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말들
돈키호테의 말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던 미치광이는 행복했을까?
사랑,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하여
한 작가는 단 한마디가 하고 싶어 긴 소설 한 권을 썼다. 포르토벨로 마녀의 유언.
"사랑은 사랑일 뿐입니다. 그 어떤 정의도 필요 없어요. 사랑하되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마세요. 그냥 사랑하세요. "
파울로 코엘료,『포르토벨로의 마녀』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에세이가 있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중략)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노희경,「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죽어버리라고 협박하는 시도 있다.
사람들은 사랑을 모른다.
자기 마음대로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너는 어찌되든지
나만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너는 무엇을 원하는지
너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내 마음대로 네가 되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다가 죽어야 하는데
너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죽어야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을 알지 못한다.
나를 살리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한다.
너를 살리는 것이
사랑인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호승,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사랑은,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이르는 말이라 한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김훈,「바다의 기별」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제대로 하고 죽지 않으면 죄인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돈키호테는, 닿을 수 없는 것들과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환상 속에서 살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는 현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
"돈키호테 소설 전체를 보면, 돈키호테와 산초 사이에 서로 변형이 일어난다. 원래 지극히 이상주의적이고 꿈 속에 살던 인물 돈키호테가 점차 현실적인 인물이 되어간다. 반대로 산초는 갈수록 돈키호테화(化)된다. 이렇게나 대조적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21세기는 돈키호테를 부르는 시대", 파즈 가고 교수 인터뷰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제대로 하고 죽지 않으면 죄인일지도 모른다. 돈키호테의 일생은 끝없이 좌절하고 실패하면서도 이상을 위해 세상에 맞서 싸운 삶이었다. 그가 행복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기 인생에 대한 죄인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