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Nov 16. 2020

남주보다 서브가 매력적인 이유

드라마 <스타트업> 속 연애 구도

우연히 본 드라마 <스타트업>을 재밌게 보고 있다. 스타트업 이야기에 괜한 연애 이야기를 끼얹어서 역시나 K드라마가 되겠구나, 했는데 이게 웬걸 역시 우리나라에는 연애 구도가 들어가야 하잖아! 극의 흐름을 확실히 재밌게 만드는 우리나라 드라마만의 특징이자 장점임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B와 드라마를 한창 보고 있다가 나눈 대화가 재미있다. B가 말했다.

“남도산이 남주가 아닌 거 같아. 한지평이 매력적이야!”

“그러게. 어린 시절 이입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주변 친구들도 그렇게 이야기해?”

“응. 남도산 역 남주혁이 왜 이리 나왔나며... 다들 그래. 좀 깬대. 한지평 역 김선호가 오히려 인기가 많아졌어”

“나는 남주혁 너무 매력적인데. 너드미도 있고.”

“글쎄. 웃기긴 한데...”


보통 서브병이라고 해서 로코 드라마 서브 남주의 인기도 어느 정도 보장되긴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확실히 남주혁이 연기하는 남주보다 김선호가 연기하는 서브 남주가 어필하고 있다. 이 이유에게 대해 생각해봤다. 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남주보다 서브에게 끌리는 걸까?



이 드라마에 긴장을 유발하는 기본적인 골격은 마크 트웨인의 잘 알려진 작품인 <왕자와 거지>와 같다. 우연히 옷을 바꿔 입은 바람에 왕자와 거지의 처지가 바뀌게 되고 거지는 옷에 맞지 않는 왕자 노릇을 하면서 호사를 누리지만 동시에 하루하루 불안에 떤다.


남주혁이 연기한 남도산은 한마디로 ‘거지’ 포지션.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재능도 써먹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캐릭터나 다름없다. 그와 정반대의 곳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가 김선호가 연기한 한지평. 이 세계에서는 외모와 매력, 재력과 센스, 심지어 츤데레 같은 - 따뜻한 마음으로 귀결되는 인성까지 가진 퍼펙트남, ‘왕자와 거지’의 왕자 포지션이다.


제로와 퍼펙트. 왕자와 거지 포지션이란 남주와 서브의 이 불안한 구도가 보통의 로코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다.


왜 이런 남주를 만들었을까? 로코로 이 드라마를 접근한다면 갸웃거렸겠지만 <스타트업>의 외형은 로코가 아니라 청년 성장드라마다. 결국, <스타트업>은 보통의 로코 드라마처럼 여성들이 여주인공에 이입하는 여성향 연애 판타지 드라마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남자 시청자들이 남주혁이 연기한 남도산에게 이입하는 개천에 용난다 성장 드라마이자 남자 판타지 드라마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남도산 남주 캐릭터는 그냥 우리 청년의 모습으로 반드시 연출되어야 했다. 꿈은 있는데 맨바닥에 있는. 비현실적인 외모만 빼고 - 분명히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찌질하기도 하고 때론 답답한 현실 캐릭터가 남도산이다. 그 반대편에는 현실에 절대 없는, 서달미에게 영원한 키다리아저씨 완벽한 한지평이 있다.


로코로 이 드라마를 본다면, 드라마 맥락상 이입이 되고 - 매달려주는 것보다 매달리고 싶은 한지평이란 캐릭터에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드라마는 판타지를 위한 것이니까.


“남도산 말고 한지평이랑 이어졌으면 좋겠다”

B가 말했다. 드라마의 재미는 보는 사람들 간의 감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들이 그런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을 기념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