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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Feb 21. 2023

원고투고-출판사 연락이 오지 않았다

불안, 상실, 애도에 관해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을  엮어 원고지 500여 장의 원고를 만들었다. 이미 지금 내  브런치에는 <불안이 불행이 되지 않도록>과 <상실이 나에게 데려다주었다>라는 매거진과 브런치북이 올려져 지만, 이 글들을 나와 비슷한 아픔이나 고민을 가진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첫 번째 책 출간 후 공백이 있었기에 두 번째 에세이로 출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디 인생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가. 한 달 여전 쯤 30~40군데 넘는 곳에 투고 했으나, 모든 메일이 반려 메일, 거절 메일이었다. 메일이 아예 오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정중하게, 또는 간략하게 반려의사를 전했다.


간혹 원고가 좋고 흥미롭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출판사의 출간 방향이나 의도와 다르거나 일정이 맞지 않아 힘들겠다는 거였다. 출판사 투고로 인한 출간은 어렵다는 이야기, 참 많이 들었지만, 과연 정말이었다. 그래도 솔직히 한 군데 정도에선 긍정적인 답변이 오기를 기대했었더랬다. 그러나, 메일을 보내고 이미 한 달이 넘었고 대개 이건 좋지 못한 신호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메일을 열 때마다 떨렸다. 당장 출간을 하자고 할까 봐, 김칫국 참 많이 마셨다. ㅋㅋㅋ 그런데, 보통 회신이 긍정적일 경우 전화나 문자 연락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는 메일을 열 때마다 실망하지 말자 되뇌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거절 메일이겠지. 하면 어김없이 반려메일이었다.


물론 힘들게 쓴 내 원고가 출판사 간택을 받지 못한 건, 정말 속상하고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다. 많은 편집자들이 거절 이유가 원고의 내용이나 질 때문이 아니라, 출판사 나름의 갖가지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코멘트를 주었지만, 그래도 모두의 눈에 띄고 간택이 되는 원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을 받았다는 사실에 우울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곧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그리고 거절을 받았지만, 괜찮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 원고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거나 결이 딱 맞는 출판사를 못 찾았을 뿐, 꼭 원고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 좀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겨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계획했다고 단번에 원고가 술술 써지고 출간으로 이어지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적 같은 일은 이번에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지금 잘 안 된 데에는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좀 현자적인 생각까지 하게 됐다.


사실 내가 많이 아프고 힘들 때 쓴 글이라 꼭 출간이 아니더라도 나의 치유를 목적으로 쓰였거나 그냥 쓸 수밖에 없어서 쓰인 글들이 많다. 그걸로도 어느 정도의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고를 묵히거나 콘셉트를 틀어서 언젠가 다른 형식으로 출간의 때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고, 숨을 좀 고르고 다른 출판사에 도전해 볼 수도 있겠지. (아직은 그런 생각은 없다.) 지난번에 원고 투고 글을 올리면서, 다음 글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쓰고 싶었는데, 전혀 다른 글이 되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계속 글을 쓸 거라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다짐. 뭐가 되더라도 쓰겠다는 마음. 지금은 때가 아님을 받아들이는 인정.


원고 투고의 결과는 내가 원한 모습은 아니지만, 지금 나는 괜찮다는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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