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반찬
결혼을 했다. 삶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요리에 있어서 좀 더 능동적이 됐다. 이전의 남자요리가 간식 위주였다면 이제 살림에 필요한 음식을, 밥과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간만의 휴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직 마음만 먹고 반찬으로 탈피를 미루고 있는 것들이 몇개 있었다. 그중 오징어채를 손에 들었다.
원산지 페루에서 태어난 오징어가 바다에서 잡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봉지에 포장되가지고 우리집 냉장고에 오기까지, 넌 정말 진미채가 될 운명이구나.
오징어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줘야 한다. 가위로 쓱싹쓱싹. 너무 긴 것들만 골라서 잘라줘도 되구.
오징어를 부드럽게 만들고 나중에 불 위에 올렸을때 수분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물에 살짝 담궈둔다. 5-10분이면 충분할듯.
물에 담궜던 오징어들은 채에 담아 물기를 빼둔다. 마치 원래 물 속에 살았던 원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징어징어야.
물엿이 없어서 아파트 앞 슈퍼에 달려갔다 왔다. 근데 지갑을 두고 와서 한번더 갔다왔다. 근데 나중에 이 물엿을 쓰지 못했다. 집에 올리고당이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렇다. 올리고당이 있었고 우리집은 이미 거의 모든 종류의 재료들이 다 있었다. 장모님의 사랑 신비하고 놀라워. 흑. 그럼 양념장을 만들어보자. 고춧가루 한스푼. 고추장 크게 한스푼을 넣자.
그리고,
중간 사진을 안찍어서 정확히 뭘 넣었는지 모르겠는 사진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간장 한 스푼, 카놀라유 두 스푼, 마요네즈 한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 올리고당 한 스푼 등을 넣었다. 마요네즈는 참 특이한데, 고소하고 달달한 맛을 담당하는듯.
그러고나서 중불에다가 열심히 만든 양념장을 올린다. 서서히 끓일때까지 양념을 맛나게 손봐주자.
어느정도 열기가 올라왔으면 물을 쫙 뺀 오징어채를 넣어주자. 페루에서 태어나 먼 한국땅에 이제 막 신혼이 된 집에 팔려와서 이렇게 진미채가 된 오징어야: 이제 새롭게 태어나자.
쓱쓱싹싹 양념을 야무지게 오징어채에 묻혀준다. 말하자면 오징어와 양념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물아일체의 모습으로. 쓱쓱싹싹. 이 과정을 인내심 있게 계속 해주자. 가끔 간을 봐주고 덜 달다 덜 맵다 하면 다른 양념을 추가해도 된다. 난 너무 칼칼한 맛만 나서 마요네즈와 올리고당을 추가했다.
어느정도 되면 기름기가 빠지고 오징어채가 양념을 다 흡수한다. 그때 불을 끄고 다른 그릇에 담궈두자. 열이 식은 것을 확인하고 반찬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오늘 먹을 반찬의 주인공. 페루에서 온 오징어로 만든 진미진미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페루 오징어, 수고했어.
진미채와 함께 하는 오늘 점심.
앞으로는 아마 반찬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먹는 기쁨. B가 빨리 진미채를 먹고 평가해줬으면. 그게 요리하는 보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