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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Oct 04. 2015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말들

Before you die-ism

Places to see before you die

'죽기 전에 한번은 가보아야 하는 50곳' 같은 유혹적인 말들. 내가 가본데가 있는지, 못가본데가 얼마나 많은지 체크하게 되는데요, 이 '죽기 전에 해야하는' 시리즈들이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BBC의 명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각인된 여행지 50군데.

2003년 BBC의 시청자 대상 설문조사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50'
1. 그랜드 캐년 (미국) 2.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호주) 3. 디즈니 월드 (미국) 4. 사우스 아일랜드 (뉴질랜드) 5. 케이프 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6. 황금 사원 (인도) 7. 라스베이거스 (미국) 8. 시드니 (호주) 9. 뉴욕 (미국) 10. 타지마할 (인도) 11. 캐나디언 로키 (캐나다) 12. 울루루 (호주) 13. 치첸이사 (멕시코) 14. 마추픽추(페루) 15.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캐나다) 16. 페트라 (요르단) 17. 피라미드 (이집트) 18. 베니스 (이탈리아) 19. 몰디브 20. 만리장성 (중국) 21.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짐바브웨) 22. 홍콩 23. 요세미티 국립공원 (미국) 24. 하와이 25. 노스 아일랜드 (뉴질랜드) 26. 이과수 폭포(브라질) 27. 파리 (프랑스) 28. 알래스카 (미국) 29. 앙코르 와트 (캄보디아) 30. 에베레스트 (네팔) 31. 리오데자네이루 (브라질) 32. 마사이마라 (케냐) 33. 갈라파고스제도 (에콰도르) 34. 룩소르 (이집트) 35. 로마 (이탈리아) 36. 샌프란시스코 (미국) 37. 바르셀로나 (스페인) 38. 두바이 (UAE) 39. 싱가포르 40. 라디게 (세이셸 공화국) 41. 스리랑카 42. 방콕 (태국) 43. 바베이도스 (서인도제도) 44. 아이슬란드 45. 진시황 병마용 (중국) 46. 마테호른 (스위스) 47. 앤젤 폭포 (베네수엘라) 48. 아부심벨 (이집트) 49. 발리 (인도네시아) 50. 보라보라 섬 (폴리네시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더 공격적으로, '일생동안 가보아야 할 곳 50' 리스트를 1999년과 2009년 발표하고 수시로 여러가지 버전의 '가봐야할 곳 리스트'를 만들어 여행욕구를 자극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Travel

   

1999 National Geographic 선정 '일생동안 꼭 가봐야 할 곳 50'  (알파벳 순)
도시 (Urban Spaces) : 1. 바르셀로나 (스페인) 2. 홍콩 (중국) 3 이스탄불 (터키) 4. 런던 (영국) 5. 뉴욕 (미국) 6. 예루살렘 7. 파리 (프랑스) 8. 베네치아 (이탈리아) 9.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10. 샌프란시스코 (미국)  
야생 (Wild Places): 1. 아마존 밀림 2. 남극  3. 아웃백 (호주) 4. 캐나다 로키 산맥 5. 갈라파고스 제도 6. 그랜드 캐년 7. 파푸아뉴기니 산호초 8. 사하라 사막 9. 세렝게티 10. 테푸이스 (베네수엘라)
낙원 (Paradise Found) : 1. 아말피 해안 (이탈리아) 2. 바운더리 워터스 (미네소타, 미국) 3. 버진 아일랜드 (영국) 4. 그리스 섬들 5. 하와이 6. 료칸 (일반) 7. 케랄라 (인도)  8. 태평양 섬들 9. 셰이셀 공화국 10. 토레스델파이네 (칠레)
전원 (Country Unbound) : 1. 알프스 2. 빅서 (캘리포니아, 미국) 3. 마리팀즈 (캐나다) 4. 다낭에서 후에까지 (베트남) 5. 영국 호수 지방  6. 루아르밸리 (프랑스) 7. 뉴질랜드 북섬 8. 노르웨이 해안 9. 투스카니 (이탈리아) 10. 버몬트 (미국)
불가사의 (World Wonders) : 1. 아크로폴리스 (그리스) 2. 앙코르와트 (캄보디아) 3. 사이버스페이스 4. 만리장성 (중국) 5. 마추픽추 (페루) 6. 메사버드 (콜로라도, 미국) 7. 페트라 (요르단) 8. 피라미드 (이집트) 8. 타지마할 (인도) 10. 바티칸
가봐야 할 곳 51번째 : 우주
2009 National Geographic 선정 '일생동안 꼭 가봐야 할 곳 50'  (알파벳 순)
도시 (Urban Spaces) : 1. 아테네 (그리스) 2. 애틀란타 (조지아, 미국) 3. 베를린 (독일) 4. 델리 (인도) 5. 더블린 (아일랜드) 6. 프로방스 (이탈리아) 7. 멕시코시티 (멕시코) 8.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9. 도쿄 (일본) 10. 밴쿠버 (캐나다)
야생 (Wild Places): 1. 알류샨 열도 (알래스카, 미국) 2. 아넘랜드 (호주) 3. 아유이툭국립공원 (캐나다) 4.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 (우간다) 5. 레드우드 코스트 (캘리포니아) 6. 바이칼호수 (러시아) 7. 마디디 국립공원 (볼리비아) 8. 오카방고 델타 (보츠와나) 9. 사가르만타 국립 공원 (네팔) 10. 남 조지아섬 (남태평양)
낙원 (Paradise Found) : 1.아이투타키 (쿡제도) 2. 페르난도 데 노로냐 군도 (브라질)  3. 로드하우섬 (호주) 4. 마이로섬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5. 몰로카이 (하와이) 6. 리기산 (스위스) 7. 오샤반도 (코스타리카) 8. 퀴림바스 군도 (모잠비크) 9. 샐리나 (이탈리아) 10.야프섬 (마이크로네시아)
전원 (COUNTRY UNBOUND) : 1. 아스투리아스 (스페인) 2. 아주르 해변 (터키) 3. 코르딜레라 논지대 (필리핀) 4. 가스페반도 (캐나다) 5. 고비 사막 (중국, 몽골) 6. 멘도자 (아르헨테나) 7. 몬테네그로 8. 피드몬트 대지 (버지니아, 미국) 9. 리프 산맥 (모로코) 10. 소투스 산맥 (아이다호, 미국)
불가사의 (WORLD WONDERS) : 1. 이스터 섬 (칠레)  2. 파테푸르 시크리 (인도) 3. 카르나크 (이집트) 4. 큐에랍 (페루) 5. 렙티스 마그나 (리비아) 6. 미국 의회 도서관 (워싱턴) 7. 포탈라 궁 (티베트) 8. 성가족성당 (스페인) 9. 사마르칸드-부하라 (우즈베키스탄) 10. 진시황 병마용 (중국)
가봐야 할 곳 51번째 : 해양
   'listchallenges.com'에서 체크해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places of a lifetime'


Before you die-ism

『죽기 전에 해야할 100가지』 ('100 Things to Do Before You Die: Travel Events You Just Can't Miss', 1999, Neil Teplica & Dave Freeman)라는 책을 써서 'before you die' 시리즈 돌풍을 일으킨 프리먼. 정작 자신은 47세로 나이로 사망할 때 그가 만든 리스트의 절반 정도만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BBC 뉴스 매거진에서는 프리드먼이 불러온 이 'before you die-ism' 에 대해서 분석합니다.

 BBC News Magazine, 'The rise of 'before you die-ism'

'죽기 전에 해야할 것들' 열풍은 아마존에 'before you die' 관련 시리즈가 150권 이상이 있고 '40대가 되기 전에 해야할 40가지 것들'과 같은 변형 버전이 더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BBC 매거진은 그런 리스트를 다른 책들이 인기를 얻은 이유를  사람들이 표지를 보고 집어들게 만드는 단순함에서 찾습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 1000가지는 사람들을 열망에 빠지게 합니다.

철학자 마크 버논은 이러한 리스트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냅니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삶에 포커스를 두게 하는데,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는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주고 당신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데 있지, 어떤 활동들에 대한 리스트에 체크하는데 있지 않다고 합니다. 당신의 삶을 진짜 사는 건 당신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또 이 리스트의 위험성과 소비주의에 대해서 비판합니다. 당신은 그 100가지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100가지 산만한 방해 요소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또 그런 삶을 따라 사는 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함으로써 '살아진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요.

하고 싶은 일들, 가보고 싶은 곳들 같은 리스트만 꼽아 봤을 뿐인데 이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니, 뜨끔하면서도 고개 끄덕여지는 말들입니다.


Grand Canyon


BBC가 선정한 (BBC 시청자가 선정한)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 무려 1위, 그랜드 캐년. 20억년전부터  형성된 협곡, 콜로라도 강이 깎고 다듬으며 만들어낸 걸작입니다. 사실 이 그랜드 캐년도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 초에 미국의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태평양까지 유유히 흐르는 콜로라도 강. 물 줄기가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넓이와 깊이, 그 장엄함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사람이 얼마나 작은지, 지구가 이런 곳이었는지 알게 되는 경이로움. 거대한 장관 앞에서 드는 생각이란, '정말 오길 잘 했다'와 함께 '죽기 전에 정말 한 번쯤 와볼만 하다'는 생각. 사진과 말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풍경, 콜로라도강이 어쨌건 지구의 역사가 어쨌건, 고생물학자와 지질학자가 이곳에서 무슨 말을 하건, 이곳을 세상에 알려지게 한 파월의 이름을 딴 인공호수 파월 호수를 둘러싼 논쟁이 어쨌건 내가 어떤 사람이건 아무 상관없이 위대한 지구 그 자체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하는 곳.


Preikestolen

노르웨이의 펄핏 락(Pulpit rock)으로 알려져 있는 프레케스톨렌. 피오로드에 있는 600m 절벽으로 죽기 전에 가야할 여행지를 꼽을 때 빠지면 서운한 곳입니다. 아찔한 절벽과 피오로드의 절경이 어우러진 소름끼치는 풍경이라고.

프레케스톨렌은 노르웨이 뤼세피오르드(Lysefjord)에 있습니다. 노르웨이 남서부에 있는 작고 예쁜 도시 스타방에르(Stavanger)에서도 25km 떨어져있는데, 렌터카나 캠핑카 여행이 아니라면 이 도시에서부터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주차장에서부터 약간 등산을 해야합니다. 3.8km 거리와 330m 정도 높이를 올라가면, 바닥까지 604m 절벽의 어마어마함을 만납니다. 빙하가 만들어낸 피오르드와 Pupit rock. 바위가 설교단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이곳에는 사람과, 바위와 피오로드, 지구의 역사가 만들어낸 경이로움이 가득하지만 없느 것도 많습니다. 일단 안정장치가 없습니다. 이곳에 소리 없이 떨어져 죽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살짝 미끄러지면, 소리도 이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누워서 바닥을 내려다 보면 높이가 얼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는 아찔한 풍경. 안전장치도 없고, 세계의 명소에 가면 있을 법한 기념품 가게나 매점도 없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져도 이곳이 좋은 이유는 한결같은 풍경, 누구나 숨어있던 장관을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고 할까요.


행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의 발견


5,000년 전에 문명 세계로 진입한 지구인이 100년 전부터 관광지로 본격적으로 개발한 20억년 전에 만들어진 그랜드 캐년. 그리고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고 이름 붙이는 지금 우리들. 어쩌면 벅찬 감동 만큼이나,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도 크지 않았을지.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했다면, 오히려 지금 인터넷에서 설문조사한 결과가  좀 더 '여행해볼만한 곳'이라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 이라는 것이 사람이 뽑은 거라면, 지금 사람들이 더 길게 줄 서 있는 요즘 맛집이 입맛에 맞을 확률이 높은 것처럼.


가볼 만한 곳, 버킷리스트에 쓸 만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서른 일곱 살에 198개국을 여행한 남자가 뽑은 최고의 도시 20곳' 같은 리스트도 훌륭한 참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위가 서울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리스트. 사람들, 음식, 재미,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분석했다는데, 세계를 다 다녀본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노르웨이 남자의 취향이 누군가에게 맞지는 않을 거고, 이 남자가 뺀 '너무 관광 도시가 된' 도시들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 리스트'를 설문조사를 통해 뽑는다면 꼭 들어가게 될 거고. 게다가 여행 기억은 사람 기억일 수도 있는데 이걸 순위를 매겨 본다는 건, '나 여기 가봤다'는 일종의 색다른 형태의 여행 자랑이라고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랑이 아니라면, 행복하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일지도,  어쩌면 죽기전에 가지고 싶은 행복을 발견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들을 모아놓은 것일 수도 있고요.


그곳에 가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절대적인 여행지 리스트, 신이 만들어 준 목록 같은 건 존재할리가 없습니다. 대신 쇼핑몰에 상품평 보고 물건 구매하고, 소문을 내면 그 물건은 더 잘 팔리게 되는 것처럼 유명한 여행지는 만족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겠죠. 하지만 "당신이 죽기 전에 해봐야할 일들" 시리즈에는, 당신이 꼭 해봐야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힌트를 주는 것일 뿐이니, 꼭 이런 말도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리스트 체크해 본 사람들에게.

"어차피 거기서 모두가 다 행복하지는 않아요,  좌절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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