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을 때도,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인생이 지겹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힘겹다. 괴롭다. 싫다. 죽을 것 같이 힘들다. 외롭다... 의 감정과 '지겹다'는 감정은 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최근의 나는 인생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설 연휴 때부터 해서 거의 일주일을 휴식기를 가졌고, 그 뒤에 무리한 일정이 겹치면서 남들은 다 한 번씩 앓고 지나갔다는 코로나가 발병 3년 만에 내게도 찾아왔다. 나는 피해 가는 바이러스인 줄 알았더니 여지없다. 제기랄. 혼자서 꼬박 이틀을 앓고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와 독감검사를 두 번이나 했다. 난생처음 코로나 검사= 피 맛 나는 콧구멍 검사의 매서운 맛을 알게 된 것이다. 남들 다 앓은 병이니 대수롭지는 않았는데, 이게 생활 패턴이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감정선도 한꺼번에 무너져서 좀 많이 힘들었다. 몸도 아프고, 밥도 약도 잘 먹어야 후유증이 오래가질 않는다 하니 약을 먹기 위해선 밥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진짜 입맛도 없고 스스로를 잘 챙길수 있을만큼 몸과 맘 상태가 영 좋질 않았다.
요가와 걷기 수영 등 루틴대로 지켜오던 모든 운동이 정지되니, 온몸이 삐걱대는 것 같고, 이대로 독거병사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별별 거지 같은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건 왜 이렇게 지겨운 일 투성일까.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일을 해야 하는 것도, 뭣도 뭣도 다 지겹지 않은 일이 없지 않나... 하는 부정적이고 매우 염세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내 한 몸을 살뜰히 챙기고 보살피는 일조차 너무 지겹고, 사는 게 뭔지, 다 회의적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비루한 몸뚱이를 건사하며 돈을 벌고, 뭔가를 먹고, 가끔은 여행을 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저 그런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일상이 지겹다는 감각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그래도 오늘은 요가도 클리어했고, 워치를 차고, 팟빵을 들으며 노천을 걷고 오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샤워를 하고 큰 도넛을 와구와구 먹으니 또 좀 나아졌다. 이렇게 지겹고 지겨운 일이 점철된 가운데 나는 살아간다. 지겨운 일 속에 기쁜 일, 재미있는 일, 좀 살만한 일들이 섞여 있는 게 진짜 살아있는 인생인 건가.
사는 게 지겨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즘 저는 이게 좀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