 되는 과정이 석연치가 않았습니다. A 법인의 정관에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철수를 이사로 선임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이해관계인은 철수를 선임한 행위의 무효나 취소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송이라는 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또한, 철수는 자신이 선임된 데에는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끝까지 가보자고 하는 중이니, 소송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위하여 우리의 민사집행법은 '가처분'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민사집행법은 강제집행과 가처분 등에 대하여 규정한 우리의 민사법입니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민사집행법'을 검색해 보세요).
제300조(가처분의 목적) ①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현상이 바뀌면 당사자가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한다.
②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하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처분은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여야 한다.
어려운 표현으로 가처분이란 금전채권 이외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보전(保全)하기 위한 집행보전제도인데요, 단순하게 설명드리면 소송이 확정되기 전에 급한 사정이 있어 법원이 뭔가 조치를 취해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경우에 법원이 '임시로'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가처분이 아무 때에나 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때에 법원이 도와주는 것이므로,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특히 법인과 같이 큰 단체의 경우에는 다수인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 지위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철수를 그대로 이사로 두고 직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이 크게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A 법인의 구성원이 철수의 직무집행을 정지하여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철수는 이사로서 어떠한 직무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직무가 '정지'된 것이지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사인 철수의 직무가 정지됨으로써, 철수가 하던 이사로서의 일을 아무도 수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사라는 것이 법인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지위인데, 공석이 되어 버린 거나 다름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직무집행정지를 명하는 가처분과 함께 직무대행자 선임을 구하는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면 법원은 철수를 대신하여 이사로서 일할 수 있는 '대행자'를 선임해 주는 것입니다. 직무대행자는 법원이 재량껏 정하는데, 보통 중립적으로 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법원에 신청하는 것입니다.
이제 제52조의2에서 말하는 '가처분'과 '직무대행자'에 대해 이해하셨습니까? 물론 여기서 공부한 내용은 상세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가처분에 대해 깊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민사집행법 교과서를 참조하셔야 합니다.
이처럼 법인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거나 직무대행자가 선임된 경우, 법인 밖에 있는 제3자는 해당 법인과의 관계에서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등기하도록 제52조의2는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등기를 해두면 제3자도 "아, 등기를 보니 철수는 더 이상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구나! 영희라는 사람이 직무대행자로 선임되었으니, 이 사람과 거래해야겠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일은 등기기간의 기산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295&ccfNo=3&cciNo=6&cnpClsNo=1, 2019. 7. 1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