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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Apr 22. 2020

빼어난 질문 탁월한 성과   

 

일론 머스크는 놀라운 사람입니다. 여러 면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그는 뼛속까지 창업의 에너지가 채워진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24살이 되는 해인 1995년 머스크는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을 등록했다가 당시 거세게 인 인터넷의 물결에서 서핑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교를 자퇴하고 실리콘 밸리로 이주합니다. 같은 해 일론 머스크와 그의 형제 킴벌 머스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보 제공 시스템인 Zip2을 창업했는데, 4년 후인 1999년 컴퓨터 제조업체 컴팩에 회사를 매각한 결과 머스크는 보유 지분인 7퍼센트에 해당하는 2200만 달러를 손에 얻습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한거죠.      


같은 해 그는 다시 창업합니다. 이번에는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X.com 이었습니다. 이메일 결재서비스에 집중하면서 회사 이름을 페이팔로 바꿉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PayPal, 맞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한 금액은 1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머스크는 1억 달러 이상을 손에 거머쥡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정확히 1.65억 달러라고 하는데요, 여러분이라면 이 돈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엘론 머스크는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군림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30대에 초대박 성공을 이룬 스타트업 사업가가 테헤란로에 건물을 사면 안정적 투자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사업성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살피는 천사들이 많은 나라여서 그랬을까요? 우리와는 다르게 기업가적 정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엘론 머스크는 제법 커진 종자돈으로 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손을 댑니다. 페이팔을 매각한 2002년 머스크는 민간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 X를 설립합니다.      


정말 놀라운 행보입니다. 두 번의 성공적 창업도 충분히 시대를 앞선 안목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종자돈을 손에 거머쥔 그가 쉬지 않고 선택한 세 번째 아이템은 우리가 사는 푸른 행성 지구의 시대를 앞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미래를 창조하는 경지라니, 이 사람 엘론 머스크, 참 놀랍습니다.      

불가능하다는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도전을 차근차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머스크가 이런 말을 합니다: 

“무엇을 질문할지가 가장 생각해 내기 어렵다. 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만 생각해 낸다면 나머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화성에 사람을 실어날라 그곳에 살 수 있는 미래를 계획해 유의미한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가 말했다면 그건 참일 겁니다. 민간우주항공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그가 한 질문입니다. 

“왜 아직까지 인간을 화성에 보내지 못한 걸까?”     

비용의 문제라는 답을 얻는 그는 우주선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기로 목표를 정합니다. 그래서 나온 새로운 시스템이 바로 재활용 로켓입니다.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로켓 부스터를 얌전히 발사지에 다시 세워놓는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위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질문했습니다. 


패셔니스타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름이 있습니다. 샤넬.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한 그녀도 질문했습니다:

“왜 여자들은 움직이기도 힘든 과도한 장식의 모자와 긴 치마를 입고 다녀야 하지?”

“단순한 것이 아름답지 않나?”     


이 질문의 답이 오늘날 동서양을 아우르는 많은 여성들에게 추앙받는 샤넬의 아름다움입니다. 가방, 의상, 악세서리,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샤넬이 고민한 질문의 답이 묻어나는 모든 것이 미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무겁고 치렁치렁한 의상을 입고 다니기보다 끌고 다녔던 여성 중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코코 샤넬이 질문하고 새로운 답을 찾기까지요.     

 

질문하면 답을 얻습니다. 그리고 빼어난 질문은 탁월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켄 로빈슨은 영국 출신의 위트 있는 교육학자입니다. 그의 테드 강연에는 촌철살인의 유머가 넘쳐납니다. 그는 서구에서 출발한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산업혁명 시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기계의 효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력을 배출하기 위한 학교였다는 말입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우리의 교육관은 여전히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는 그는, 이제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산업혁명 시대 교육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해답지가 없는 문제는 풀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기출문제가 아니고서는 대처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의 관리자가 최종 목표였던 산업혁명 시대에는 답을 잘 찾는 사람이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답을 찾는 능력을 넘어 답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이제 정해진 답이 아니라 질문해야 합니다. 내면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질문할 수 있습니다. 통찰력 있는 질문으로 세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질문으로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인재상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이 변하기 위해 우리가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갈등하고 있습니다. 

‘괜히 생각하느라 시간 낭비하기보다 문제 하나 더 풀어야 하는 건 아닐까? 선생님이 콕 집어준 별표 쳐진 문장 하나 더 외우는 게 이번 시험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딴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에 기출 문제 하나 더 푸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우리 아이들의 질문 본능이 사장되지 않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할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빼어난 질문으로 탁월한 결과를 창조해 갈 수 있도록 사그라든 질문 본능에 불을 지펴야 할 때입니다.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혹시 탁월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럭저럭 답 잘 찾는 능력으로 평범한 인재가 돼도 충분하다고 위안하고 계십니까? 오판입니다. 우선 그런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는 일은 이미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더욱 혁혁한 감소세를 보일 겁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답 잘 찾는 인재가 필요한 영역은 대체될 겁니다. 주어진 정보에서 답을 찾는 능력으로 인공지능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아무리 금수저 물고 태어나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은 앞으로 10-20년 이후 성인으로 세상을 살아갈 세대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불성설이구나. 당장 1년 뒤의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데 20년 뒤의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오늘의 내가, 과거에 배운 지식에 의지해 교육하고 있다니!     

 

유사 이래 언제나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했던 교육모험이긴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위기감은 빠른 사회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어느 때보다 큽니다. 민간 우주항공국과 같이 가장 최신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든, 패션처럼 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영역이든 빼어난 질문으로 탁월할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합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회가 변화되면서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인재가 아니라면 설 자리가 없는 사회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선택 가능한 스펙이 아닙니다. 필수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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