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 안다

연애 세포의 불공정함

Y와 이야기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연애하던 얘들은 어떻게든 연애를 계속하더라.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얘들은 그 한 번이 어려워. 계속 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지만, 사실 그 차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은 너무 평범하고 오히려 연애를 시작 못하는 이들 가운데 연애를 연이어하는 사람보다 객관적으로 이성에게 어필한가는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럼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랑받았던 기억’에서 온다. 사랑받았던 기억. 그 기억이 있고 없고 희미하고 뚜렷하고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를 만나고 결심하는 일이 이어진다.

누굴 열렬히 좋아했던 것보다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쏟았던 애정에 대한 기억이 - 연애세포의 자양분이 된다. 아낌없이 받았던 사랑은 내 안의 정해진 용량의 사랑통에 담기고 그것은 나의 자존감이자 자신감이 된다. 부모 말고 나의 존재를 긍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세계 자체를 보는 시선을 다르게 만들어준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계속 연애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사랑통이 쏟은 만큼 다시 채워지기 때문이며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 아낌없이 그리고 망설임 없이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처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쏟은 애정이, 내 순수한 관심이 거절당하고 그래서 관계가 이어지지 않으며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랑통을 다 쏟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사랑이 돌아오지 않아 본인의 사랑통이 텅텅 빌 것만 같은 두려움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다 떨어지는 그 상황 말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랑받아본 사람은 언제든 그 사랑통이 채워질 것을 경험으로 안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의 사랑이 아니더라고 본인이 자신의 사랑통을 스스로 채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만남과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어떤 때보다 힘든 때다. 공정하게 등가교환의 법칙을 신봉하는 요즘 젊은 층이라 더더욱 그렇다. 이성에게 노력한 만큼 어떤 희생이나 대가를 원하고 노력의 대가가 없는 거절은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거절을 당할 거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는 흐름도 보인다.

이 가운데 꼰대처럼 연애 좀 해라라고 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때가 있고 그 기회가 모두 다른 법이니까. 모두 각자의 답은 다른 셈이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은 모두가 사랑받고, 그 받은 사랑으로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