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가 커튼을 걷고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곳곳에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지만 아직 비나 눈은 오지 않아요.
창밖에 있던 나무를 바라보았어요. 바람이 부는지 작은 이파리들이 일렁일렁 파도를 치네요.
"흠," 잠시 고민하던 리오가 창문을 열었어요.
"조금 추운가?" 쌀쌀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들어오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에요.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길에는 해가 나 따듯해질 수도 있죠.
고개를 연신 갸우뚱갸우뚱하던 리오.
결국 무얼 챙겨가야 할지 물으러 다시 부엌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런, 엄마가 너무 정신없이 바빠 보이네요.
리오는 조심스레 부엌 바깥으로 나왔어요.
"내가 알아서 챙겨봐야겠어." 결심한 리오는 다시 방으로 향했답니다.
"비가 올 수 있으니 우산을 챙기고, 추울 수도 있으니까 목도리도 챙기자. 아, 가다가 목이 마를 수도 있으니 물도 챙기고, 해가 쨍쨍할 수도 있으니 모자도 챙겨가야지. 가다가 다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 잠시 쉬어갈 담요도 챙길까? 그럼 그때 심심하지 않도록 코끼리 씨도 챙겨가자!"
리오의 짐은 점점 산처럼 거대해졌어요.
그것을 보며 리오는 뿌듯하게 미소 지었답니다.
마음이 든든했어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했으니까요!
그 많은 짐들을 이고진 리오가 현관을 나서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엄마, 할머니 댁에 다녀올게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끓는 주전자와 넘쳐흐르는 냄비 사이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엄마는 "조심히 다녀오렴!" 이라고 큰소리로 배웅할 뿐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