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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aD May 06. 2019

아프가니스탄의 우선순위

5.0에서 5.6 까지 일주일의 기록

1. 토요일

우선순위의 문제
토요일 오후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장차 무슨 수로 밥벌이를 해야 할까?
꼴에 직장인이라고 이곳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와 다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는 일상이 이제는 익숙하지만, 소중한 만큼 영원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반야심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울 수 있게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욕심은 줄지 않아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일에서 보람도 찾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도 만들고 싶고,
삶의 여유도 간직하고 싶다.


2. 일요일

영화 '테이큰'은 나의 우선 순위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없다면 다른 어느 것도 내게 전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전직(후직) 특수 요원도 아닌 내가 그들의 위험 앞에서 할 수 있는건 무엇일까? 
어느 순간 끝없이 무력해진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대한민국 국가 방위를 얼마나 신뢰하나? 경찰? 사법 제도? 
그 분야에 종사한다고 해서 내가 직접 해결사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막연하지만
영화 '월드워Z'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브래드 피트가 UN직원이었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이 안전기지에 머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친 야망(아니 어제3/8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길레)만 아니었더라도 7급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이고 행복한 나날을 선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Maslow의 욕구 계층설처럼, 안전에 대한 욕구는 당연히 충족된 것으로 간주하고 나는 자아실현을 꿈꾸었는데
이런 허풍을 입안 가득 담아봐야 나는 이름난 외국계 기업에서 사회 초년병 첫 발을 뗄 궁리를 하고 있지만 
그 '간주'라는 것이 너무 위험해서
먼 훗날, 돈의 무력함에 백기를 들고 내 지난날을 회한으로 다시 칠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3. 월요일

질풍노도의 시기, 엄마와 나의 우선순위는 기초설계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의 우선순위에는 자식들이 맨 위에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어딜 가서 무얼 하더라도 가장 높이 있는 그자식들이 가장 잘 보였고, 언제나 그 사람들 생각뿐인 듯 했다.
반대로 나의 우선순위에 엄마는 가장 아래에 있어서, 평소에 내가 엄마 생각을 할 일은 없다.
그러나 당시 내가 그 위에 내 거의 모든 것들을 쌓아두었기 때문에, 흔들릴 경우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곧 최우선이라는 말은 아닐 수 있나 보다.


4. 화요일

아프가니스탄 영부인과의 대담에서 누군가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필요로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녀는 첫 번째는 Security이고, 두 번째는 Order(better management of a country)라고 답변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멋진 답변이었다, 세 번째를 버리다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답하는 국가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5. 수요일

국가에게는 진로고민과 달리 안보가 우선순위 최상단에 위치할 수 있다.
허드슨의 케나다 전문가와 Hudson Intern Lunch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만일 오바마가 자신에게 
'이봐, 내가 만일 당신의 조언을 모두 무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지?'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케나다는 여전히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일거에요' 라고 대답할꺼라고 했다.
그렇다면 접시 위에 올려진 것이 많은 오바마는 목전의 ISIS나 중국, 러시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케나다의 교역 규모는 세계 최대(2014년 미국 기준 수출 $312억, 수입 $346억)로 서로가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고, 세계 최장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 쏘머치 'Untapped Potential'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 케나다 전문가는 지금(March 11th 2015, 1pm EST) 이코노미스트 지 주최로 뉴욕에서 열리는 'The $ Trillion Question : What's Next for Canada-US Trade?'에 스피커로 참석해있다. Webinar 링크↓
http://upstradehorizons.economist.com/.../the-1-trillion.../

조금 멀리 뛰어, 기업에 빗대자면 미국은 '어이쿠 저 경쟁사들은 악의 축이로군! 어서 없애버려야겠어'라는 소리를 하며 그들의 가장 충성스럽고 비중 높은 고객에게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나는 어찌해야할까? 너? 우리?


6. 목요일

화제를 바꾸어, 지난주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 다녀왔다.
'박물관이 안살아있다'와 비슷하게 나는 미술관과도 연이 짧아서, 이게 어려서부터 안다녀버릇해서 내키지 않는 줄 알았으나, 
이내 엄마 손에 이끌려 미술관에만 가면 씩씩거리던 어린 내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났다.  

위대한 작가들의 위대한 업적을 보며, 뭔가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오지 않아
오뚜기도 아니고 오뚝하니 그 앞에 서서 조바심을 내는 내가 별로 안멋져보여서 미술관도 멀리하게 된 것 같다.
'오우 와우 이게 정말 내 눈앞에 걸려있는 건가?'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들이 거기 가만히 있는 것은 신기했다.


그리고 미술 선생님들 생각이 났다. 내게 형편없는 '수행 평가' 점수를 준 그들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감탄사를 내뱉었기에 '난 선생이고 넌 제자야'가 되었던건지. 학교에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붓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랬듯이 오랜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기에 사용하지 않았던 내게 '성의 없으니 다시 해오라'던 그 선생님은
너는 지금
뭐해?
자니?
밖이야?


하지만 캔버스를 빈 틈 없이 채우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은 그 만큼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애정도 있었을테니까.
바벨탑이 무너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내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내 파레트의 물감은 줄어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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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잃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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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요일

바벨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기를 짓누르는 뉴욕의 고층 건물(+광고판)들을 보며 세 살 버릇 어디 안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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