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Mar 24. 2021

궁금한 사람들 이해가 갑니다만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의 입장도 있습니다

신혼부부의 경계는 어디일까. 기간으로 보는 경우도 많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기점으로 보기도 한다. 연애와 결혼, 신혼, 그리고 출산은 영역에 깃발을 꽂아두고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하니까.


명사로는 신혼(新婚).

갓 결혼하거나 새로 결혼함. 법적으로 신혼부부는 혼인 7년 이내인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증언에 따르면 콩깍지가 1년 이내에 벗겨지고 그다음부터는 서로의 다름으로 다툼이 이어진다고도 한다. 알콩달콩 호르몬의 기준으로는 신혼이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인 것이다.


아이의 유무, 법적인 신혼, 콩깍지의 유무로 이렇게 신혼을 정의할 수 있다. B와 나는 이 기준으로 찐 신혼부부다. 아이가 없고 7년이 아직 안됐으며 콩깍지도 아직 유효하다. 우리는 나라에서 정말 아이를 낳아주길 바라는 대상이며 동시에 법적으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신혼의 영역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동시에 주변에서 왜 아이가 없는지 궁금해하는 지점에 있다.


“좋은 소식 없어?”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좋은 소식? 그 물음에는 은연중에 우리의 임신과 출산 뉴스를 기대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라고 웃으며 넘어가지만 그들의 물음 속에 왜?라는 궁금증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아는 순간 그저 웃음만 나지는 않는다.


“아이 계획은?”

이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올해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얼버무리면 피임은 하는지도 물어본다. 이들의 걱정과 궁금증이 이해가 된다. 바로 나만 해도 결혼이란 큰 산을 넘은 입장에서,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 결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자잘한 욕망이 드는 걸.


아이를 낳아본 사람들에게 우리는 자신들이 걸어온 그 길을 아직 걷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낳아야 해” “신혼 때 피임을 하면 안 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들의 세계에서 경험한 것들이 우리의 경험이 되길 원한다.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신기하다. 보통 결혼하고 몇 년 안되어 출산 소식이 들리니까, 우리는 예외인 것이다. 그들은 애써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있다. 가족 모임에서 기도를 할 때 새 생명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나의 어머니는 잔소리하듯 B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관계에 대해서도 슬쩍 물어본다. 그럼에도 우리의 부모님 입장에 서보면 - 내 자식이 그런다면 - 바로 참견 욕구가 용솟음치는데 우리의 부모님들은 우리 앞에서 말을 아끼신다.


우리 둘 부부가 앞길을 알아서 잘 개척해나갈 거란 믿음과 그렇게 나가길 바라는 희망이 모두 느껴진다. 감사할 뿐이다.


B와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이해는 돼”

“그러게. 다 관심이긴 하지. 투머치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등 떠밀려서 아이를 낳고 싶진 않아. 다음 미션처럼 말이야. 사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신혼이 너무 좋기도 하고 말이야”

“동감이야. 아직 너무 좋은데. 10년은 이렇게 더 살고 싶은데. 아이 낳으면 다시는 못 올 일상들”

“은퇴하고 아이 출가시키면 돌아올 수 있지”

“그건 그렇겠다.”


임신 전의 작은 일상.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일상. 하지만 나중에 올 그 아이가 가장 많이 궁금한 사람은 우리 둘이란 걸 기억한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 전 출산 전 임신 전의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