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Feb 23. 2022

<어쩌다 4인가구> 2월호

1인실 쓰면서 친구들이랑 살면 짜릿해요

안녕하세요? 10월호를 적었던 젠입니다.

4명이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기로 했는데, 같이 산지 벌써 5개월이 지나 다시 제 차례가 왔네요. 정수기 필터 교체 시기도 그쯤 되는지, 어제는 정수기 담당 매니저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같이 사는 저희 4명이 서로 무슨 관계인지, 멀리서 보면 궁금한가 봅니다. 집을 방문하시는 낯선 분들은 꼭 한 번씩 물어봅니다. 주 1회 청소를 도와주시는 청소연구소 매니저님이 "무슨 사이냐? 가족이냐?" 하셔서 그냥 "예에~" 했다가 뭔가 이상했는지 한참 후에 다시 "가족이 아니구만?" 하셔서 또 "예에~" 했습니다. 아래층 할머니도 "몇 명이 사냐? 무슨 사이냐?" 물으셔서 "예에 여러 명이 살아요~~" 하고 도망간 적도 있습니다. 어제 정수기 매니저님과의 만남은 딱히 도망갈 곳도 없고, 집 안에 저밖에 없기도 해서 대화가 좀 길어졌습니다.


매니저님: OOO님(고객명단에 적힌 이름)은 어머니신가요? 시어머니신가요?

젠: 둘 다 아닌데여?

(정답: 친구 엄마)

- 중략 -

매니저님: 다음번 방문할 때도 남편분께 연락드리면 될까요?

젠: (설명하기 몹시 귀찮음) ...네

매니저님: (썩은 표정을 보고 놀람) 남편이 아닌가요?

젠: (여전히 귀찮음) 네

(정답: 옆방 주민)


왜 같이 사는 관계는 다 혈연관계 아니면 혼인관계로 치환될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의 수가 고려할 필요도 없게 적기 때문일까요? 정수기 매니저님과 통화한 건 4인가구 중 청일점인 셀퍼였는데, 그렇다고 남편이라니 얼어죽을 큰 충격을 받아 표정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가족끼리만 사는 걸까요? 성인이 된 이후로 기숙사, 하숙집, 친구집, 합숙소, 커뮤니티 하우스, 셰어하우스를 전전하며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살았던 저에게는 신기한 지점입니다.

사실 가족과 사는 경우보다 혼자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혼자 사는 걸까요? 뭐가 좋냐고 주변 1인 가구에게 물어봤습니다.


결론은 김밥이랑 떡볶이


대충 혼자 살면 편하고 같이 살면 불편하다는 얘기였습니다. 편하다는 게 뭔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논스에서 6인실을 쓰다가 이 집에 와서 나만의 방이 생기니, 와 정말 짜릿했습니다. 저의 자유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4인가구>의 제 글은 피아식별이 분명한 본격 편향 컨텐츠로, 같이 사는 게 짱이야! 를 주장하려고 합니다. 왜 짱이냐면,


1. 비용 대비 점유 공간이 넓다

비율 하나도 안 맞음 주의

저희는 4명이 동시에 거실에서 홈트를 할 수 있는 크기의 복층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무려 강남에서! 역세권 처음 살아보는데 너무 편합니다. 반전세 계약이라 청년전월세대출을 최대로 받고, 남은 전세금은 1/4 하니까 크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월세로 제가 찾을 수 있는 대안은 5평대 구축 오피스텔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룸은 방 하나에 부엌과 빨래 건조대와 화장실과 거실과 침실이 한꺼번에 들어가니, 콘크리트 벌집에 갇혀있다는 게 실감 나고 답답할 것 같습니다. 저는 용도별로 공간이 쪼개져있는 게 쾌적합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혼자 벌어서는 홈트 가능한 집에 못 살아요!


2. 나만의 공간만 있는 것보다, 개인 공간 & 공용 공간 둘 다 있어서 그때그때 선택할 수 있는 게 좋다

혼자 사는 것에 장단점이 있고, 같이 사는 거에도 장단점이 있다면, 둘 다의 장점만 가져갈 수 있는 게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내 방 문이 현관문이라 열고 나오면 복도와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보다, 내 방 문 열고 나오면 친구들 있는 거실이 있는 게 좋습니다.

한국은 <1가구 1주택 보급>에 심취하여 모든 아파트 평면도가 똑같이 생기고, 개성이 없다 보니 방 개수와 평수로 나래비를 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특이하게 생긴 복층 빌라를 만나 잘 살고 있습니다. 혈연이나 혼인 관계의 가족이 살기엔 애매한 구조라 그런지, 집주인도 떠나고 집이 반년쯤 비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저희가 나타나서 집 본 당일에 계약했습니다. 공용 공간이 무척 넓었거든요!


3. 각자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니 FLEX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4인 가구는 외벌이 혹은 맞벌이겠지만, 저희 집은 넷 다 가장입니다. 각자 수입이 있고 각자 돈 쓰는 영역이 다르다 보니 생활이 윤택합니다. 

술을 예로 들면, 위스키파와 와인파와 맥주파와 전통주파가 있어서 술창고가 항상 그득그득 차있습니다. 마음까지 꽉 차는 기분입니다. 방문 청소 서비스도 매주 정기 구독 중인데, 저 혼자 살았으면 한 달에 한 번도 '아 돈아까운데..' 하며 망설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기를 마지막으로 돌려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군요!


물론 같이 사는 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싸우면 방 뺄 수도 없고 노답이에요. 하지만 그건 부모자식이나 형제자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절주절 적다 보니 왜 사람들이 가족끼리 같이 사는지 좀 알 것 같습니다. 같이 살만큼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 가족뿐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지금 제 동거인들과도 그 정도 신뢰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이 아무리 나를 짜증나게 하고 상처받게 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라는 믿음 정도는 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같이 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살기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세일즈는 여기까지입니다.


아- 아까 저녁에 동거인1이 만들어준 닭갈비와 동거인2가 준 딸기 디저트 자랑하는 걸 깜빡했군요. 매일 이렇진 않지만 일상이긴 합니다. 


브런치 가로배열 사진 크기 줄이는 방법 아시는 분?



이상 세일즈 끝!



<어쩌다 4인가구>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링크트리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물놀이 좋아하는 30대 멸치녀의 라이프가드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