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구요?

살아보고 말하는 제주도 체감 물가

by 잔별
'제주도는 물가가 엄청나다는데, 살만해?'
'제주도는 임금은 싸고, 물가는 비싸다며....'
'제주도는 밥값도, 커피값도 왜 이렇게 비싸니...'

제주도에 산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물가'에 관한 것이다. 이건 거의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찬 단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도 물가는 비싸다 '카더라~' 육지에 비해 임금은 적게 주고 물가는 비싸서 제주도는 여행은 좋아도 살기는 힘든 곳이라더라. 같은 이미 '제주도 물가는 비싸다'라는 가정하에 들어오는 질문이다. 아마도 제주도의 몇몇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이거나 제주도 여행에서 경험했었던 제주도 물가를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서울 경기권에 살면서, '물가가 싸다. 물가가 싸서 살만하다.'라고 느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게 나만 느끼는 것인가? 왜 나는 언제나 물가가 다 비싸게 느껴졌고, 외식을 하거나 치킨 하나를 시켜먹으면서도 '와~ 진짜 싸다, 싸게 잘 먹었다' 하는 경험을 거의 못했던 것 같을까. 이게... 저만 그런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왜 제주도에만 그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인지 좀 궁금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주도를 다른 지역, 예를 들어 부산이나 여수, 경주나 광주 같은 곳과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제주도에 대한 기대감이 타 지역보다 더 크다랄까. 물가만 콕 집어 얘기하더라도, 부산이나 여수, 경주 같은 여타 관광지들의 밥값, 커피 가격도 어마 무시한데 말이다. 아무튼, 아직 일 년 밖에 살아보진 않았지만, 지역 하나로 마트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 육지에서 밀키트와 신선식품을 꾸준히 배송시켜먹는, 쿠팡 로켓 배송 정기권을 끼고 살며, 서울 살 때와 다르지 않게 쇼핑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인데, 제주도 물가의 정의는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제주도 물가,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제주도 물가는 비싼 것도 있지만, 반면에 육지보다 싼 것도 분명히 많다. 첫째, 제주도 배송료에 붙는 도선료 3000원은 내게도 가장 아까운 돈이지만, 이를 해결해 줄 구원자는 '쿠팡 로켓 배송'에 있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아라! 그것이 바로 무료 반품배송, 추가 배송료가 없는 쿠팡이었다. 우리 집 신혼살림의 잡다한 생활용품은 거의 쿠팡맨이 가져다주었다.


인터넷 쇼핑몰의 옷이나 기타 제품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주문한다. 대신 꼭 필요해 보이는 것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그래도 사고 싶으면, 3000원을 추가로 내고서 구입한다. 살림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장바구니 물가가 제일 중요할 텐데, 내가 느낀 바로는 육지의 대형마트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혹자는 제주도는 채소값이 장난 아니더라... 고도한다. 하지만 채소나 과일 역시 제주도에서 사면 비싼 게 있고 싼 게 있다. 제주도 특산물인 당근, 브로콜리, 무, 양배추 등은 현지 로컬마트나 대형마트에서 육지보다 싼 값에 살 수 있고, 귤, 천혜향이나 레드향 같은 과일도 육지보다 훨씬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귤 천지인 제주에선 귤쯤이야 사지 않아도 충분히 얻어먹을 수도 있고, 농장을 직접 하고 있는 업체를 뚫으면 배송료 없이, 최근 수확한 걸 가져다 먹을 수도 있다. 다른 과일들은 비슷한 수준이었고, 내가 제주도에서 확실히 비싸다고 느낀 건 바로 바나나였다. 하나로마트나 로컬마트에선 제주산 바나나를 가져다 놓기에 그렇다. 하나로마트에 가서 제주산 바나나를 사려다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바나나를 즐겨먹는 나는 이 문제를 온라인 배송으로 해결했다. 가끔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곳에서도 사곤 한다. 수입산 바나나는 대형마트에 가야만 있지만,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풍부한 해산물 때문이었다. 섬 지역인 만큼 마트에만 가도 다양한 해산물이 있고, 육지에 비해 값도 훨씬 싸다. 예를 들어 하나로 마트에 가면 10개들이 활전복을 만원에 판다. 문어나 뿔소라 같은 해산물도 비싸지 않아 가끔 사다 먹는다. (지인들이 낚시로 잡아서 주기도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모둠회나 참치회 같은 회 종류도 2만 원대에 겟할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환장하는 포인트다. 채소나 해산물의 가격은 현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리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생필품의 경우, 자주 사게 되는 우유나 달걀, 쌀, 라면이나 기타 냉동식품의 가격은 거의 비슷한 수준. 때문에 마트에서 장 보다가 '헉'하고 기겁하면서 돌아온 기억은 한 번도 없었다.


밥값이나 커피값에 대한 이야기

제주도에 오면 해외 가는 것보다 돈을 많이 쓴다고. 제주도 밥값은 왜 그렇게 비싸고, 커피값도 왜 그리 비싸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당연하다, 제주도는 관광지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제주도에 와서 이왕이면 맛집을 찾아가거나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재료 (문어, 전복, 흑돼지)가 들어간 요리를 많이 먹는다. 가장 쉽고 보편적인 전복죽 만원이나 만 이천 원, 문어 해물라면 만원, 이런 걸 4명이 먹으면 당연히 4~5만 원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먹어도 아마 비슷하게 나올 걸? 원재료 자체가 싼 재료가 아니니 말이다. 멋진 바다 뷰나 예쁜 포토존을 가진 핫플 카페를 찾아가서 커피값 7000원이 비싸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서울에서도 야경이 예쁘거나 도시 뷰가 내려다보이는 곳, 성수동, 한남동 같은 핫플에 가면 커피값이 비싸다. 이른바 관광지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민들은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카페나 맛집에 그리 자주 가지 않는다. 스타벅스나 투썸 같은 곳은 제주도라고 더 비싸지도 않고, 바다까지 볼 수 있는 곳이 많아 대부분 그런 곳이나 동네 커피숍에서 4000~5000원 선에서 커피를 마신다.


작가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여의도나 상암동에서 주로 일하며 커피나 밥을 먹어왔던 나로서는 제주도 물가가 서울보다 비싸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점심에 밥 먹고 커피 한잔 하면... 후덜덜하는 가격을 지불했고, 1인 점심 밥값이 기본 9000원, 쌀국수에 애피타이저라도 곁들이는 날이면 친구와 나눠서 내도 13000원~15000원을 내야 했다. 후식으론 거의 매일 4000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서울 경기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직장인이 점심값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백반이 아닌 이상 대부분 만원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도민들은 어디 가서 밥을 먹냐, 도민들이 가는 곳은 좀 싸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은 백반이나 김치찌개 같은 게 7000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제주도에 와서까지 굳이 일반적인 가정식을 먹고 싶지는 않으니, 좀 특별한 걸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밥값이 비싸다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이곳에 맞게, 맞춰서, 살게 되더이다.


마지막으로 쇼핑에 있어서 선택의 폭이 좁다.라는 건 확실히 맞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아무래도 도선료 생각을 하다 보니 도선료를 안 받는 곳이나 쿠팡을 자주 이용한다.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가구 배송이 안 되는 곳이 많다 보니 무료배송을 해주는 한정적인 업체 (한샘, 리바트, 에이스, 몇몇 업체 )에서 구매해야 해서 가구 선택의 폭이 좁았다. 배송료를 내면 다른 가구들도 들여올 수 있지만, 가구 배송이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현실에 맞춰 적당한 타협안을 찾았다. 서울에서 혼자 살 때 자주 이용하던 마켓 컬리는 아예 끊었다. 제주도까지 배송이 안되기 때문이다.ㅠㅠ 대신에 제주도까지 배송해주는 다른 업체를 찾았다. 마켓 컬리에 있던 물건이 없거나 신선식품 중에' 제주도 배송불가'가 뜨는 제품도 있지만, 냉동 밀키트 제품이나 식재료들은 도선료 추가 없이 배송이 가능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시켜먹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제주도가 육지와 다른 게 어디 물가만 그러하겠나 싶다. 제주도 물가가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는 것처럼, 제주살이가 도시살이 보다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육지에서 건너올 때 붙는 도선료 3000원을 당연하게 여기고, 농수산물의 가격이 변동되는 것에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오래 이곳에서 터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다른 곳과의 다름이나 불편함이 이곳을 떠날 이유나 이곳을 싫어할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그들에게 그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제주살이를 생각하거나 제주 이주를 고민하면서 '제주도 물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감히 한마디 조언을 해드리고 싶다. 내가 느낀 제주도 물가는 도시와 엄청나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했듯이 비싸고, 싼 게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와 타협이 가능했다. 그리고 지역의 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다름까지도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만 제주도에 내려와서, 그 이후의 삶에 만족감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잠깐 살고 떠날 곳이 아닌, 오래 터전을 잡고 살아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곳과의 물가의 차이가 크게 불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P.S 제주도 난방비(가스비)는 아직 대부분이 LPG라 비싸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 집은 도시가스 난방이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난방비 후덜덜 하다고들 하더라고요. 혹시 제주에서 집을 구하신다면, 난방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보탭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애월에 살게 된 이유, 애월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