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로망들
돈 많이 드는 꿈들
영화 「에베레스트」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담았지만 '조난 영화'인 만큼 안타까운 이야기. 원작은 거의 산악인들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악문학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Into the thin air』(희박한 공기 속으로)입니다. 이 책은 네팔 카트만두 서점마다 제일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있는데요, 영화 「에베레스트」에도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름, '존 크라카우어'라는 작가가 1996년 그 등반대 18명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나오게 된 실화 소설입니다.
요즘은 정상 정복 루트까지도 많이 상업화되고 가려는 사람이 많아서,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줄 서서 등정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여전히 에베레스트가 꿈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취미 중에서도 고산 등정은 최고 수준입니다.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도 나오지만 그 원정대에서 든 비용이 65,000만 달러(7,675만 원)라고 했는데, 현재 에베레스트 정상 8848m에 가기 위한 입산료만, 저렴해져서 11,000달러(1,300만 원)라고 합니다. 여기에 항공권, 셰르파 비용, 장비, 식사 등을 포함하면 어마어마해지겠죠.
꿈이 되기에는 너무 비싼 취미라서, 트레킹이나 라운딩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는 시작하고 20분도 안 되어 도착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EBC, Everest Base Camp). EBC 전망대 칼라파타르의 높이는 5545m이고, 트레킹 루트로 일주일이 걸리는 코스입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데요, 사실 히말라야 트레킹은 기간이 길뿐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네팔리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갔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 트레킹 코스에서는 대안학교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 온 것도 보았고, 새내기 부부가 신혼 여행으로도 온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 산에 사람들이 모이는 건 혹시,누구나 아는 산이어서,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와~ 해줄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정운 교수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말했던 것처럼, 엄마가 '잘한다 잘한다'고 해주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팍팍한 일상에 더 이상의 감탄도, 인정도 찾을 수가 없어서.
인정 투쟁
호네트는 성공적인 삶의 조건으로 사랑, 권리, 사회적 연대라는 세 가지 인정 형태를 제시한다. 호네트에 따르면 인간은 사랑, 권리, 연대를 통해 타인의 인정을 경험함으로써 긍정적 자기의식을 갖게 됨은 물론, 성공적 자아실현의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인정이란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사회 비판의 규범이 된다. 호네트는 윤리를 삶의 목적 실현을 위해 필요한 행위나 법칙을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장치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호네트는 인간의 삶이 타인으로부터 훼손당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면서 자기의식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이 누구이고 또한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삶은 단순한 생존유지가 아닌 자기실현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공적 자기 실현의 가능성이 타인의 인정, 다시 말해 나에 대한 타인의 긍정적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인정윤리의 관점이다. 내가 타인의 부정적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면 심리적 상처는 물론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긍정적 관계가 훼손될 위험에 빠진다. 따라서 개인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간 상호 간의 윤리적 의무가 필요하며, 그 의무의 내용이란 각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상호 인정이다. 즉 인정이란 타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하는 필수적 조건이며, 이런 점에서 상호 인정은 인간 상호 간의 의무로 설정될 수 있다.
김종기, 「'인정투쟁'으로 읽는 현대사회'」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인문학 (13), 2015.4, 299-307 (9 page)
타인을 동등한 자기의식을 가진 존재로 대하지 못하고 자기의식만 인정받기를 바라는 인간의 인정 욕구를 설명한 헤겔의 '인정이론'을 확장한 호네트의 『인정투쟁』에 따르면, 인간 관계는 타인으로부터 얻는 인정을 통해서 자긍심을 얻지만, 무시로 인해 자긍심히 훼손되면 투쟁하게 됩니다.
내가 내게 감탄하기
헤겔의 어려운 개념을 들지 않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인정해줄 수 있다. 스스로가 인정할 만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주저하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때 화부터 내기 십상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잠시 멈추고 천천히 숨을 내쉬어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자.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기분을 망가뜨릴 수 없어.' 우습게 들리는가? 하지만 이런 한마디만으로 우리 기분은 획기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남과 나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남들이 나에 대해하는 말이 '나'는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지만, 나는 특별하고 남들과 다른 독자적인 개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곽금주, 『마음에 박힌 못 하나』
EBC 트레킹의 시작점,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를 며칠 기다리다가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가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흐린 날씨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에베레스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 가고 싶은 내 마음을 내가 들여다보면서, 인정받는 일이 어쩌면 중요한 행복의 조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바라는 것만큼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내가 내게 감탄해보기로 했습니다. 인정 욕구가 불러온 집착이라 할지라도, 그런 로망들이 삶을 이끌어 갈 테니까요.
여행의 기술로 만드는 행복한 일상 #12 내가 내게 감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