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 걷고 싶은 사람

적재의 별 보러 가자

by ASTR

박보검이 나오는 광고에서 노래를 들었다. 박보검이 광고에 불러서 흘러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원작자가 있었다. 적재라는 가수였고 제목은 별 보러 가자. 몽글몽글한 가사에 절로 미소 짓게 하는 멜로디. 이 노래 안의 남자는 어떤 마음일 걸까?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찬 바람이 불어온다. 반짝이는 밤하늘. 긴 하루. 그렇게 집에 돌아가는 길. 길은 길고 발자국은 수없이 찍힌다. 그렇게 걷다가 또 걷다가 찬 바람에, 밤하늘에 그저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여기서 문득 이라는 말이 솔직하다. 하루 종일 네 생각뿐이야, 라는 말은 순전한 거짓말. 숨 가쁘게 움직이던 하루의 마음이 바람과 하늘에 가라앉으면 비로소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알 수 있다. 바로 이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용기를 낸다. 지금 어디냐고, 지금 뭐하냐고. 문자를 보낸다. 뭐라고 답이 올까. 길가에서 본 밤하늘이 너무 예뻐서 같이 보고 싶다, 라고 덧붙인다. 우리집으로 가던 길과 너의 집은 사실 반대편이지만 난 뒤돌아서 너의 집 앞까지 간다. 기다릴 테니 잠깐 나올래. 별이 예쁘게 떴어. 하지만 사실은 보고 싶은 것은, 중요한 것은 별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별을 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같이 걷고 싶은, 나란히 있고 싶은 너와 별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남자의 수줍은 고백. 고백에 힘을 실릴 때는 그 진정성이 느껴질 때다. 최근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남자들이 보고 배워야 할 진정성 백 프로 대사들이 흥건하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거창하고 멋들어진 말을 하려고 한다. 남자 특유의 허세가 있기도 하고 배워서라도 그때의 어떤 특별한 말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진정성은 일상에 묻어나는 것이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이 질문을 꼭 해보자. 나는 왜 이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을까. 이른바 고백하는 이유인데 이 질문에 솔직히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본인의 진정성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다. 노래 속 남자는 가사로 자신의 답을 풀었다.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네 생각이 난 그렇게 나더라
긴 하루 끝 고요해진 밤거리를 걷다
밤하늘이 너무 좋더라


왜 찬바람이 불면 너의 생각이 난다고 했을까. 그건 모른다. 노래 속 남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떠올리게 하는 날씨와 상황, 냄새와 음식, 지역과 말들이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다르고 모든 사람에게 다르다. 그때가 되면, 그것을 보게 되면, 그곳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 사람의 기억. 그 좋았던 기억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 기억으로부터 확장하여 그런 기억을 더 만들고 싶은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어디야 지금 뭐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어디든 좋으니 나와 가줄래


어디든 좋다. 너와 함께라면. 나와 함께 가주지 않겠니. 그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네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도 많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을게
그치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여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남자에게 ‘천천히’라는 의미는 더없이 중요하다. 어렵기도 하고. 남자가 천천히를 택했다는 것은 그 순간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녀를 빠르게 사귀고 원하는 것을 얻는 목표지향적인 남자들의 선택과는 다르다. 이런 속도전 대신 같이 손잡고 거니는 것. 그 순간의 감정을 소중히 하고, 그 감정이 더없이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것. 그것은 무척 어려운 결정이자, 예쁜 마음이다.


나와 같이 가줄래
너와 나의 걸음이
향해 가는 그곳이
어디 일진 모르겠지만
혼자였던 밤하늘
너와 함께 걸으면
그거면 돼


너와 나의 걸음이 향해가는 그곳. 어디든 상관없다. ‘같이’ 걷는 것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이라면. 혼자였던 밤하늘이 두 그림자가 걸쳤을 때 이런 사랑이라면 놓치지 말자. 이런 사람이라면 같이 별 보러 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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