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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01. 2022

인스타그램 따위, 시선 따위


인스타그램의 모든 팔로워를 삭제하고, 모든 팔로잉을 삭제했다. 거의 천 여개에 가까운 피드들(나의 지난 역사와 사진)은 남겨두고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 비로소 인스타 지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하루에도 수 번, 스마트폰을 열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고 피드를 올리고 남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던 시절은 ‘THE END.’ 마침내 끝났다.


더는 그들의 일상에 기웃거리고, 남들의 피드에서 느끼던 묘한 열패감이나 자존감 상실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의 비교에서도 나는 이제 자유였다. 처음 느껴보는 달콤한 뇌의 자유. 그동안 나는 왜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목을 맸을까? 왜 남들의 시선에 그렇게 갇혀 있었을까? 인생에 그리 유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으면서도 왜 끊지 못하고 계속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인스타그램을 계속해왔던 이유는 인스타그램이 나에겐 가장 손쉬운 생활 기록형 도구였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흔적,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내게 인스타그램은 아주 훌륭한 매체였다. 남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엔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자주 볼 수 없는 지인들이나 사람들의 소식도 폰만 열면 1초 만에 알 수 있고, 또 알릴 수 있어 편리했다. 나는 기록하기 위해 피드를 올리는 것일 뿐, 남의 시선이나 반응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었다.     


하지만, 진짜 그랬을까?


처음의 목적은 그러하였으나,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니 나 역시 올라오는 팔로워들의 댓글이나 반응, 좋아요 개수 등에 신경 쓰기 시작했고, 해시태그를 이용하거나 더 멋진 사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싶어졌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나의 목적은 순수하니까’라는 생각 했었지만, 음, 진짜 순수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속 피드들은 거의 대개가 화려하고 행한 모습들이다. 저마다의 행복을 전시하며 속으 은근히 자기 과시를 즐기고, 진짜 본질은 화면 아래 숨겨둔 채 살아간다. 좀 더 지나치면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그것에 몰두하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도, 관심도, 다 무용하다... 오직 나만, 적확히는 내 감정만 돌보기도 벅차다고 느껴졌을 때, 과감히 탈인스타그램을 외치며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냈다. 생각보다도 훨씬 홀가분했고 더 큰 쾌감이 느껴졌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록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쓸데없는 가십이나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느라 놓친 시간들을 빼자, 거기에 다른 것들을 더 할 조그마한 공간이 생겨나기도 했다. (글도 조금 더 많이 쓰는 것 같고?!)

 

‘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그렇게 놓지 못하고 있었지?’     


내가 인스타그램을 끊자, 수소문해서 내 소식을 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진짜 나의 안부가 궁금해서라기보다 갑자기 끊긴 내 소식에서 뭔가 이상기류를 감지해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려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연결고리를 끊어내길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소식이 끊어져도, 내가 연락을 잠시 안 해도, 나를 기다려주는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나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물어주는 이들. 그런 이들이 있다는 걸, 사람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던 인스타그램을 끊어내며 되려 깨닫게 됐다.      


이제 공개적인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개인적인 기록용 용도라면, 비공개라든지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불필요한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 나까지 그 정보의 무덤 속에서 허우적대며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있진 않았는지. 남의 시선에 너무 많은 의식을 하며 살아온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들 다 하는 인스타그램 따위! 남의 시선 따위!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오직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좀 더 의미 있는 방법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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