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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Jun 06. 2023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삶

말 그대로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고,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스스로 괜찮은가'를 따라오다 보니 지금 여기에 내가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글을 쓸 엄두도 안 나고, 무엇이든 무리해서 하기도 꺼려졌다.


나의 일상이 지난 1~2년 사이 180도 완전히 바뀌었고, 바뀐 삶에서 나는 나대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가까스로 겨우 찾아낸 지금의 일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평화로움이 너무 소중했고, 이것이 조금이라도 깨질까 봐 어느샌가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자판을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를 과하게 안겨줄 (그것이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일지라도) 일은 하지도 않고, 내가 편한 사람들만 소극적으로 만나고, 예전보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 나를 건강하게 해 줄 운동이나 음식에 관심을 쏟고, 여전히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내가 지금보다도 더 편해지기를 마음 한켠,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괜찮은 거 같은데,

어떤 날은 이런 내가 아직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만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진짜 나는 최선을 다해 나를 보살피며 나를 놓지 않기 위해 열심히 지내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솔직히 정말로 아주 괜찮지는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정말 괜찮은 사람은 '나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건 그냥 공기처럼 당연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괜찮든, 괜찮지 않든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더 괜찮은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마흔에 읽는 니체'의 말처럼, 역풍을 만난 이후로 나는, 어떤 바람이 불어도 항해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추구하는 것에 지치게 된 이후로 나는 발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역풍을 만난 이후로 어떤 바람이 불어도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흔에게 실패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풍을 이겨 낸 배처럼 크고 작은 실패를 발판으로 역전승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막다른 길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골목길에서 다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삶은 직선이 아니다. 곡선이다. 또한 시작은 있으나 그 끝은 알 수 없다."

- 마흔에 읽는 니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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