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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May 29. 2020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질문

일본 오사카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로 활동하며 5000명 이상의 게스트를 인터뷰한 니시토 아키코는 사람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방법에 관해 고민한 내용을 그의 책, <대화의 키>에 소개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대화의 기술로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질문대화에 이 기술을 적절히 사용하면 질문하고 답하는 아이가 주인공이 됩니다. 주인공이 된 사람은 마음을 열고 대화에 임합니다. 질문대화 시간이 더욱 의미 있게 될 겁니다. 대화로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5단계는 이렇습니다. 

1단계: 상대를 좋아해라. 

2단계: 상대가 이야기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라. 

3단계: 상대를 칭찬하여 마음을 열게 하라. 

4단계: 상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끌어내라. 

5단계: 상대의 이야기를 북돋아줘라. 

<대화의 키> (니시토 아키코, 10쪽)     


가장 먼저 상대를 좋아해야 상대를 대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본질적인 조건입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시간은 양쪽 모두에게 지옥일 뿐입니다. 온몸으로 “난 네가 싫어.”라는 냄새를 폴폴 풍기는 상대와 대화하는데 기분이 좋아질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엄마는 함께 대화하는 동안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최적의 사람입니다. 엄마만큼 자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에게 엄마는 존재가 사랑을 증명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엄마이기에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기술을 터득하기 가장 좋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질문대화의 상대자인 자녀를 좋아하는 아우라를 뿜뿜 뿜어내는 엄마가 다음으로 할 일을 자녀에게 이야기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 단계 역시 자녀에 대한 정보가 많은 엄마에게는 어렵지 않습니다. 나란히 걷거나 앉아 있을 때 이야기하는 걸 편안해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마주한 채로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꺼내놓는 아이도 있습니다. 자기 전 잠자리 독서 시간이 가장 친밀한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활짝 열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칭찬 받을 때 주인공이 됩니다. 칭찬이라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요즘 부모님은 칭찬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칭찬을 많이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잘’ 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칭찬하는지, 현 상태가 아니라 변화에 초점을 두고 칭찬하는지 한 번쯤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한 것을 칭찬하는 방법도 상대를 춤추게 하는 칭찬의 기술입니다. 미인대회 우승자에게 예쁘다고 칭찬하는 건 상대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예쁘다는 말을 처음 들을 때야 기분 좋겠지만 나중에는 기정사실인 부분이니 당연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오히려 “아무리 좋은 신체조건을 타고났어도 관리하지 않으면 날씬한 몸매를 잃어버리는 건 금방인데, 어쩌면 그렇게 자기관리를 잘하셨나요?”라고 칭찬하면 정말 기쁘지 않을까요?     


네 번째 단계로, 질문대화 할 때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은 엄마에게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입을 열어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엄마라도 예외는 아니죠. 게다가 자녀에게 엄마가 할 말이 얼마나 많습니까? 일과 확인도 해야죠, 학교생활과 생활습관 및 공부에 대해서도 1박 2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면 엄마가 주인공이 되니, 엄마가 아니라 자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해서 말할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질문할 때 자녀가 보이는 반응으로 관심거리를 포착해 대화를 풀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I’m all ears.”라는 영어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온몸이 귀라는 말이니,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는 뜻이죠. 대화하면서 얼굴에 있는 눈, 코, 입 자리를 귀가 차지하고 있는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고 짚어내는 일은 온몸이 귀가 되는 지경으로 집중할 때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대화하는 상대의 이야기를 북돋아 줄 때 나와 대화하는 상대가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고 으쓱해집니다. 이야기에 흥을 더하는 것도 방법이죠. 맞장구만 쳐도 대화가 훨씬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맞장구 한 번에 말하는 사람의 자신감이 쑥쑥 높아지지요. 

“아, 그렇구나.”

“정말 그렇네.”

맞장구치며 상대의 표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동조할 때 상대가 힘을 얻어 진솔한 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질문으로도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 이야기 나누는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대화하는 중에 이런 질문을 하신 적 있나요?

“~라는 말이지?”

상대의 말을 내가 이해한 표현으로 바꾸어 표현한 질문입니다. 아이의 말을 잘 듣고 내가 이해한 바를 말로 풀어서 질문하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추가 의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엄마의 질문에 신이 난 아들은 엄마가 이해한 내용에 덧붙여 자신의 의견을 추가해서 말할 겁니다.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엄마가 잘 이해하도록 도왔으니 사뭇 뿌듯합니다. 자기효용감에서 비롯된 만족감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엄마의 질문에 답하느라 대화를 주도했으니 노래 가사처럼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인 셈이지요.      


엄마가 질문으로 깔아준 멍석에서 주인공이 된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줍니다.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가 가능해지니 진심이 전해지고 소통이 일어납니다. 서로의 속마음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니 놀라움은 커지고 친밀함은 깊어집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 사실 대화에 참여한 모두가 행복한 주인공입니다.      


이처럼 질문으로 우리 자녀를 대화의 주인공으로 초대할 수 있다면, 자녀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는 셈입니다. 아이들이 말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됩니다. 소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온몸을 귀로 무장하고 예민하게 듣습니다. 아이에게 의미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말머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입니다. 맞장구치고 격려하면서 아이의 말을 북돋아 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지, 관심 가는 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오늘 하루를 마칠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나 감정은 없었는지, 등등의 일상 이야기로 시작하면 얼마지 않아 밭에서 고구마 캘 때 줄기를 잡아 올릴 때마다 덩글덩글 고구마가 달려 나오듯이 아이의 진짜 생각과 마음이 딸려 올라옵니다. 아이와 함께 깊은 대화 나누기 원하는 엄마의 진심이 전해지면 수확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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