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의 정체는 뭘까
사랑한다는 사람들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감돌고, 눈을 맞추고 발맞추며 그 행복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달처럼 느껴질때
우리는 변화를 맞이한다.
사람이 지루해지는 시간. 그 놀랍도록 다른 격차에 정작 당사자들은 놀라지도 않는 시간들. 대화가 따분하고 잔소리가 지겹고 얼굴이 지루해졌다.
처음의 짜릿한 설렘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운명의 짝이 아닌거야."
그리고, 또 그 짜릿한 설렘을 찾아 다른 사람 사이를 헤멘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겪는 연애의 시행착오.
그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영원의 것이, 뜨거운 모래 위에 홀로 핀 꽃처럼 사그라드는 걸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 사랑이라는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랑의 전제라고 한다면, 우리는 사랑을 하긴 한 것일까? 아님 사랑이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고 하면 우리가 생각하고 알고 있었던 숭고한 사랑의 모습은 겉만 그럴듯한 가짜인가. 어쩌면 우리는 추상적인 사랑이란 개념을 쫒아 흉내만 내고 있었는지도.
확실한 것부터 짚어보자.
사랑은 형태가 없고, 보이지도 않으며 사실 하나의 개념으로 묶을 수도 없을만큼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변화무쌍하다. 감정의 한 형태라고 보기 보다 관계의 한 속성으로 보는 것이 맞으며 사랑이란 단어 안에 사랑이란 이미지와 대치되는 다툼과 시기, 질투, 권태 등도 모두 들어있다.
사랑은 내가 해주고 싶은 것과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내 안의 것을 비우고 상대를 들여보내는 과정이며 그 뼈아픈 과정을 통해 결국 둘이 닮아가고 하나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그래, 우리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변화
이전과는 다른 사이. 사랑은 변화를 동반한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사랑의 유효기간이 정해진다.
사랑을 감정의 한 조각으로 여긴다면 그 변화는 무척 아프다. 사랑을 변하지 않는 것이라 여기고 상대 마음 속 자신의 영역이 줄어들었거나 사라졌다고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물론 그럴 수 있고 그것이 둘 사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인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변화는 문제가 되어 결국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랑을 '사이의 관계'로 여기고 접근한다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감정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둘 사이의 감정은 그대로, 변하는 건 관계의 형태일 뿐이다. 관계로서의 사랑이 좋은 점은 바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먼저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그 변하는 방향을 함께 그릴 수 있다. 그 변화가 원하는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낼 수 있다. 변화를 인정해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결국 사랑이란 처음부터 완성되있던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만들어가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이다.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사랑이란 관계에 있어 핵심이며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고, 둘이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변화 속에서 가장 단단하게 변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바라보는 것.
상대의 외모를 좋아했고 그것이 사랑의 중심이었다면. 외모는 변하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지 영원하지 않다. 상대의 어떤 능력이나 어떤 성격을 좋아했다면. 성격이나 품성도 능력이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변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걸 사랑의 근거라고 붙잡고 있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럼 우리 안에 어떤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할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중심'이 있다. 변하지 않는 중심. 그것이란, 본인이 자신이 인생을 통틀어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누군가에게는 돈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고 사람들로주터 받는 명예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될 수도 있고 그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이 자신의 가치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람이 가치일 수 있다.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또 주는 것이 자신이 삶을 부여받은 순간부터 가장 큰 자신의 역할이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 중심에 있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본인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마음 속 한 가운데 있는
변하지 않는 가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아무래도 다른 변하는 것들에 눈이 먼저 가기 쉽상이다. 그럼에도 그 너머의 이 사람이 끌고 가고 있는 마음의 중심에 있는 가치.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가치와 사랑에 빠진다면, 단언컨대 그 사랑은 영원하다. 어떤 상황이 변해도 내가 사랑에 빠진 건 변하지 않는 가치니까.
우리는 그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겉모습과 말과 행동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마치 모두 좋은 말을 하는 대선후보들 중 '진짜'를 찾아내는 어려움이랄까. 나쁜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괜찮은 사람을 별로인 사람으로 우리는 수없이도 잘못 판단한다. 이 중심을 가리우는 수많은 껍질-우리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을 뚫고 변하지 않는 중심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런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사랑할 사람을 찾는다면, 다시 한번 중심을 보도록 눈을 부릅떠야 한다. 이 사람의 가치가 나와 같은지, 그리고 겉에 가리워졌던 그 가치가 얼마나 나에게 아름다운지, 평생의 사랑으로 그 중심을 응원할 수 있는지, 그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기.
그 순간 내 안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마치 꽃처럼 피어서 내 눈 앞에 보여질 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다.
영원의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