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화법
터미널이나 역을 지날 때면 꼭 싸우는 커플을 발견한다. 여자는 팔짱을 끼고 남자를 독기 있게 바라보고 있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이제 지쳤다는 듯이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무엇 때문에 이 연인이 싸우는 것일까. 싸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연인들이 사귈 때 무언의 약속을 한다. 그 중에 하나는 서로의 마음을 챙겨주는 것. 어떤 상태인지, 슬픈지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불만이 있는지 그런 일련의 상태에 대해 살펴봐주는 것이 있다. 우리 연애할까, 라는 말에는 이 ‘서로에 대한 의무’가 신뢰를 바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이런 약속이 잘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거나 격화될때는 다르다. 상대의 상태보다 나의 감정과 마음이 더 중요하게 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속상한 마음이니, 그리고 너에게 이렇게 불만이니 너는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 라고 어떤 결과로 발생한 감정을 전달한다.
감정을 전달할 때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상태에 대해 상대에게 가장 극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 전달에서만 그친다는 것이다. 전달 이후에 피드백을 원하지만 실상은 서로 마음만 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감정에 나의 눈이 가리워져 상대가 어떤 상처를 받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 교육에 많이 쓰이는 ‘나 대화법’을 활용해보면 좋다. 저학년 아이들이 서로 싸우고 났을 때 서로 화해시킬 때 사용하는 대화법인데 내용은 이렇다.
“너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해?”라는 말을 이렇게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네가 이런 이런 말을 해서 내가 속상했다.”라고 말이다. 어떤 행동에 불만이 있다면 팔짱을 끼고 입을 닫는 대신 그 행동에 느껴진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한쪽만 하면 안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 대화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 쉬워보지만 매우 어렵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런 반응이 나온다. 잘못을 상대가 했는데 왜 내가 내 마음을 설득을 해야 하지? 우리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먼저 마음을 닫는다. 그리고 내가 옳다는 것과 상대의 잘못을 일부러 독한 말로 몇번이나 확인하고 내 상한 감정을 위로받고 인정 받으려고 한다. 먼저 마음을 여는 것? 먼저 굽히는 것이고 화 못내는 호구가 되는 것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가 장기로 넘어가고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쌓아가려면 반드시 이 단계를 넘어야만 한다. 이 단계를 풀지 않고 지나가면 둘의 관계는 천국이 아니라 서로를 끌어내리려고만 하는 지옥일 뿐이다.
어떤 연인이라도 모두 그들은 완전히 별개의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 남남이다. 그들이 서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건 단순히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모두 최수종 하희라가 될 수는 없다. 화를 내고 싸우는 것이 물론 정당하고 충분히 그럴만한 ‘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짚고 가야 할 분명한 점은 오래 가고, 더욱이 사랑스럽고 서로를 배려하는 연인은 위 내용들에 대해 자연스레 체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인 이상 화내지 않을 수 없고 사람과 사람 관계인 이상 트러블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관계를 어제보다 조금 더 좋게 만들 수는 있다. 그게 아주 약간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