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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Mar 13. 2020

이태원 클라스 박새로이는 어장관리남?

어장관리의 법칙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주인공 박새로이 주변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다. 오수아와 조이서. 드라마에서 박새로이는 오수아 한 명만 바라보는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주는데, 박새로이를 조이서가 또 일편단심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사랑의 방향을 살펴보자.


오수아 <- 박새로이 <- 조이서 <- (장근수)


사랑의 방향으로만 보면 완전히 꼬였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의 방향이 왼쪽으로만 흐를 뿐 오른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오수아도 박새로이에게 마음이 있지만 타이밍이 엇맞는다) 이 중 누구라도 오른쪽으로 흐른다면 바로 연인이 될 수 있는 구도이다. 오수아가 박새로이를 받아들이면 둘이, 박새로이가 조이서을 받아들이면 둘이, 조이서가 장근수를 받아들이면 둘은 바로 연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한쪽으로만 흐르는, 거의 반 짝사랑의 관계에서 사랑의 감정이 이런 흐름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지가 그 흐름을 계속 탈 수 있도록 원료가 되어주고 있다.


분명 박새로이는 조이서에게, 조이서는 장근수에게 선을 그었다. 좋아하지 마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을 그칠 수 없다. 왜 그럴까? 남은 여지, 그 사람과 이어질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지란,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때론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어장관리 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박새로이의 행동을 살펴보자. 그는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밝히는 캐릭터지만 행동은 모호하다.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통해 박새로이가 조이서에게 “여자로 보지 않는다”라고 하자, 조이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한다. 그럼에도 박새로이는 자신의 말을 기꺼이 한다.


문제는 그다음. 조이서가 식당을 뛰쳐나가자 박새로이는 그녀를 잡으러 갈지 말지 잠시 고민한다. 조이서를 좋아하는 장근수는 여기서 중요한 말을 한다.


“지금 가면 희망고문 밖에 되지 않잖아요.
마음 없으면 가지 말아요.”


희망고문하지 말아라, 그러니까 여지를 주지 말아라, 일말의 가능성을 보이지 말아라는 말이다. 하지만 박새로이는 나갔고, 조이서는 정식으로 고백해 완전히 차인다. 결과적으로는 조이서가 박새로이의 마음을 확실히 아는 계기가 됐지만 조이서의 입장에서는 장근수의 말처럼 이마저도 여지가 됐다.


조이서에게는 박새로이가 끊임없는 여지, 가능성으로 보인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도, 어깨를 토닥인다던가, 자신을 바라보는 멜로 눈깔도, 뛰쳐나간 자신을 위해 달려 나오는 것도, 옥상에서 나눈 모든 대화들도. 비록 말로 가능성을 일축하여 0으로 수렴하게 만들었지만 조이서가 봤을 때는 박새로이의 마음 안에 자신이 아주 0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약자이며 그 대상이 하는 말들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큰 의미를 가진다. 별 의미가 없는 것들도 모두 자신에게는 의미가 된다. 그 의미들을 모아 가능성의 희망을 만든다.


그럼 박새로이가 아주 남 보듯 인연을 끊어야만 할까? 박새로이에게 달렸다. 사실 극 중에서는 오수아에게 관심 표명을 했지만, 그들은 친구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다. 한마디로 지금 박새로이는 연애 시장에서 내놓아져 있는 프리 상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 이 상태에서는 객관적으로 보면 어쩌면 정말 조이서에게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옵션은 둘. 그가 보고 있는 왼쪽을 계속 바라보고 오수아가 응답해주길 기다리든가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을 때는 힘들 것 같지만) 아니면 뒤돌아 오른쪽을 바라봐 자신을 보고 있는 조이서와 눈 맞추든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적으로는 두 명의 여자를 어장 관리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결론적으로는 한 명의 여자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연애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리 갔다 왔다 한다. 고정된 것은 없다. 그 흩날리는 과정은 힘겹다. 상대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 감정을 알기 힘든 때가 온다. 하지만 그 과정을 모두 겪고 나면 손에 쥐게 되는 가능성, 그 한 명을 볼 수 있게 된다. 방황을 지나 비로소 정착한다. 어수룩한 박새로이는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고, 우리 모두도 이 과정을 겪는다. 선택의 문제, 그리고 우리 연인에 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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