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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Jan 27. 2023

원고 투고- 거절받을 용기

원고를 투고하면 단박에 내 옥고를 알아주고, 단박에 출간을 하자고 할 줄 알았던 건 아니잖아?

원고를 투고하면 금방 출판사에서 회신이 올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잖아?

원고를 투고해서 모두 거절을 당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잖아?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그런 대범하고 쿨한 인간이 역시나 아니었다. 한 달 전쯤 '불안과 상실'에 대해서 그동안 썼던 글들과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엮어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사실, 불안과 상실에 관한 개인적인 글들, 그리고 이 키워드가 소위 업계 용어로 '먹힐까'라는 고민은 당연히 있었다. 내가 한 고민을 왜 출판사는 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내 원고를 받아 든 편집자들은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 손에 자주 들리는 에세이들은 작고 예쁜 표지에 술술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다. 첫 번째 책도 요즘 비혼 트렌드에 내 글이 잘 맞아서 우연하게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서 순조롭게 출간할 수 있었고! 그래서 두 번째 책도 투고를 하면, 아예 메일이 오지 않거나 거절 메일만 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나 보다.

그런데, 아니었다. ㅠ


30여 곳쯤 출판사들의 투고 이메일, 혹은 홈페이지의 투고란을 통해서 500페이지쯤 되는 원고를 투고했다. 그중 10군데 정도에서 모두 반려 메일을 받았다. 대부분은 매우 정중한 거절이었다.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이니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와 함께. 다른 이들의 출간기를 읽어보고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열어본 메일이 반려 메일일 때 자존감 내려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까지 총 열 번 정도는 나는 누군가에게 퇴짜를 맞았다. 아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누군가는 출간을 하려고 800여 곳에 투고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최소 100군데 넘는 곳에는 투고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도 겨우 출간을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게 <투고 출간>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출간 가능성이 있는 글이라면 30군데 정도 넣으면 연락이 한 두 곳에서는 와야 하고,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출간 방향을 다시 잡거나 원고를 손보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 원고는 이런 방식으론 출간하기 어려울 거라는 거였다.


나에겐 아직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오지 않은 메일들이 남아있고, 그래서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올 메일이 또다시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반려 메일일지 기분 좋게 하게 만드는 출간 메일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내가 거절에는 아직도 많이 익숙하지 않은 인간이구나, 곰곰 되새겨볼 수 있었다. 그동안 그렇게 거절을 받고 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어느 순간에서든, 거절받는 것엔 큰 용기가 필요하고, 거절받을 것을 알고도 도전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임에 틀림없다.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주고 싶다. 아무리 단단히 각오를 했다고 해도, 메일을 쓰고 '투고' 버튼을 누르기까지 엄청난 용기와 실행력이 필요한 걸 잘 알고 있기에. 그 의지와 각오에 박수!


사실은 원고를 투고하고 출간 성공기까지 써보고 싶었으나, 실현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2안으로 독립출간을 생각해 보거나, 아니면 당분간 원고를 묵히거나, 또 다른 새로운 글의 방향을 잡아갈지 내 마음을 지금은 다 모르겠어서.


그래도, 일단 포기하지 말고 가자.

가다 보면,

언제나 내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그 키워드.

'뭐라도 되겠지'

**어떤 출판사의 매우 사려 깊은 반려 메일 때문에 그나마 힘을 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용기를 모두 잃어갈 때쯤 그러니까 이틀 전에 받은 메일이라서, 그래도 힘을 내서 이 글도 쓸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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