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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 Apr 19. 2021

에코 퍼는 정말 eco 한가?

eco dilemma

최근 물건의 '재질'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중에 하나가 친환경 패션이 정말로 친환경적인지에 관한 물음이다. 많은 브랜드에서 동물보호와 환경보호를 내세우면서 가죽 대신 합성피혁을, 모피 대신에 에코 퍼(혹은 페이크 퍼)로 제작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겨울마다 페이크 퍼 코트와 플리스 재킷 열풍이 불었다. 모피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관리하기 쉬우며 합리적인 가격까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특히 롱 패딩에 질린 사람들에겐 유혹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은 나도 에코 퍼 코트와 플리스를 하나씩 장만했다. 최근 1년 간 간 옷 구매를 대폭 줄이고 자제하고 있음에도 자라에서 보드랍고 커다란 먼지 같은 코트(친구들이 붙여준 애칭)를 마주한 순간 충동적인 마음이 들었다. 풍성해 보이고 보들보들하면서 스타일리쉬까지 하다니!  심지어 100% recycled polyester라는 택에 "아! 이것은 (그나마) 친환경 패션이다!"라는 생각에 덜컥 구입했다. 아마도 페이크 퍼 코트를 이용한 코디 포스팅을 읽고 나서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출처: 보그 코리아

(사진 출처 url: http://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6497026a23-683x1024.jpg )


하지만, 곧 현실을 마주했다. 폴리에스터는 결국 합성섬유가 아닌가. 지난겨울 여러 브랜드에서 페트병을 활용한 재생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많은 겨울 재킷 상품을 출시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탁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아니, 그럼 미세 플라스틱을 예방하자고 모피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또 빠지게 된다. 모피 한벌에 들어가는 동물을 생각하면 더 이상 모피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 또, 이건 페이크 퍼 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죽 가방이나 신발의 대체 재질인 나일론, 합성피혁 역시 대표적인 합성섬유이다. 모양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접착제까지 생각하면 분해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브랜드에서 모피 사용을 지양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합성섬유로 인한 문제는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 친환경 패션을 지향한다고 알려진 스텔라 맥카트니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과 관련한 여러 가지 미션을 소개하고 있다. 재생 캐시미어 사용, 숲을 보호하는 원단 사용, 가죽이나 모피 사용금지, 금속 사용 자제, 오가닉 면 사용, 재생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사용, 실크 사용, 베지테리안 가죽 사용, 동물복지 울 사용 등이 있다. 하지만, 결국 숲을 보호하는 원단으로 내세우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 논란이 있는 '비스코스'이다. 또, 재생원료를 사용하지만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사용을 완전하게 차단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금속 사용은 자제한다더니 시그니쳐인 팔라벨라 백은 메탈 스트랩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크루얼티 프리 철학 아래에서도 어쩔 수 없는 타협점이 아직까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구찌에서도 더 이상 모피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천천히 변화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 옷도 사지 않고 낡은 옷을 메워가며 지내야 하는 건가? 단순히 옷을 사지 말고 오래 입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똑똑한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여러 매체에서 가능하면 합성섬유의 비중이 낮거나 천연 섬유로만 구성된 옷을 구매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가장 접근이 쉬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일명 보세에서는 정확하게 옷의 원단 구성을 알기가 어렵다. SPA 브랜드들은 대체적으로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옷의 수명이 짧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앤아더스토리즈, COS, ZARA, H&M 등에서도 친환경 라인을 별도로 론칭하거나, 옷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슬로우 패션을 위해서는 이왕이면 천연섬유, 적어도 80% 이상의 구성이 천연섬유인 것이 오래 스타일리쉬하게 입을 수 있다고 한다(출처: #Like스위트망고유튜브). 대표적인 천연섬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크, 마, 울, 면, 리넨에 이어서 더 크게는 모달, 리오셀(=텐셀)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소재인 비스코스 레이온, 풍기인견 계열은 원단 제조과정과 세탁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많은 원단이니 주의해야 한다(출처: #보라끌레르유튜브). 


무조건적으로 옷을 사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옷이라면 구매하는 것이 맞다. 단지 한철 입고 버릴 생각으로 혹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대량으로 하는 행위를 줄이자는 것이다. 옷의 재질이나 환경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옷은 자라의 페이크 퍼 코트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재질이나 용도, 옷을 입을 상황이나 경우를 오래도록 고민하고 구입하게 되었다. 앞으로 5년 간 잘 입을 것이라 자신하는 옷들 위주로 구매했다.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도 좋은 품질은 오래도록 입을 수 있다고 하니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좋은 원단으로 완성도가 높은 옷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옷들로 옷장을 채우고 싶다. 물론 구매하는 옷의 단가가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요즘에는 중고마켓이나 공유 서비스도 잘 되어 있으니 선택지가 늘어나 다행이다.


제일 중요한 건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페이크 퍼를 활용한 코디 팁' 포스팅을 보고 충동구매한 1인으로서 부끄럽지만, 나에게 필요하고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안목은 물론 친환경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가 되려 한다. 최근에는 단 몇% 라도 재생 원료가 들어가면 쉽게 '친환경', '에코'라벨을 붙이거나 사회적 공헌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늘어났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소재, 원료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브랜드가 어떤 면에서 친환경을 주장하는 지도 고려해서 소비를 하려고 한다. 무조건 '친환경'='좋은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영향력이 작고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인이 모여서 하나의 패턴이 되면 그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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