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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핀의 동굴

by 아스터



루이스핀은 자신의 머리만한 몸, 그리고 머리의 반만한 코를 가진 난쟁이에요.

언제나 산같이 높은 뾰족 모자를 쓰고, 드높게 콧대를 세운 채 어정어정 돌아다니고는 한답니다. 어찌나 콧대가 높은지 멀리서 보면 모자와 코가 구분되지 않아 코뿔 루이스핀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그런 난쟁이 루이스핀.

마을에서 가장 똑똑하고 이성적인 루이스핀.

그는 언제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답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어요.


토끼 대가족의 이사를 도와달라는 이웃의 부탁에 루이스핀은 눈을 흘기며 답했어요.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데 쓸 시간은 없다고."


날개를 다쳐 슬피 우는 종달새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안된 일이지만 본인의 부주의야. 조금 더 조심했어야지."


학교 숙제를 도와달라는 아기 너구리의 부탁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어요.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지. 남에게 빌붙어 득을 보려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야."


숲의 주민들은 모두 루이스핀이 얼마나 똑똑한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더 이상 그에게 가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없었답니다.

그래도 루이스핀은 괜찮았어요.


그 역시 자신보다 멍청한 사람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길에만 집중하며 바삐 걸음을 옮기던 루이스핀.

순간 그가 딛고 있던 땅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루이스핀은 깊고 깊은 땅굴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하늘이 까마득하게 멀어진 후였어요.


루이스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동원해 구멍을 빠져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번의 시도가 한 번의 실패가 되고, 두 번의 시도가 두 번의 실패가 되자 루이스핀은 절망감에 휩싸였답니다.

끝내는 자리에 주저앉아 탄식했어요.

"신이시여, 원망스러운 신이시여! 어째서 저에게 이런 불운을 주시나이까. 지금껏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똑똑하게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건 너무도 불공평한 처사십니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어요.

그 침묵이 탄식에 대한 대답처럼 느껴지자 마음이 조급해진 루이스핀은 결국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도와주오! 이 숲 속에서 가장 똑똑하고 현명한 난쟁이 루이스핀이 땅굴에 갇혔으니, 지나가는 누구라도 있다면 나를 좀 꺼내 주시오!"

-도와주오-

-꺼내 주시오-

루이스핀의 절박한 목소리가 좁고 긴 구멍 안을 메아리칩니다.

그렇게 메아리치던 목소리는 루이스핀에게 돌아와 그의 귓가에 속삭였어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결국에는 본인의 부주의잖아.


비웃는 것처럼 들리는 냉소적인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소리에 루이스핀이 버럭 성을 냈어요.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사람이 곤경에 처해있는데 재깍재깍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거기다 분명 말해두지만 이건 절대 내 탓이 아니네! 이런 곳에 굴러 떨어지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 괜한 소리 말고 얼른 나를 구하란 말이야!"


하지만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다시 그에게로 돌아옵니다.

마치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그를 비추며 말합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아아, 똑똑한 루이스핀.

너무 똑똑해 자신밖에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루이스핀.

그는 오늘도 자신의 동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외롭게 싸우고 있답니다.






©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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