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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Mar 19. 2023

꽃을 사랑했었던 여자가 있었다

꽃을 사랑했었던 소녀소녀한 감성을 지닌 여자, 바로 나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꽃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꽃병에 꽂아진 꽃의 변화를 관찰하는 게 즐거운 영락없는 '꽃바보' 유형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결혼 후 남편이 꽃을 자주 선물하면서부터 더 커졌는데, 남편은 퇴근길에 서프라이즈로 갑자기 꽃다발을 내밀며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할 줄 아는 로맨스가 있는 남자였다. 그러면, 나는 꽃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서로 포옹하고, 그야말로 신혼의 정석 같은 나날이 있었다.


꽃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너무 자주 사 오면 용돈이 떨어질 텐데... 걱정이 돼서,  너무 자주는 안 사 와도 돼.라고 내가 말하면, "꽃으로는 내 마음이 다 표현이 안 돼요. 괜찮아요. 더 사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했던 남자가 남편이었다. 꽃도 꽃이지만, 이런 말에 여자들의 마음이 녹는 게 아닐까.


남편을 보내고 거의 일 년간 꽃구경을 하지 못했고, 나를 위한 꽃을 사볼 생각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바깥의 풍경도 들여다볼 틈 없이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버텨왔던 날들.


그렇게 숨의 시간들이 모여 봄이 왔고, 어제 동네 산책을 하다 보니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렸더라. 작고 올망졸망한 귀여운 꽃망울이 참 예쁘더랬다.  


꽃을 보고, 비로소 풍경을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던 작약과 라넌큘러스, 장미, 수국을 계절마다 볼 수 있어 참 행복했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만큼 내 마음에도 조그마한 숨의 공간이 더 늘어난건가 싶은, 반가운 변화.


꽃을 사랑했었던 여자, 는 단지 과거형이 아니고 쭉 계속, 현재진행형이 될 거라고 믿는 오늘.

나를 위해 조그마한 꽃 화분을 집에 들여놓고, 예쁜 꽃 한 다발 사서 꽂아야겠다는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챙겼다. 어디 예쁜 꽃 없나. 꽃구경 한번 가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바쁘네...)


나는 이렇게 나를 위한 오늘을 살아내고 또 살아가는 중이다.


내일은 더 꽃을 사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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