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라인은 없다
오프라 라인이 뭐지
오프라는 놀라운 일을 많이 성취했지만 1994년 해병대 마라톤을 4:29에 뛰기도 했다. 마일 당 10분 정도의 페이스다.
오프라와 내가 가지는 공통점은 달리기 페이스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에 가본 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운명처럼 보였다. 오프라가 바로 내가 본받을 유명인사였다. 오프라를 마라톤 뮤즈로서 선택한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라톤 기록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4시간 30분의 완주시간은 실제로 러너들에 의해 '오프라 라인'이라 불리며 위키피디아의 묘사에 의하면 '느린 편에 속하는 마라톤 참가자들 사이에 목표로 설정된 악명 높은 시간'이란다. 느린 편에 속한 참가자들! 그거 나잖아!
-조엘 H. 코언『마라톤에서 지는 법』
뚱뚱하고 게을렀던 아저씨의 마라톤 완주기 『마라톤에서 지는 법』에 '오프라 라인'이 소개되었다. 실제 현재 위키피디아에는 'oprah line'이란 단어는 검색되지 않지만, 예전에 등록되어있다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저장된 페이지로 찾은 내용은 이렇다. '오프라 라인'으로 위키피디아에 등록되었던 내용으로 추정되는 문장이다.
The Oprah line is a colloquial term for Oprah Winfrey's finishing time of 4:29:20 in the 1994 Marine Corps Marathon. Completing a marathon in a faster time (known as "beating Oprah") has become a notorious goal among the slower participants in marathons, much like faster runners might strive to finish with a Boston qualifying time.
'느린 편에 속한 참가자들'의 목표로 설정된 시간, 4시간 30분. 이 시간은 사실 완주 하기 만만한 시간이 아니다. 사실 걸었던 시간보다 뛴 시간이 많다면, 이 정도는 된다. 4시간 30분이 넘어가면 완주했다기 민망한 시간이긴 하다. 5시간이 지나면 마라톤 운영팀도 철수를 시작하니까. 여러모로 4시간 30분은 '느린 참가자들'의 꿈의 시간이라고 할 만하다. 완주가 목표인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이다. 오래 걸렸든 아니든, 오프라 윈프리가 마라톤을 완주한 것만큼은 정말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오프라가 어떻게 마라톤을 망쳤는가' 같은 비판도 있다. 마라톤을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마라톤 전체 평균 기록을 낮춘 시발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오프라 윈프리도 했는데, 내가 못할 게 무언가,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렇게 마라톤이 대중화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프라 윈프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저 죽을힘을 다해 마라톤 완주를 한 것뿐인데. 이런 기사가 내 글에도 인용이 되다니. 포인트는 오프라도, 너도 나도 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오프라 라인을 알기 전에도 4시간 30분 정도가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번의 대회를
통해서 초보자에게 적절한 목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풍선을 달고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 4시간 30분 풍선 주변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따라 달린다. 오프라가 어쩌다, 딱 그 정도의 시간에, 평범한 사람이 많이 노력해서 완주한다면 나오는 기록 정도를 달린 것이다. 사실 그 페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더라면 나도 애초에 마라톤이란 걸 참가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마라톤을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만든 게 오프라 라인이 가져온 효과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도 지금의 마라톤 대회 풍경이 만들어졌겠지만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현상에 이름 붙이기를 즐긴다.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기점은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처럼 정직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기록이 되고 변화가 온다.
길 위에 오프라 라인은 없다. 그건 그녀가 달린 시간이었고, 같은 시간이어도 페이스는 모두 다르다. 저마다의 페이스로 가면 될 뿐, 그 시간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붙여줄 필요 없는 거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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