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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Sep 23. 2020

결혼을 기념한다는 것

B에게 보내는 편지

결혼을 할 때 청첩장에 쓴 문구가 있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이렇게 살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문구는 이렇다.


사랑을
여기저기에 숨겨두자

우리의  안에, 이불속에
함께 볕에 널었던 빨랫줄에
출근하는 구두 주걱 안에
마주 앉은 식탁 ,
길가에  들꽃과
당신이 좋아하는 하늘 위에
온도가 다른 우리의 손바닥에

그렇구나
사랑아 지금   앞에 있구나


사실 청첩장에 들어가 있는 이 문구 앞뒤로 사실 문장들이 더 있다. 아래와 같다.


함께 퇴근하고 같이 밥을 짓는 것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아침에 일어나 포옹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그날들

그것은 완벽한 아름다움
마치 천국 같아

일상을 천국으로 만들자
사랑은 바람 곳곳에 색을 입히는 

부족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랑이라는 천국
지금 잡은 손을 놓지 말자


감사할 따름이다. 결혼할 때 다짐하고 바랬던 그 꿈들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곳곳에 숨겨진 사소한 사랑들과 행복을 찾는 기쁨에 - B와 나는 이 세상에  지어진 천국에 살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부족한 나를 안아주고 때론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B가 나의 아내여서 나의 평생의 반려자여서 나는 정말 평생으로도 못 갚을 사랑을 지고 있다.


사랑할 따름이다. 더 많이 표현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가 섞이고 섞여서 하나의 마음으로, 내가 더 노력하려 한다. 내 안에 나도 어쩔 수 없는 나를 내려놓고 당신을 들여보내는 작업. 그게 사랑이고 아직은 신혼이라고 불리는 짧은 시간 같이 살았지만 10년 50년 더 많이 사랑할 날들이 있음을, 떠올리며 더없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사랑해. 고마워.

청첩장에 쓰인 대로 오늘의 사랑을, 오늘의 행복을 찾아서 같이 나누자. B와 함께 눈뜨는 매일 새로운 하루가 벅차고 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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