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상실

그녀들 - 1. 페트로넬리아

by 날마다

부활절의 이른 아침, 페트로넬리아는 그녀의 아기를 잃었다. 이제 갓 8개월을 넘긴 아이였다. 전날 밤 조금은 불편한 듯 적게 먹고 잠이 든 아이는 한밤중이 된 무렵부터 설사와 고열로 보채더니, 진료소로 데려갔을 때는 이미 손쓸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소. 진료소 말고, 음바가티 병원으로 데려가봐요.”


의사의 말에 정신없이 달려왔던 페트로넬리아와 그녀의 남편은 다시 아이를 들쳐안고 컴컴한 골목길 밖으로 쫒겨나다시피 나왔다. 새벽시간 슬럼가 거리에서 택시나 마땅히 탈 것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가 아기를 안고 다시 무작정 달리고 있을 때, 남편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댔다. 오토바이 보다보다라도 찾고있던 모양이었다. 그러길 한참, 또 어떻게 겨우 불러낸 오토바이를 타고 음바가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이미 죽어있었다. 새벽 3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다.


페트로넬리아는 한동안 멍하니 무엇을 해야할지 알수 없었다. 달려오느라 땀범벅에 무럭무럭 열이 오른 그녀의 품 안에서도 아기의 몸은 점점 차가워지기만 했다. 그녀는 문득 누군가에게 이사실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손가락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그렇게 그녀가 전화를 건 상대는 그녀가 일하는 주인집 여자 마마 R이었다. 왜 하필 그녀인지, 혹은 이 시간이면 분명 자고있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을 때에도 왜 받지 않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페트로넬리아는 다시 마마 R에게 메시지를 찍어보냈다. '마마, 나, 딸아이를 잃었어요' 한글자 한글자 자판을 찍으면서 그녀는 점차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우리 아기가 죽었구나. 눈물이, 그제서야 눈물이 소리와 함께 그녀 밖으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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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그녀는 아이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인 카카메가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두어시간쯤 달렸을때 마마 R이 남긴 부재중 전화를 보게 되었다. 아마, 그녀가 새벽에 건 전화와 메세지를 보고 연락했을 터이다.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페트로넬리아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마 R은 금새 전화를 받아들고 특유의 목소리로 “페티, 무슨일이 있었던거야.”하고 물어왔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에게 쭉 설명할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담담했던 목소리가 갈수록 잘게 떨리면서 거세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입으로 이 말을 해야하는 차례가 왔다.


“…마마, 내 딸이 죽었어요”


짧게 숨을 들여마시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어쩌면 그럴수가 있어. 페티, Sorry. I’m so sorry.”


여자의 흐느낌을 듣는 순간, 페트로넬리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함께 감정이 터져나왔다.


“I don’t know, mama. I don’t know!”


마지막은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였다. 생긴지도 모르고 있다가 낳은 늦둥이였다. 주인집 여자처럼 편하고 안락하게 살라고, 그녀의 이국적 이름을 아기에게 지어주었었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를 왜 이유 조차 알지 못하고 이렇게 일찍 잃어야만 했나.



잠시 울음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페트로넬리아는 이후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마, 나는 지금 고향집으로 가고있어요. 거기서 화장도 하고, 아기 장례를 치를거야.”


조심스럽게 '남편이랑 같이 가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마마 R은 그녀가 혹시나 혼자 이 모든 일을 치르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당연히 같이 가고 있다는 페트로넬리아의 대답에 조금은 낮아진 목소리로 나이로비로 돌아오면 연락을 달라는 말로 통화는 끝이났다.


잠시 정차해있던 나쿠루 타운의 변두리에 곧 차가 출발한다는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주섬주섬 전화기를 챙겨넣고, 천천히 차로 향했다. 한바탕 울었던 탓인지 마음이 조금은 건조해진것도 같았다. 그렇게 페트로넬리아는 다시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고향땅으로 가면 분명히 아이는 영원의 평안속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또 언젠가 그녀도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믿음의 뒤로 나쿠루의 서늘한 공기가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Rest in Peace, baby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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