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Jun 23. 2022

<어쩌다 4인가구> 6월호

라이프스타일과 주거, 세 공간 이야기

안녕하세요?

어느새 이 1년짜리 4인가구 프로젝트의 시작보다 끝이 가까운 시점이 왔네요.

지난 2월호 이후 저는 세 곳의 다른 공간을 써봤습니다. 이번 호에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 3월, 을지로에 있는 로컬스티치에서 한 달 살기를 했습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이라는 이름의 코리빙 공간은 호텔을 리모델링한 곳이었습니다. 1층에는 호주에서 온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2층에는 비건 레스토랑이 있고, 옥상인 18층에는 라운지가 있었습니다. 라운지 전망에 '아! 여기서 매일 일할 수 있는 거면 여기 한 달 살아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교류 맥시멀리스트들이 모여 사는 논스(1인실 별로 없어요) 출신인 저에게는 좀 어색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힙한 공간만 있고 커뮤니티는 없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부 1인실이고(호텔이던 시절 객실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듯합니다), 인원 대비 공용공간이 비좁게 느껴졌습니다. (지하에 공용 부엌이 종종 붐빕니다. 요가룸, 회의실 등 1인실을 개조해서 만든 공용 방도 있었지만 사용되는 걸 본 적은 없습니다)  월 1회 로컬스티치가 주최하는 '커뮤니티 이벤트'로는 소속감을 주기에 택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옆방 이웃과 친해지고 직접 파티를 열고 하는데 장애물은 따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뭉쳐지지 않고 멕시칸 밥알처럼 푸슬푸슬 따로 놀았습니다.

살다 보니 이 커뮤니티는 적당한 거리감과 옅은 소속감 사이, 요정도의 밸런스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한국은 아직 '코리빙', '셰어하우스'라는 단어가 낯설기만 한 기숙사인가? 초기 시장입니다. 그래서 로컬스티치처럼 1) 하드웨어는 리모델링으로 큰 투자 없이, 대신 인테리어는 첫눈에 반하게 2) 소프트웨어는 어차피 만들기도 어렵고 초기 시장에 잘 팔리지도 않을 '끈끈한 커뮤니티' 말고 (아직까지 코리빙은 임시주거공간이고, 커뮤니티를 가꾼다는 개념도 낯선 것 같습니다) '느슨한 커뮤니티'에 투자, 있어빌리티 커뮤니티 활동 챙겨주고 3) 코리빙은 힙한 거야!!!로 각인!! (이상 뇌피셜 주의) 하는 접근이 좋아 보였습니다.

부동산은 70%가 입지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을지로 교통 짱입니다. 처음에 월세를 들었을 때는 '어 비싼데?' 싶었지만, 을지로 한복판에는 주거 인프라가 거의 없을뿐더러, 요즘은 대학가 원룸도 그 정도 가격대라고 하니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특히 주말에 친구 만날 때 제 앞마당인 힙지로를 제 앞마당처럼 드나들고 유행한다는 에스프레소 바인가 뭐시긴가 하는 곳도 가보고 (커피에서 홍삼 맛이 났습니다. 칭찬이에요) 좋았습니다. 을지로 코리빙 한 달 살기 로맨틱 성공적! 



5월에는 업무 공간을 추가 구매했습니다. '부캐'를 키워보고 싶어서 그 부캐에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회사에서 주는 오피스 공간도 있기 때문에 돈 낭비인가 싶기도 했지만, 내가 '자아를 선택'해서 그에 맞는 '공간을 선택'하는 경험을 위해 투자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업체마다 월 회비를 내면 자신들의 여러 지점에 대한 접근(access) 권한을 주는 상품이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도 제 자리보다 소파에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지정석 없이 '라운지 접근 권한'을 파는 상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4인 가구 집에서 저는 책상이 안 들어가는 방을 선택하고 월세를 깎았는데, 그 대신 집 밖에 럭셔리한 오피스를 마련한 셈입니다. 

그런데 부캐에게는 주 3-4일, 퇴근 후 집 근처 지점에서 두세 시간 정도로 잠깐 쓸 약간의 공간만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지점에 24시간 접근 권한을 줄게!'라는 상품은 끼워 팔기 가격이 부담스러워요. (첫 달 10만 원 할인 프로모션으로 이용했습니다) 

언젠가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고, 상품/가격 차별화를 더 쪼개서, 맞춤형으로 공간 점유권을 팔아준다면, 방방곡곡의 집 안에서 책상이라는 게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편의점이 '나만의 냉장고'를 외치는 것처럼요! 어차피 비는 자리 싸게 싸게 팔아주세요.



이번 6월에는 친구의 빈 자취방에 한 달 얹혀 살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가꿔놓은 사적인 공간에 잠시나마 주인이 되어보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공간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단서를 줍니다. 이 집에는 책상이 세 개나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칫솔은 두 개

이 친구는 집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동선과 시나리오(공간의 용도와 채광,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지는 듯합니다)  맞게 곳곳에 필요한 조명과 가구, 소품(무언가를 거는 고리, 인센스 등) 등을 갖춰놓았습니다. 의식주에 골고루 관심이 없는 저에게 '주'에 대한 이런 과감한 투자는 신선했습니다. (이 친구는 제 방-선정릉 4인 가구-의 너저분함에 큰 충격을 받아 제 방에 침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집에 세탁기가 없습니다! 세탁 as a Service 업체를 쓰면 집을 더 넓고 조용하고 간결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냉장고 세탁기!

무엇보다 효창동의 고요함이 좋았습니다. 밤이면 길고양이와 집강아지의 합창 소리만 나지막이 들려옵니다. 게다가 집 앞 1분 거리에 기사식당이 줄지어 있다니! '식' 해결 완료! 점심 먹고 효창공원 한 바퀴 돌면 재택러 루틴 완성입니다. 


오도카니 고양이


이제 곧 7월이네요. 다음 주에는 베이스캠프인 선정릉 4인가구 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비밀번호 안 바꿨지? 집에 잘 안 들어오니 하우스 메이트들은 제가 역마살이나 방랑벽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다양한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룸메이트는 집에 오지 않는 룸메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최고지? <어쩌다 4인가구> 에서의 주거 실험 덕분에 낯선 공간도 턱턱 임대해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살고 일하는 공간에도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복수 선택도 가능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1년짜리 프로젝트인 <어쩌다 4인가구>는 2022년 9월 30일 부동산 계약 종료 시점에 해산됩니다. (회고록을 기대해주세요!) 그 이후에 저는 노마딩을 하며 이곳저곳을, 서울을 벗어나 좀 더 멀리 가서 살아 볼 예정입니다. 제가 의지박약이라 혼자 떠돌아다니며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인데, (혼자서는 끼니 챙기는게 눈물나게 귀찮습니다. 봇짐에 프로틴 쉐이크 넣어 다닐까요) 그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아침마다 30분 요가 습관도 들이고 있습니다.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스타일' 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어제 있었던 6월 저녁 회동 사진을 감상해보시죠!


포인트는 발베니!



<어쩌다 4인가구>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다면?

https://linktr.ee/gv302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4인가구> 2월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