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생을 살면
눈물 흘리는 길 위의 남자들
나는 9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느림의 시공간을 한 발 한 발 디디면서 발로만 걸은 게 아니었다. 마음으로 걸었다. 발로 걸으며 까지고 물집 잡히고 터지는 것이 다반사였듯이 마음으로 걸으며 숱하게 울었다. 처음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는 '도대체 내 안에 왜 이다지도 알 수 없는 눈물들이 많은 걸까?'하고 스스로 의아해할 만큼 속에서 눈물을 분출하듯 쏟아냈다. 아마도 그것은 살아오면서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해 내 속 구석구석에 쌓여 있던 '숙변 같은 눈물'이었는지 모른다.
-정진홍,『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울어 본 지 오래된 사람들이 많다. 마음 놓고 울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되면 그렇다.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한 삶이라면. 그것도 흉내 내면서 산다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내 삶은 무엇인지 고민 없이 살아가다 보면 울 일도 별로 없다. TV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훔쳐보며 정작 나는 돌아보지 못한다.
눈물은 진짜 나를 만날 때 터져 나온다. 정진홍 작가가 산티아고 900km를 걷고 쓴 책에서 '숙변 같은 눈물' 이야기에 참 많이 공감되었다. 나도 산티아고 길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은 적이 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이유 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옅게 비가 내리던 길 위에 혼자서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였다. 어떤 서러웠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 길에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였을까 정말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눈물 나게 공감하는 눈물 났다는 책이 또 있다.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는 사막 마라톤 250km 의 여정을 담은 책. 내가 내게 주는 감동으로 나는 눈물이라는 해석을 했다. 직접 달려보니 나도 그랬다.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달리는 동안 자주 눈물이 났다. 진짜 내 삶을 살면서, 내 삶을 살지 않으면 뒤쳐지고 탈락할 수밖에 없으니까, 여하튼 진짜 나만을 위해 보내는 시간 동안 눈물이 자주 쏟아졌다.
문득 자주 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삶을 살 때 나는, 눈물이 흐르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보면 그때들은 모두 진짜 순수하게 행복했던 기억이니 말이다.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실행 중입니다.
거꾸로 만드는 100일 기념일, 12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