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질문하기와 담쌓고 살았던 우리입니다. 하지만 그건 방금 전까지의 모습입니다. 이제 변화할 겁니다. 질문해야겠습니다. 그런데 막막합니다. 막상 물어볼려고 하니 별로 궁금한 것도 없습니다. 질문하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질문바퀴를 돌리자고 권합니다. 바퀴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물론 멋진 광폭 자동차 타이어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그것도 좋습니다. 제 경우는 수레바퀴를 그려봅니다. 둥그렇고 안에 바퀴살이 여럿 있는 그런 바퀴 말입니다. 이제 상상해보겠습니다. 바큇살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입니다. 이름하여, 육하원칙 바큇살입니다. 바퀴살 하나씩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라는 제목을 붙여줍니다. 이제 할 일은 바큇살을 하나씩 잡고 돌리면서 질문하는 겁니다.
연습해볼까요? 아래는 2020.01.31. 조선일보 뉴스기사 중 일부입니다.
미국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BSO)의 첫 내한공연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올해로 창단 139년을 맞은 보스턴심포니는 빈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내한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곳이다.
보스턴심포니는 30일(현지시간) 우한폐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아시아 투어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크 볼프 보스턴심포니 최고경영자는 "단원과 관객의 안전을 위해 동아시아 투어 일정을 취소했다"라며 "곧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글을 읽고 육하원칙 질문바퀴를 돌려봅니다.
먼저, “누가” 바퀴살을 돌립니다. 미국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죠.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 1.31일 발표된 시점으로 보면 됩니다.
“어디서” 일어나는 일인가요? 한국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겁니다. 방한 공연취소는 한국에 미치는 일이니까요.
“무엇”에 대한 기사입니까? 내한공연 취소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라고 답할 수 있겠지요.
“어떻게” 대응하면 됩니까? 예매 고객은 취소 문의를 진행해야 할 겁니다.
육하원칙 질문바퀴를 돌린다는 건, 6개의 질문을 별다른 노력하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선 질문거리가 6개나 생긴 셈이지요. 이 질문바퀴가 유용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질문 바퀴를 돌리면서 내용 파악도 용이해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질문이 자그마치 6개나 생깁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막막할 땐 눈을 감고 바퀴를 떠올리세요. 육하원칙 바퀴 말입니다. 하나씩 돌리면서 물어보시면 됩니다. 일단 육하원칙 질문바퀴를 한바퀴 돌고나면 그 다음은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일단 질문 말문을 열었고, 원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특징이 있어서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돼 있거든요.
육하원칙 질문 다음에 물어볼 질문은 의미를 찾는 질문들입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 (So what?)”에 해당하는 질문입니다. 다시 말해 주어진 사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묻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은 육하원칙 질문보다 조금 복잡해 보입니다. 사실 의식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로 질문하기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데 육하원칙으로 질문바퀴를 돌렸다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질문단계이기도 합니다. 육하원칙 질문바퀴는 사실, 이 과정으로 나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왜일까요? 특정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판단, 가치를 고민하지 않으면 자신만의 생각은 펼칠 수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그 상황의 의미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문제해결은 요원해집니다.
일단 육하원칙의 바퀴를 돌리세요. 그리고나서 바퀴가 돌아가는 힘을 추진력으로 사용해 표면적인 사실 이면의 의미를 찾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단순히 지식과 정보에 불과했던 상황을 통해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대화 나누는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은 덤으로 얻는 유익함입니다.
위에서 예로 들은 우한폐렴 발생과 관련해 또 다른 뉴스가 있습니다. 우한폐렴의 사람 간 전염력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최소 한 달간 숨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 인민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중국 정부는 사람 간 전염 사실을 전염병 발생 초기에 왜 숨겼을까요? 전염질환 초기 과도한 혼란을 막으려고 했을까요? 초기 진압이 가능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과도한 혼선을 줄 정보라고 판단했을까요?
그 결과 중국경제에 미칠 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을까요? 정보가 미치는 폐해는 어떤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 현재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만약 밝혀진 사실대로 정보를 공개했다면, 폐렴 확산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여러분이 중국 정부 해당 관리자였다면 어떤 판단을 했겠습니까?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우한폐렴의 사람 간 전파력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보 공개 통제 소식을 들었다면 정부가 어떻게 그런 일을 했는지, 이 사실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파악하고 나서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멈추면 안됩니다. 한 발 더 나가서 이 기사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려면 물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져야 합니다. 대화상대가 있다면 상대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고, 혼자라면 자문자답의 사고과정일 것입니다. 어떤 형태든 “육하원칙 질문” 너머의 “의미찾기 질문”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식이 지혜가 됩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제 마음은 벅차오릅니다. 아이들에게 오늘 숙제는 다 했는지 확인하는 질문이 대화 전부라면 정말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날을 말입니다. 너무 어려운 주제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용어가 주는 어려움에 불과합니다. 결국, 위의 질문은 한 개인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물어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생각이 있습니다. 용어만 정리된다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질문할 수 없다는 말은 일면 틀린 표현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통해 생각하고 배웁니다. 질문을 받아야, 문제 상황을 직면할 수 있고, 그래야 고민합니다. 그 숙고의 과정이 바로 배움입니다. 아이들에게 위와 같은 의미찾기 질문을 할 때 진짜 배움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과감하게 질문바퀴를 돌리세요. 먼저 육하원칙의 바퀴살을 잡고 하나하나 돌려가며 질문 말머리를 푸세요. 질문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의미와 가치를 찾는 질문을 떠올려보세요. 가장 좋은 시작은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입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로 시작하세요. 그 이후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 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방의 의견과 가치 부여에 여러분의 시야가 열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커지는 걸 경험하실 겁니다. 그러니 돌리세요, 질문바퀴!
바퀴야 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