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리민 남편의 애월 사랑
남편의 고향은 제주도 애월이다. 애월리 애월읍에서 나고 자라 36년을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찐 제주도민.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부터 알게 된 게 있는데, 제주도민들은 제주사랑이 그 어떤 지역보다 '유별나다'는 거다. 남편 역시 그러하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게 되면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인 건지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지역주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가 얽혀 그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제주도가 교통비도 좋아졌고 과거에 비해 발전해서 살기도 좋아졌다. 또 카페니 맛집이니 각종 핫플들이 모인 게다가 어디서든 천혜의 자연환경까지 누릴 수 있는 많은 이들의 워너비 섬이 지만, 불과 10년 정만 하더라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남편 역시 제주도가 이렇게 변할 줄 제주도민 대부분은 몰랐을 거라 얘기하곤 하니까 제주도의 변신은 정말 빠르게 진행된 듯하다.
애월은 이미 '소길댁 이효리'가 살았던 동네로 유명세를 타면서 특히 육지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된 지 오래다. 내가 애월에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처음에 남편과 신혼집을 구할 때 편의시설이 많은 시내 쪽으로 할지, 남편의 고향인 애월로 할지를 두고 고민을 했었다. 남편의 직장도 시내인 데다 도시에서만 살던 내가 제주도에 처음 적응하려면 시내 쪽이 더 나을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둘 다 상관이 없다고 그러면서도 애월을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애월은 부모님과의 추억을 비롯하여 속속들이 남편에겐 의미 있는 곳이었고, 애월 청년활동을 할 정도로 남편의 애월 사랑은 남달랐으니까.
시내와의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지척에 바다를 두고 있는 애월은 사실 내게도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40여 년을 도시에서 빡빡하게 살아왔는데, 제주도에서까지 굳이 시내에서 살 이유도 없었다. 필라테스 학원이나 병의원들을 가려면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남편과 합의해 애월에 터전을 구했다.
그렇게 이곳에 산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애월에 살면서 공항 근처와 제주시내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나간다. 미용실이나 마트, 공항에 갈 일이 두 어번 이상은 생기기 때문. 또 제주 동쪽이나 남쪽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건너간다. 주로 애월 생활권이긴 하지만, 나는 제주도 전역을 돌아보며 어디가 살기 좋은지를 계속 보고 있다. 그동안 애월에서 살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자연과 편의가 가까운, 100m 앞바다'
애월은 바다와 오름을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지역이다. 걸어서 바다를 갈 수 있거나 집에서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카페거리로 유명한 한담 해변과 넓은 백사장이 있는 곽지해변, 제주 서쪽 지역의 명소인 협재해수욕장과도 차로 5분~15분 내로 다 가능하다. 새별오름과 녹고메 오름, 노을 명소인 금오름과도 가까워 언제든 오름에 오를 수 있다. 이런 자연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갈증이나 휴식에 대한 욕망을 수시로 풀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여행병'을 일 년 동안 겪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이곳에 살면서 내게는 수시로 산책하는 취미가 생겼다. 날씨가 좋고 집 밖 풍경이 좋으면 혼자서 20~30분 가볍게 돌아본다. 사소한 산책으로 마음에 바람을 넣고 다시 일상을 마주할 힘을 얻는다. 언제 어디서든 공들여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기도 한다. 과거엔 셀카나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면, 요즘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꽃 같은 자연에 눈길이 더 간다. 지금의 순간을 잃고 싶지 않아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했다. 비록 구독자는 몇 명 없는 채널이지만, 나를 힐링하고 나를 채우는 또 다른 취미가 생긴 것이다. 굳이 맛집이나 유명한 카페를 찾지도 않는다. 그냥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애월을 살고, 그 속에 스미는 중이다.
애월 일상에 스미는 중
집 근처의 한적한 애월 마을을 산책하거나 도서관에 가는 일상이 좋다. 여름이면 집 앞 방파제에 나가 낚시를 해서 한치회를 먹고, 주말이면 인근 바다로 캠핑을 가서 쉬다 온다. 모든 게 섬 안에서 이뤄진다. 누군가는 제주도가 아무리 좋아도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극복할 만큼은 아니다라든가 제주도를 답답한 섬, 갇힌 섬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섬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월이라는 지명은 해안가 모습이 초승달 모양으로 보여 지어졌다는 말이 있다. 물가의 높은 땅이라는 말도 있다. 어찌 됐든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지어진 예쁜 지명이다. 그런 까닭에 애월에 산다면, 바다가 주는 모든 풍요와 아름다움을 듬뿍 누리며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 살아보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