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울 수밖에 없는 노래

폴킴 ‘너를 만나’

by ASTR

우연히 폴킴 노래 가사를 곱씹게 됐다. TV 유튜브로 띄어진 가사를 보는 와중에 그 자리에서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그냥 들었을 때는 전혀 몰랐던. 복받쳐 오르는 뭔가가 노래에 있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뭔가 말이다. 그걸 가사 속에서 한번 찾아보려 한다.



너를 만난 그 이후에
사소한 변화들에 행복해져

사실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많이 쓰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너를 만나고 난 뒤 나는 변했다 - 흔히 남자가 여자들에게 네가 얼마나 나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표현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아침
너를 떠올리며 눈뜨는 하루

이제 어떻게 자신을 바꾸었는지 말한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너를 떠올린다. 가사 속에서는 아침에 방점을 찍은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뒤의 하루에 더 힘이 실려있다. 너를 떠올리며 눈뜨는 하루는 여전히 너로 가득 차 있다 - 아침부터 밤까지. 사랑하게 되면 겪게 되는 필연적인 변화다.

식탁 위에 마주 앉아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묻거나
나의 하루도 썩 괜찮았어
웃으며 대답해주고 싶어

가사가 조금 더 개인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여자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고민을, 재미있었던 일, 힘든 일들 누군가에게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 말이다. 이건 남자들에게 어쩌면 대단한 일이다. 한마디로 수다 떨고 싶다는 것인데 내가 아는 한 남자에게 이런 기능은 없다. 점심에 뭐를 먹었고,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 하는 이야기가 뭐든지 ‘정보’로 처리하는 남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 좋아하면 달라진다. 듣고 싶고 말하고 싶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고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알기를 바란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삶이 마구 섞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일에 맘이 통할 때면
익숙해진 서로가 놀라웠어
널 사랑해

바로 앞선 가사처럼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를 많이 아는 연인들만 공감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그저 표정만으로 - 어쩌면 멀리 있는 연인이 어떤 마음이겠다 라는걸 알아채는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신경 쓰고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일반의 관계라면 그렇게 귀찮고 까다로운 관계가 없다. 그런데 사랑은, 그렇게 하고 싶게 만든다. 상대방만을 위한 레이더를 세우는 것이다.

평온한 지금처럼만
영원하고 싶다고
너를 바라보다 생각했어

평온. 폴킴이 사랑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생각했다. 사랑은 평온한 상태다. 처음 만났을 때 두근대며 설레는 것은 분명 사랑의 일부이지만 전부가 아니다. 한때 좋았던 연인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고 떠나는 많은 사람들은 잘못 선택한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평온은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며 사소한 행복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서로 알게 해주는 것, 같이 나누는 것이 오래가고 견고한 사랑의 핵심이다.

너를 만나 참 행복했어
나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직 어리고 모자란 내 맘
따뜻한 이해로 다 안아줘서

사랑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 우리는-흔히 남자들은-연애가 반복되거나 오랜 권태에 시달릴 때 많은 실수를 한다. “내가 더 많이 사랑했다”라고 생각하거나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내가 연애를 좀 잘한다”라고 스스로 여기는 것이다. 연애에 대한 자만심이다. 그렇게 연인을 걷어차는 경우가 있다. 누구든 만날 수 있고 그 사람이 전 연인보다 나을 것이라는 망상, 그러고 나서 한 달 만에 후회하는 경우.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둘이 만드는 것이다. 여전히 혼자서는 불완전한 한 사람이, 또 다른 불완전한 사람을 만나 합을 맞춰가는 것의 낱말이 사랑이다. 이 당연한 진리를 체감적으로 알게 되면 저절로 연인의 존재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저 고맙게 되는 것이다.

무심한 말투에 서로 아플 때면
차가워진 사이에 견딜 수 없어 미안해

앞선 태도를 가지게 되면 다른 연인들과 ‘이렇게’ 다르다. 둘이 떨어져 있고 불화로 서먹한 사이를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 서로가 합하여져 있는 순간이 본인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평온한 상태인지를 알기 때문에.

불안한 지금이라도 영원하고 싶다고
너를 바라보다 생각했어

영원. 사실 영원이라는 건 사람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영원에 비하면 사람은 하루살이 정도일까. 그래서 사랑에 영원을 붙인다면 그저 오늘이 내일로, 지금 이 순간이 여전히 계속 바란다는 말이다.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 같이 있는 연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바람. 불안하든, 행복하든 상관없이 그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너를 만나 참 행복했어
나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직 어리고 모자란 내 맘 따뜻한 이해로 안아줘서

그 이어짐이 다 연인 덕분이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뜨거웠던 여름 지나
그리워질 빗소리에 하나 둘 수줍어
또 얼굴 붉히면 생각이 많아진
너의 눈에 입 맞출 테니
우리 함께 걸어가기로 해

여름, 그리고 다시 여름. 시간은 지나간다. 서로 마주 선 사람은 시간을 겪어내면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과 취향과 마음과 행동이 바뀌더라도 그 관계는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노력이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고 지속성을 메꾼다.

나를 만나 너도 행복하니
못해준 게 더 많아서 미안해
이기적이고 불안한
내가 너에게만은 잘하고 싶었어

앞에서 너를 만나 나는 행복하다고 이야기한 나, 상대도 나와 같을까. 남자들에게는 이런 마음이 있다. 그렇게 잘나지 않은 나를 사랑해주는 연인, 그저 행복하게 해 줄게!라고 질러버리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그 사랑한다고 말한 그 말에 어떤 확실한 뒤따름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다. 그 말이 허투루 하는 립서비스가 아닌 걸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어떤 사랑함에 대해 보여주려고, 해주려고 하면 나의 부족함이 드러난다.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그걸 깨달으면서 불안해진다. 연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불안하고 부족한 내가.

오랫동안 나 기다려온
완벽한 사랑을 찾은 것 같아
날 잡아줘서 힘이 돼줘서
소중한 배려로 날 안아줘서

그럼에도 내 곁에 있어준 사람. 나의 불안을 잡아주고 나의 부족함을 사랑으로 채워준 사람. 그렇기에 나에게는 그 사람이 완벽해 보이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나도 완벽하지 않기에 그 둘이 마치 퍼즐처럼 맞아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너를 만나, 비로소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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