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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Apr 22. 2020

질문의 종류

   

얼마 전 한 영상을 유투브에서 봤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는데, 그녀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해주더군요. 

Thin question과 Thick question.

텍스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thin question이고, 사고과정을 거쳐야 답을 얻을 수 있으면 thick question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어디서, 언제, 무엇을, 얼마나 많이 등을 묻는 질문이 thin question에 해당하고, 어떻게, 왜, 만약, 네 생각은 어때? 너라면 어떻게 느낄 것 같니? 등의 질문이 thick question입니다.     

실제로 학교 교실이나 부모님과의 독서활동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질문 대부분은 이 기준에 따르면 thin question입니다. 어떤 텍스트를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질문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심청전을 읽고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 범주에 속합니다. 

“심봉사가 눈을 뜨려면 공양미를 얼마나 바쳐야 했지?”

“뱃사람들이 심청이를 어디에 빠드렸어?”

“심청이가 바다에 떠올랐을 때 어디에 타고 있었니?”

   

텍스트에 답이 있는 질문은 그래도 하기 쉬운 질문에 해당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의식적으로 질문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은 이 범주의 질문을 아이들에게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의 최대 단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테스트받는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소위 말하는 확인 질문이 되는 셈이지요. 아이들이 얼마나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할 때 물어보는 질문이니까요. 아이들에게 묻는 질문의 내용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면 서로 금방 피곤해집니다. 결국 구술시험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니 말입니다.      

“thin”은 두께가 “얇다”, 폭이 “좁다” 등을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반대로 “thick”은 “두껍다”라는 의미지요. 그러니 thin question을 “텍스트 질문”으로, thick question은 “텍스트 너머 질문”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심청전을 읽고 이런 의문 가져본 적 있으신가요?

“심청이는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면 정말 아버지가 눈을 뜨실 것이라고 믿었을까?”

“왕비가 된 후 전국의 봉사, 시각장애인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벌이고 아버지 만날 것을 고대했던 것을 통해 판단해본다면 믿지 못했던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자신을 팔아 공양미를 마련한 행동을 진정한 효라고 볼 수 있을까? 눈도 안 보이시는 아버지가 혼자 생활하셔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면 말이다.”    

 

위와 같은 “텍스트 너머” 질문은 정해진 답이 본문에 없습니다.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는 열린 질문입니다. 논리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여러 가치관과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요. 그에 따른 창의적인 해결력 또한 빛을 발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물론 생각을 직접 해야 하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는 있겠지만 이런 질문이라면, 고민할수록 더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큰 성취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누구는 틀리고 누구는 맞는 결과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들음으로써 상대방의 가치관과 판단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곧 사람에 대한 이해가 커지는 질문이 됩니다.      


텍스트 질문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는 자녀교육의 탁월한 모델로 꼽히는 유대인 가정의 대화를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 부모가 자녀와의 토론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질문은 대략 이렇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 의견은 어떻니?”

“너라면 어떻게 말하겠니?”

“왜 그렇게 생각해? 무슨 뜻이야?”

“폭넓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금방 눈치채셨을 겁니다. 모두 ‘텍스트 너머’ 질문입니다. 지식을 잘 전달받았는지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해당 사실이 너에게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니?”라고 묻고 있습니다.      


텍스트 질문은 필요합니다.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라면 적극 활용할 만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은 텍스트 질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내용확인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런저런 내용의 정보가 주어졌는데, 그에 대해 “너” 는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하는 질문입니다. 다양한 정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교실이 과연 우리에게는 불가능하기만 할까요?


새로운 시각이 반짝이는 의견을 내며 문제를 해결해서 신명 나게 새로운 도전과제로 나아가는 활기찬 아이들의 발걸음에, 덩달아 신바람 나는 어른이 되는 건, 우리에게 요원하기만 할까요?      

우리가 질문하면 가능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질문할 때 가능합니다. 텍스트 너머의 질문을 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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