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인간이 덜 됐는데 널 어떻게 인간으로 키우겠니
“오빠, 친구 임신 맞대”
“오! 정말? 축하할 일이네”
“그러게. 근데 기분이 이상해.”
“친구들이 연이어 아기 엄마가 되네”
“그러니까. 별생각 없었는데.”
“별생각 없었는데 말이야”
사실 별 생각이 없지 않았다. B와 나는 아주 별 생각-그러니까 관계부터 임신, 그 이후의 출산과 육아까지 정말 많은 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가령 이렇다.
“유년부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무슨 생각?”
“저 조그마한, 작은 인간이 말이야. 정말 병아리처럼 작고 연약한 존재가 집을 떠나서 교회에 와있는데”
“그런데?”
“아니, 저런 존재를 집에서 부모는 그냥 세상을 믿고 밖으로 보낼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너무 오래 보다 보니 익숙해진 건가 싶기도 하고.”
“오빠 나중에 엄청 집 밖에도 안 보내고 과잉보호하는 거 아니야?”
“약간의 방임이 필요하다 주의였는데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막상 생기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
“하하. 뭔가 상상돼”
우리는 본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너무 걱정이 많아서 없는 걱정도 사서 하는 사람이고, 걱정 때문에 일을 시작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메뉴 선정에 실패할까 봐 우유부단하게 시내를 다섯 바퀴 돌고 점심때를 놓치는 연인이랄까.
그런 우리라서 그럴까, 아직 본격 시작도 안 한 육아 전, 출산 전, 임신 전의 상태에서 그 이후의 모든 것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곤 한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과 우리는 꼭 이렇게 하자 라는 합의가 짧게는 약 1년 뒤에서 길게는 30년 뒤의 일까지 미리 꺼내놓곤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있는데 말이다. 초저출산 국가의 국민으로서 이런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두 명이 만나서 한 명을 탄생시키는 그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다. 육아를 하기도 전에 쓰는 육아 일기, 임신도 안 했는데 쓰는 임신 일기, 아직 인간이 덜 된 사람의 새로운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