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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 Apr 13. 2021

자동리드줄을 반대합니다

강아지 뒤에 사람 있어요


많은 견주들이 산책용으로 자동리드줄을 선택한다. 이유는? 편리하니까. 한 때는 나도 자동줄 구매를 고민했었다. 혹자는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조절되는 길이감에 감기는 손맛(?)을 자동줄을 선택한 이유로 꼽기도 했다. 한창 에너지 가득한 시기에 오프리쉬가 불가능한 공공공간에서 맘껏 뛰는 용으로 구매를 생각했지만, 결국 3m 줄과 1m의 일반 리드줄을 구매했다. 경우에 따라 번갈아 사용하기 위함이지만 대체로 도시에서는 1m의 짧은 줄만을 이용하고 있다.




자동줄을 반대하고,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안전과 훈련의 어려움이다. 먼저, 안전은 강아지와 사람 모두에게 해당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건은 엘리베이터에 목줄이 끼였던 강아지이다(https://www.ytn.co.kr/_ln/0103_201708181110065036). 강아지만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닫히는 바람에 견주와 손잡이는 엘리베이터 외부에 있었던 사건이다. 아주 다행히도 강아지는 구출했지만, 맨 손으로 그 줄을 끊은 경찰관은 부상을 당했다. 이처럼 자동줄은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는 강아지를 제어하는데 어렵다.


또 강아지가 튀어나가 순간적으로 자동줄 손잡이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 자동으로 줄이 감기면서 강아지를 향해 날아가게 된다. 생각보다 자동줄 손잡이는 꽤 무겁다. 그 무게가 고스란히 강아지를 향해 날아가 강아지를 맞추면 충격이 클 수 있다. 특히 소형견일 경우에는 손잡이가 강아지의 3분의 1 정도의 크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충격이 더 크지 않을까? 그리고 놓친 손잡이를 가지고 강아지가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보통 사람이나 어린아이 일 경우에는 큰 물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상이 없는 경우에도 놀란 강아지가 차도로 뛰어드는 등의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간혹 5kg 이상의 비숑이나 꼬똥 드툴레아, 셸티 등 중형견에게 자동 줄을 사용하는 견주들도 마주친 적 있다. 특히 꼬똥같은 경우는 10kg이 넘었는데, 힘이 세서 한 손으로는 컨트롤이 불가능했지만 견주가 자동줄을 사용하고 있었다. 컨트롤이 필요한 경우 견주가 장갑을 낀 손으로 자동줄을 잡았다. 장갑은 2주도 못 버틴다고 하더라. 견주의 손은 자동줄에 쓸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비슷하게 지난주 마주쳤던 9개월의 비숑도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미 8kg이었지만 자동줄을 사용했고, 비숑 아이가 튀어나가려고 하니 견주는 맨손으로 자동줄을 잡았다. 그 모습에 다치신다고 만류했더니 끊어질까 봐 불안하다고 답변하셨다. 하지만, 자동줄은 상상 이상으로 튼튼하다. 아니, 너무 튼튼해서 문제다. 자동줄 중 너무 가느다란 케이블을 쓰는 일부 모델들은 강아지들이 움직이면서 사람(특히 어린아이)이나 다른 강아지를 감으면 신체 일부가 절단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힘을 자랑한다. 생각해보면 치실로 수박도 자를 수 있지 않은가. 충분히 가능하다.


두 번째는 훈련의 어려움 혹은 불가능이다. 자동줄로 얻는 편리함은 "강아지가 뭘 하고 있던지 나는 내 갈길을 갈 수 있다"는 데에서 온다. 따라서 강아지가 최대 10m가량 뒤에서 따라오거나 앞서 나가도 걷는데 지장이 없다. 편하게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보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강아지만 보지 않고도 산책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렇게 견주와 떨어진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나 사람을 향해 짖거나 공격을 해도, 이물질을 집어 먹어 아프게 되더라도, 배변을 하더라도 견주는 알 수가 없다. 아마 길에 치워지지 않은 배설물들은 견주가 모르는 상황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걷는 강아지들은 절대로 산책 훈련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방금 전 산책에서 마주친 4마리의 강아지들만 해도 그렇다. 공교롭게도 오늘 마주친 강아지들은 모두 자동리드줄을 하고 있었다. 이 중 3마리는 홍삼이를 보자마자 바로 짖으면서 달려들었고, 견주들이 한 행동은 자동줄이 늘어나지 않게 버튼을 누르는 것이 전부였다. 얼마나 편리한가. 나머지 한 마리는 공격적이지 않았으나, 자동줄을 연결하지 않고 줄 없이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편리하게 때때로 손잡이만 들고 다니기 위해 자동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관심 속에 강아지들은 자동리드줄로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얻는 것 같다. 주인이 통제하는 산책이 아닌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산책으로 인식하고 더 짖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그냥 단순히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산책은 아니다.  산책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보고 이런 것들이 다가와도 괜찮다는 것을 강아지도 배워야 한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자동리드줄을 사용하는 강아지들은 불안함이 높고 겁이 많아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산책 중 자동리드줄을 한 견주들은 피해가게 된다.




덧붙여,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 견주가 줄을 잡고 있어서 안심했다가 줄이 늘어나면서 강아지가 짖으며 달려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결국 화살은 다시 모든 견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많은 견주들에게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좀 더 깊은 책임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편리함만 찾지 말고 자신의 강아지는 통제할 수 있었으면 한다.




+ 21.4.14 추가 내용

자동 리드줄에 대해  찾다 보니 또 다른 안전문제가 있었다. 특히 가느다란 케이블은  보이지 않아서 견주가 아닌 모든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걸려 넘어질  있다는 . 낮에는 물론 밤에는 더더욱 보이지 않아서 사고 위험이 높다고 한다. 3m가량 길게 늘어진 줄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은 정말  사고로 이어질  있다. 가끔 혼자 있는  같은 강아지가 줄에 연결되어 있는지 한참을 보곤 하는데 그러면 거의 100% 가느다란 자동줄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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