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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aD May 04. 2020

리차드의 리더십

이인턴블로그 Take6

20150331

미국생활 77일차, 한국복귀 69일 전


1. 인생은 짧다


2.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그 이름으로 불려야만 그 영화일 수 있는(한국 제목은 내남자의 여자도 좋아인가 뭔가다), 오랜만에 만났고 시기적절했던 영화였다.
비키와 크리스티나라는 두 주인공이 여름방학동안 바르셀로나라는 매력적인 도시와 사람들을 만나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영화였다.
인생이 정말로 짧다면, 위험회피형으로 살 수는 없는걸까?
재고 따지고 기다리는 게 가끔 정말 벗어던지고 싶은데 맨 안쪽에 입고있는 히트텍 같다.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라는 윤종신의 노랫말은 별로다.


3. 생긴 대로 살자
2015년 3월 30일 오후 세시의 깨달음

달콤한 게으름이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주는건지, 자체 월차를 내고 자체 수리를 하고 월요일 오후에 침대 위에 ㅋㄹㅁㄲㄸㅈ처럼 늘어져있었더니 정말 불헌듯 귀에 종소리 울리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데, 그걸 굳이 바꾸려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둥실 떠다니다가 너를 만나고, 어쩌다 인력이 작용한다면 더 얘기해보고 조율해보고 다가가도 보고 그러면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마저 떠다니면 되고. 갈등은 없지 않을까. 뭐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할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4.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인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정시에 맞춰 직장으로 출퇴근하지 않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일말의 가책이 있었던 것 같다. 
회사가 그 자리에 잘 있나 오랜만에 가서 확인해 봐야한다고 되도 않는 농담으로 스스로를 설득시키려니 혼자서 버티고 당기고 아침부터 말도 안되는 몸싸움을 치뤘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오피스에 앉아 내가 한 일이 집에서 한 일보다 조금이나마 더 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있지도 않은 허구의 퇴근시간에 연연하며 인턴이나마 프로페셔널로서 본업에는 집중도 못하고(바로 지금도 말이다) 저렇게 흐리멍텅하게 앉아있을 바에야 빨리 집에 가서 밤새 붙잡고 있거나 커피 한잔 시켜놓고 카페에 앉아 매달리고 있는게 리차드도 기쁘고 나도 기쁘다. 뭘 보여주려고 출근하려고 했던 거니?

리차드는 채찍을 쓰지 않는다. 무기력증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땅 짚고 헤엄치던 나에게 막중한 임무를 주었다.
내 무엇을 보고 믿어주는 건지 정말 모르겠지만, 인턴 나부랭이의 봄철 가마니 마인드에 대단한 해결책이다.


Leadership is about Delegation

5. 일주일에 한 번씩 블로그를 쓰겠다고 스스로 가둬두어서
요즘에는 컨퍼런스도 시들하고, 지하철 역에 앉아서 사람 구경이나 하고 감상문이라도 써야하나 했는데 
혹시 워싱턴 DC에 대해 궁금한 점 말씀해주시면 힘 닿는데까지 알아볼게요


6. 지대 때문에 미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가 워싱턴 DC이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있어 봄이 되고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코 위에 썬글라스를 하나씩 얹고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동상 기단 위도 핫스팟)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날 좋은 날이었기 때문에, 나도 회사 근처 공원으로 나가 하릴없는 동료 원생인턴들과 점심을 먹었다.
하나 얹어 보았거늘 햇볕이 워낙 좋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앉아서 바람을 맞는데, 오피스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고 혼자 웃음이 터졌는데, 딱 2년 전 한국에서 인턴으로 살 적에 회사 지하 홈플러스에서 산책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짬이 안되서 혼자 산책은 못 하고 화장실이나 자주 가 볼까 하여 원래 잘 마시지도 않는 차를 하마처럼 들이키던 시절, 가끔 위에 선배님이 데리고 나가 회사 주위를 한 바퀴 돌거나 구둣발 소리를 내며 지하 홈플러스를 어슬렁 거리다가 마이쮸라도 사 주시는 날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잔디밭 피크닉 로망이 없나


7. 겨울에는 봄을 생각하고, 봄에는 겨울을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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