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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Jul 27. 2018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거꾸로 만드는 백일 기념일의 시작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어젯밤은 설레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불면의 밤을 만든 것이 전에 없이 찾아온 열대야 때문인지, 불현듯 찾아든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하간 그 밤은 참 설렜다. 짧지만 강렬했던, 매일 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 같은 번개 같은 생각이었다.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 놓을 수 있었던 건 요즈음이 무기력하다고 종종 느낀 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역사상 항상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했고 언제는 누군가는 실천했고 누군가는 생각만 해왔다. 출처 없는 개똥철학에 따르면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누군가의 생각이든 오래전부터 품은 꿈이든 불현듯 찾아온 아이디어든 그건 뇌파일 뿐, 액션이 라이프를 만든다.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목표를 이루는 방법', '꿈을 실현시키는 비법' 같은 강의에 꼭 등장하는, '종이에 목표를 쓰라'는 오래된 지식과 스치듯 훑어본 자기계발서의 문장들이 무의식 속에서 조합되어 떠오른 것 같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중 하나, 그걸 다시 찾을 수 있는 날이 100일 남은 덕분에. 그래서 생각대로 100일 동안 매일 쓰고, 이루어지는지 한번 보려 한다. 

 

거꾸로 만들어 보는 100일 기념일


자신이 행복한 순간들을 찾아서 굳이 하는 일은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의미가 있는 삶이 행복하니까. 그 의미가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되려면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거다. 육아할 때 말하는 100일의 기적은 태어나서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짠 하고 변한 아이보다 지나온 백일의 수고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말인지도 모른다. 그 수고가,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음을. 


기념일로서 100은 매우 의미 있는 숫자다. 연인들의 100일 기념일, 아기 백일상, 취임 100일, 개업 100일 등. 100일 기념으로 하는 일들이 참 많다. 시험 100일 전 100일 기도도 일종의 기념일에 하는 행사다. 그래서 이벤트랄 것이, 기념할 것들이 별로 없는 어른들이여, 내 맘대로 기념일을 100일 전부터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쉽게 이룬 건 기쁨도 적으니 100일이면 수고했다 말하기에도 적당한 시간이니까. 인생을 바꾼 성취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좋다. 대단한 걸 바꾸지 않아도 기똥찬 순간은 많이 만들 수 있다. 100일 동안 매일 하는 것들의 기적은 그 순간들에 있다. 

 

You've already paid for this!


매년 열리는 메이저 마라톤 대회 '중마'라고 불리던 JTBC 마라톤. 올해 100일 남았다. 마라톤 경험도 많지 않고 운동을 멀리한 지 오래되어 몸도 많이 망가졌다. 그래서 100일 동안 틈틈이 준비해서 풀코스를 뛰고 싶다는 생각은 욕심이다. 하지만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는 내가 믿는 법칙과, 'You've already paid ₩40,000 for this, '라는 기가 막힌 응원을 기억한다. 예전 달린 마라톤 대회에서 길거리에서 응원하던 어떤 외국인이 박스에 크게 써서 들고 있던 응원 문구였다. 


이미 참가비를 냈다. 

이미 마음이 가 있다. 

몸이 따라가게 하면 된다.


목적 있는 삶에 대해서, 운동에 대해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에 대해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들에 대해서. 그리고 쓸데없지만 가치 있다고 믿는 열망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달리는 순간을 준비해볼 생각이다.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가지만 미처 다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달리는 순간을 상상하며 미리 써 볼 것이다.


이미 나는 달리고 있다. 

대신 운동은 내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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